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승(警僧)은 경찰불자의 신행을 돕고 경찰 포교 전반을 담당하는 스님이다. 경찰 포교는 경찰청 산하의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부처님의 사상과 불교를 알려서 그들이 마음에 위안을 얻고 삶의 활력소를 찾으며 공정한 법 집행을 하는 데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하려는 목적에서 시행되었다. 한마디로 경승이란 불교의 정신을 바탕으로 대민업무를 펼 수 있도록 경찰불자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스님들을 말한다.
경찰을 대상으로 한 포교활동은 1977년 암도 스님(전 포교원장)이 경찰대학 상임교수로 파견되면서 시작되었으나 경승제도가 공식화된 것은 1987년 1월 조계사에서 경승단 발대식을 봉행하면서부터다. 경승의 주요 활동은 경찰 포교, 범죄예방 및 재범 방지, 유치인 교화, 비행청소년 선도 및 교화, 지역사회 포교 등 다양한 범주에 걸쳐 있다. 경찰들을 위한 법회, 위문행사와 더불어 경찰가족과 전경·의경의 포교도 경찰 포교에 속하며, 유치인 교화와 비행청소년 선도 및 상담과 교정활동까지 담당한다. 스님은 1999년부터 반야선원에 머물며 신도들을 교화하는 한편, 용인경찰서 경승위원회 경승위원, 경기지방경찰청 경승위원회 경승위원, 경기남부지방 경찰청 경승위원회 경승위원 등을 역임했다.
자광 스님의 포교는 늘 긴장감이 맴도는 곳에서 이루어졌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인들이 상주하는 군대는 전쟁에 대비해서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늘 상황이 긴박하다. 그런 곳에서 25년 동안 지내며 포교를 했다. 경찰은 사회의 악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있는 곳도 긴박함이 가득한 곳이었다. 범죄 현장에 출동해서 현장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경찰들에게 필요한 법문을 해주고 긴장 속에서 살며 근무하는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경승위원으로서 스님의 역할이었다. 그곳에서도 스님의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법문은 늘 빛을 발했다.
스님은 늘 세밀하게 법문 준비를 했다. 법문 노트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그날 들려줄 법문의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곤 했다. 훗날 그 자료들을 모아 법문집을 출간했을 만큼 꼼꼼하게 자료를 찾아 준비했다. 어느 날 경찰청 사람들의 눈과 귀가 스님에게 집중된 가운데 스님 특유의 비유 적절한 구수한 법문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로 감동을 주시려나 하는 눈빛이 법문 장소에 가득했다. 이 날 들려준 ‘곶감 법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전래동화 한 자락으로 법문을 풀어나가기 시작했지만, 범죄 없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경찰관들에게 권력의 남용을 경계하는 의미를 던지고 있다.
2018. 경기남부경찰청 봉축법요식
아주 옛날 깊은 산골 마을 뒷산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시장기가 느껴져 출출했던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며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어린아이 하나 잡아먹으려던 속셈이었지요. 담장이 나지막한 집에 이르러 안을 살펴보니 마침 어린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옳지 잘됐다’ 하고 마당으로 들어서려는데 방에서 어린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가 울지 마라. 이렇게 자꾸 울면 무서운 호랑이가 와서 물어간단다.”
그런데 아이는 호랑이가 무서운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를 들은 호랑이는 이상했습니다. 호랑이가 잡아간다고 해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 어린아이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존재가 호랑이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어머니가 이번에는 이렇게 울어대면 순사한테 잡아가라고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어요. 더 큰 울음소리가 마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호랑이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니,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도 무섭지 않고, 칼을 차고 다니는 순사도 무섭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이 무섭단 말인가. 일제 강점기 때에 총칼을 차고 다니며 민중을 위협했던 순사의 위력은 대단하지 않았습니까. 계속 아이가 집이 떠나갈 듯 울어대자 어머니가 다시 달랬습니다. 무슨 말로 회유했을까요?
