육화경(六和敬)은 불교 교단의 화합을 이루기 위한 여섯 가지 원칙(계율)을 말한다. 신화경(身和敬), 구화경(口和敬), 의화경(意和敬), 계화경(戒和敬), 견화경(見和敬), 이화경(利和敬)으로 이 여섯 가지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일깨워주므로 화(和)라 하고 안으로 겸손하여 남의 명예와 이익을 존중하기 때문에 경(敬)이라 한다. 교단의 화합을 위한 기본적인 덕목으로 이 여섯 가지를 지킴으로써 승가의 불화와 분열을 막는다. 신화경은 함께 예배하여 신업(身業)을 닦는 것이며, 구화경은 함께 찬영(讚詠)하여 구업을 닦는 것이다. 의화경은 같은 신심으로 의업을 밝혀가는 것이며, 계화경은 모든 계율을 지켜서 불법을 함께 따르는 것을 말한다. 견화경은 모든 존재의 공한 이치를 바로 보고 함께 실천하는 것이며, 이화경은 의식을 함께 하여 이익을 고루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이 육화경은 그 실천성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달리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몸으로 화합함이니 대중이 한 장소에서 같이 살라[身和共住], 입으로 화합함이니 다투지 말고 화목하라[口和無諍], 뜻으로 화합함이니 서로 협력해 함께 일하라[意和同事], 계로 화합함이니 함께 계율을 지키며 수행하라[戒和同修], 바른 견해로 화합함이니 함께 이해하며 의견을 나누라[見和同解], 이익으로 화합함이니 삼보정재를 균등하게 나누라[利和同均]가 그것이다.
동국대학교 입학식
자광 스님은 취임 후 대학 내외의 화합과 갈등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육화경의 ‘구화무쟁과 의화동사’라는 말을 인용하며 화합의 중요성을 알렸다. 50여 년 동안 승려생활을 하면서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낮추고 육화경의 가르침을 실천해 왔던 스님은 화합 없이는 그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며 학내에 야기된 모든 갈등과 문제는 서로 털어놓고 대화하면서 풀어가자고 역설했다. 화합을 통한 리더십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가 교내 환경근로자(미화원)들의 오랜 파업사태를 해결한 일이다. 국내 대학 사상 최초로 환경근로자들의 직접 고용을 결정한 것도 큰 공적으로 꼽힌다.
취임 당시, 동국대학교는 학교 안팎의 여러 가지 갈등과 혼란 속에 있었다. 특히 종단과 스님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불신이 깊었고, 학령인구 급감으로 더욱 치열해진 대학 간 경쟁에서 위기의 한가운데 있었던 시기였다. 고심이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봄, 청소미화원(환경근로자)들이 직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재정적 부담감으로 대학 측은 난색을 보이던 가운데 대립이 장기화되어가고 있었다. 청소가 되지 않은 학교는 쓰레기가 넘쳐났고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포용과 자비로 풀어야 할 사안으로 파악한 스님은 그들을 찾아가 손을 내밀었다. 인건비 증가에 대한 대학 측의 어려움보다 미화원들의 애환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러분이 계셔서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없다면 학교는 당장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학교의 주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인 학교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요즘 말로 저도 흙 수저 출신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여러분의 사정을 잘 압니다. 학교는 여러분의 생활 터전입니다. 이곳이 무너지면 우리 모두 살 곳이 없습니다.
합의점을 도출해 내기까지 이사장의 하심과 리더십이 필요했다. 직접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장 큰 문제였다. 총장부터 학교 관계자들 모두 학교 재정의 어려움을 들어 반대했다. 분규가 길어지자 정부에서 국회의원들을 보내왔다. 부처님의 넓은 자비심으로 끌어안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학교 당국과 노조 모두의 어려운 입장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참회와 화합, 상생을 도모하는 것에 합의점을 찾았다. 직고용하는 차원에서 발생하는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는 문제였으나 사회의 약자인 노동자들의 애환을 외면할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직고용하는 것으로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파업 86일째 되던 4월 24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극적으로 파업사태가 타결되었고, 당시 노조에 한 직접 고용 약속은 다음 해 2월 1일 자로 이루어졌다. 환경근로자 9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성과였다.
미화근로자 직원증 수여식
2018년 5월 1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청소·경비·주차·시설 업무 분야 160여 명의 교내 환경 개선 노동자들을 학교 식당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다. 대학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주길 당부하며 일일이 손을 잡았다. 환경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직후, 환경근로자들에게 직원증을 수여하는 작은 행사를 가졌다. 이후 그들이 학교의 한 일원으로 직원 명찰을 달고 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에도 만남을 주기적으로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부처님오신날과 명절 등 일 년에 몇 차례씩 교내 노동자들을 불러 교내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머리를 깊숙이 숙여 호소하며 화합을 이끌어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대학이 이로운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교내 문제로 고공 농성을 하는 학생들에게 이불을 사서 올려주고, 천막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위해 간식을 사다 주는 등 따뜻한 손을 거두지 않고 소통을 위해 애쓰던 이사장의 모습이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있다. 이 모두가 포교라는 사상적 기반에서 볼 때 화합을 통한 보살행의 실천이었다.
부처님오신날, 교내 직원들과 행사를 마련한 자광 스님
· 집필자 : 박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