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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교

널리 배우지 않으면 신심도 깊어지지 않고 지혜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교의 실천은 교학과 수행이 함께 해야 한다. 교학 지식을 습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전 강의나 법문 청강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를 위한 강력한 매체가 새롭게 등장했으니 불교방송국의 설립이 그것이었다. 1990년 5월에 불교라디오방송국(BBS)이 개국되고, 1995년 3월에 불교텔레비전방송국(BTN)이 개국하면서 대중 교화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절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목탁소리가 라디오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법회와 불교교양대학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스님들의 법문과 경전 강의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방방곡곡에 울려 퍼지면서 한국 불교는 포교에 있어서 커다란 도약을 이루었다. 『양고승전(梁高僧傳)』에는 전법자의 네 가지 조건을 성(聲)·변(辯)·재(才)·박(博)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중을 감동시킬만한 원만한 음성을 갖추고, 상대방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도록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해야 하며, 팔만사천의 법문과 3천 위의의 경론사서(經論史書)를 논할 정도로 재주가 뛰어나고, 박학다식한 학덕과 인품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박학다식하다고 해도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화엄경소(華嚴經疏)』에는 법사의 십덕(十德)과 설법식요(說法式要)의 여덟 가지 요건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법을 설하는 사람은 일체 모든 법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하며, 부처님의 미묘한 법을 잘 설할 수 있어야 하며, 대중과 주고받는 것을 잘하여 두려움이 없어야 하며, 걸림 없이 법을 설함이 끊임이 없어야 하며, 상대방의 근기에 맞게 법을 설하여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훌륭한 행을 닦게 할 수 있도록 하며, 일거수일투족에 위의가 서려 있어야 하며, 정진에 모범을 보여 중생들로 하여금 물러서지 않는 정진력을 본받도록 하며, 중생을 교화함에 몸과 마음 모두 게으름이 없어야 하며, 모든 인욕행을 닦고 익혀 수행자로서의 위의의 힘을 이뤄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10가지를 종합해서 설법식요에는 음성, 행동, 덕, 박학, 재지(才智), 자비, 도심(道心)의 여덟 가지를 포교사가 지녀야 할 요건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포교를 하는 사람은 불법에 정통해서 언제 어떤 사람을 만나도 법을 펼 수 있는 팔방미인이어야 하며, 확고부동한 신심이 바로 서야 하고, 설사 이 몸을 버려서라도 고통에 빠진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자비심이 깊어야 하며, 널리 학문을 익히고 가르쳐야 하며, 변론에도 능통해야 한다. 포교사는 부처님을 대신한 법사다.
2018. 불교방송 다보법회 (출처: BBS)
이러한 면을 감안해 볼 때 자광 스님은 포교사로서 더할 수 없이 적합한 수행자다. 스님은 불교텔레비전방송의 경전 강의를 통해 부처님의 법음(法音)을 전하며 포교사의 자질을 마음껏 드러냈다. ‘재미있는 경전공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잡보장경』을 강의했다. 『잡보장경』은 부처님의 비유설법에 해당하는 경전으로 일상에서 실행할 수 있는 교훈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스님은 알기 쉽고 친절하게 경전을 통해 부처님의 사상을 전했다. 1997년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 동안 총 54회에 걸쳐 매일 30분씩 방영되었던 이 경전강의는 스님 특유의 알아듣기 쉽고 친절한 설법으로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감로수를 선사했다. 당시 스님의 겸손하고 유연한 『잡보장경』 강의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스님이 대중에게 전하고 싶었던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바람처럼 흘려 보내고,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용맹할 줄 아는 것이, 무릇 지혜로운 이의 삶이다.
스님은 문서포교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2004년, 군 포교 25년의 삶을 엮은 법문집 『멍텅구리부처님』을 출간했고, 2009년에는 현대인의 눈높이에서 불교를 풀어낸 법문집 『깨침의 소리』를 출간했다. 29편의 짧은 법문으로 구성된 『깨침의 소리』는 어려운 불교이야기를 많은 경전과 비유를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풀이하고 설명한 책이다. 2016년에 동국대학교 출판부에서 새로 개정판을 냈고 지금까지 꾸준히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중생 교화에 대한 열정으로 군 포교에 매진한 이야기와 전역 후 부처님 법을 알리는 일이라면 멀고 가까움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 삶의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모습을 글로 표현한 것으로, 스님은 “세월이 흘러 마음의 눈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니 세상에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 소리 한 번 내본다”는 가볍지 않은 출판의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는 전 우주와 대자연, 허공과 뭇 중생의 희생과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하루하루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자’는 것이 책을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다. 스님이 가장 많이 가장 중점적으로 한 법문은 ‘마음’에 대한 법문이다. 불교의 핵심은 각자의 마음을 해결하는 데 있다면서 마음을 규명하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고통에서 벗어나며 중생을 자비로 구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법을 많은 비유를 들어가면서 수시로 했다. 책에는 그러한 내용을 담은 오도송이 실려 있다.
마음 마음 마음 마음이여 모양도 색깔도 부피도 무게도 없는 마음 도무지 한계가 없으니 우주를 싸고도 남았고 가고 옴이 따로 없으니 항상 존재하고 무게 또한 없으니 우주를 짊어졌고 성내고 기뻐함도 없으니 항상 평화롭고 색깔마저 없으니 각양각색을 한달음에 총섭하였네. 마음에서 허공이 나왔고 시간과 공간이 나왔고 중생과 부처가 나왔고 천당과 지옥이 나왔으니 과연 삼라만상을 창조하였구나. 항상 나와 함께 하는 진법계(眞法界)의 실상이여! 만상이 출몰하도다.
· 집필자 : 박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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