“자, 곶감 줄게 이제 그만 울거라. 여기 곶감 받아라.”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습니다. 마당에 서서 이 소리를 듣던 호랑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곶감이 어떤 녀석이기에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무섭고 총칼로 사람을 위협하는 순사보다 무섭단 말인가. 아이가 울음을 뚝 그치는 것으로 봐서는 보통 무서운 놈이 아닌가 보구나. 여기서 우물쭈물하다가는 그 놈에게 잡혀 목숨을 부지 못하겠다고 여겨 산으로 줄행랑을 쳤습니다.
제가 동네 아이들에게나 들려줄 전래동화를 사회 정화를 위해 애쓰는 경찰관 여러분들에게 들려주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여러분도 곶감을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해야 합니다. 달콤한 곶감(뇌물)을 받지 않는 청정한 경찰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합니다. 우리 승가에서도 ‘수시여전(受施如箭)’이라는 말을 자주 되새기면서 청정한 승가의 법도를 지키고자 합니다. 신도들에게 시주받는 것을 날아오는 화살과 같이 여기라는 말입니다. 화살이 몸에 꽂히면 생명이 위험하지요. 사람은 자기 직분을 지키면서 청정하게 살아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디 뇌물을 덥석 받는 경찰이 되지 마시고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고 사는 청정한 경찰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018. 경기남부경찰청 봉축법요식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법문을 경청하던 경찰관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법문을 마음에 새겼다. 스님의 법문이 적재적소에 맞고 위험한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관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함께 했기에 인기를 끌었다. 스님 자신도 평생을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남에게 베푸는 생활을 했기에 더욱 진실하게 다가갔을 것이다. 스님이 공직에 있는 이들에게 가장 강조한 법문은 계율을 지키며 사는 것이 정의롭게 사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정직하게 사는 것이며 가장 큰 재산이라는 내용의 법문을 많이 했다.
“모든 재앙을 물리치는 방법 중에 가장 확실한 것이 정직하게 사는 방법입니다.”
스님의 법문은 대상의 근기에 맞게 설법하는 것으로 이름이 나있다. 불자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국회 정각회 초청을 받아서 법문을 했을 때다. 불교의 핵심 법문인 연기법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삶 전부가 허공과 대자연을 비롯해 뭇 생명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살고 있으니 하루하루 모든 것에 감사하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여 오순도순 평화롭게 지내라고 설했다. 국민의 심부름꾼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국민들 보는 앞에서 싸움이나 한다면 어떻게 국가를 믿고 안정을 찾아서 살아가겠느냐면서 그들로 하여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했다.
중생과 부처와 마음은 하나이니 모든 존재가 평등함을 아는 것이 존재의 이치를 아는 것입니다. 존재의 이치를 바로 아는 것이 지혜이며 지혜를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 자비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여러분이 지혜롭고 자비로워야 국민들의 삶이 풍요로워지지 않겠습니까?
수행자는 곧 교육자이기도 하다. 스님이 나라의 공직자들에게 강조한 법문은 오계(五戒)에 기초한 도덕적인 행위를 실천하는 사람이 세상을 잘사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다섯 가지 계 가운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이 ‘생명을 존중하라[不殺生戒]’는 것이었다.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할 때 스스로 국가를 위해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벗과 이웃에게 신의를 지키고 어른을 존경하며, 아랫사람을 사랑하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가정을 평화롭게 하는 마음이 자연히 일어나는데, 이러한 사람을 보살행을 하는 사람이며 진정한 불자라고 가르쳤다.
스님의 간곡한 법문을 들은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 행위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고 생명을 존중해야 함을 되새겨 불살생계를 마음에 지닐 수 있었다. 살생하지 말라는 도덕적인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부귀를 누리고 잘 산다고 해도 마음이 편치 않으니, 마음이 편치 않으면 인생을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법문은 듣는 이들의 가슴에 닿아 깊은 여운을 남기고 실천으로 삼게 했다.
2018. 경기남부경찰청 봉축법요식
· 집필자 : 박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