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제2대 군종특별교구장으로 취임하며 다시 군인들 곁으로 돌아왔다. 예편 이후 경기도 용인에 창건한 자그마한 절 반야선원에서 홀로 수행하고 신도들에게 법문을 하며 지낸 지 14년 만이었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군종특별교구 결성 논의가 시작되다가 2005년 3월에 종회에서 관련 사안이 통과되었다. 1968년 11월 첫 군승을 파견한 이래 처음으로 종단이 직접 관장하는 새로운 군 포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제1대 군종특별교구장으로 교육원장을 지낸 일면 스님이 취임해서 3년 6개월의 임기를 마쳤다. 그리고 제2대 군종특별교구장으로 국방부 군종실장을 역임한 자광 스님이 임명되어 2009년 7월부터 2013년 7월까지 4년여의 임기를 마쳤다.
스님은 제2대 특별군종교구장으로 취임하자 군단급 군승법사 중심으로 교구와 군승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노력을 펼쳐나갔다. 군단급 부대에 근무하는 군승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서 현장의 건의사항이나 문제점을 수렴했다. 교구에서 추진하는 포교활동의 방향성을 추진하며 교구와 포교현장의 소통의 창을 구축하고자 했다. 또 군 포교를 지원해 주는 단체들이 해당부대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여건이 열악한 법당에 도움을 주었던 단체들에게 군 포교 지원단체 등록증을 발급해서 교구에서 공인된 단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군승교육의 기준이 되는 『군승교육편람』을 발간하고, 예비군승의 역량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제도 운영을 위해 힘을 기울인 것도 큰 성과 가운데 하나였다. 교육사령부 법당인 자운사에 군법당 최초로 어린이 전용 법당이 개원된 것도 어린이 포교로부터 시작된 포교 일생에 보람을 더한 일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시기에 논산 훈련소 호국연무사 불사를 이뤄낸 것이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된다. 군 포교의 역량을 훈련병 포교에 집중함으로써 연간 수계 불자가 10만 명이 넘어서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군종특별교구장으로 취임한 뒤 논산 훈련소 수계식에 참석한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수계식을 하기 위해 법당에 들어가는데 1,000여 명의 병사들이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다. 1,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법당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병사들이었다. 법당이 좁아서 법사들이 법당 양쪽과 통로까지 빽빽이 앉아있는 병사들 사이를 이리저리 헤쳐 가며 연비를 해주고 있었다. 한평생 포교를 원력으로 삼고 살아온 스님에게 그러한 모습은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마음을 무겁게 했다.
매주 수천 명의 훈련병이 거쳐 가는 논산훈련소에 군 포교를 위해 호국연무사를 지은 것은 1972년이었다. 자광 스님이 군종교구장으로 있을 당시 매주 일요일 오전과 저녁에 법회가 열렸으나 장소가 비좁아 법당에 마련된 의자는 물론 법당 양쪽과 가운데 통로까지 훈련생들이 앉아 있는 형편이었다. 법회에는 최소 1,800명에서 3천 명까지 참석했는데, 법당 규모에 비해 참가인원이 많아 1부와 2부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었다. 매달 1회 이상 열리는 수계식에서는 2천여 명에 달하는 훈련병이 수계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2013년부터 전국의 모든 신병훈련소가 논산으로 통합된다는 국방부의 ‘국방개혁 2020’이 발표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면 2만 5천여 명의 훈련병이 머물게 되는데 현재보다 몇 배나 되는 많은 훈련병이 논산에 상주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종교행사를 찾는 훈련병도 급증할 것이 분명했다. 법당의 증축이 시급한 문제였으나 종단에서는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이웃 종교는 개혁에 대비해서 부지를 선정하고 신축 공사를 시작한 상황이었다. 불교계는 뒤늦게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자광 스님은 군 법당을 반드시 새로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군종특별교구장에 취임한 지 한 해쯤 지나서였다. 관계자들과 협의해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건평 5,281㎡(1,597평) 규모에 3,500여 명을 수용하는 법당을 건립하기로 했다. 불사를 위한 행정적인 절차를 밟은 후 곧바로 불사를 위한 전국적인 화주(化主)에 착수했다. 막대한 불사금 마련이 가장 큰 현안이었고, 건립에 소요될 비용은 120억 정도로 예상했다.
논산 훈련소 군법당인 호국연무사 법회
불사를 원만히 회향할 수 있기를 발원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했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년들에게 포교할 것을 염원하며 시주자들을 만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얼마나 열심히 화주 역할에 충실했는지 건강했던 몸이 불사를 마칠 무렵에는 심장에 스탠드를 박았고 당뇨와 혈압 약을 먹게 되었다. 회향식을 할 때는 부축을 받고 일어날 정도로 몸무게가 줄어 있었다. 반드시 법당은 완성하고 죽는다는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 1년 만에 130억이 모금되었다. 부처님의 가피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2012년 5월 2일, 논산훈련소 군법당인 호국연무사 낙성법회가 열렸다. 호국연무사는 군종특별교구의 역량이 총집결되었고, 종단의 지원과 전국 각계각층 불자들의 염원이 결집한 대작 불사였다. 자광 스님이 군종특별교구장으로 취임해서 성취한 가장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7,000여 사부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자광 스님은 “군종교구장으로 부임한 이래 논산훈련소 수계법회를 봉행할 때마다 가슴 한편이 늘 불편하고 답답했다.”라며, 낙후된 기존 법당을 일신할 불사에 대한 원력을 품은 채 동서분주하며 불사기금을 마련한 지난 1년을 회고했다. 호국연무사 창건은 군 포교 40여 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역사적인 불사로 길이 남을 것이며, 한국 불교의 역량 결집은 물론 미래 한국 불교 중흥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리에 참석한 사부대중들은 모두 혼신을 다한 자광 스님의 공로에 박수를 보냈다. 법당이 완성되고 그곳에서 법회나 수계식을 할 때면 수천 장병들의 염불소리와 찬불가 소리가 천상의 음악보다 더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지금도 스님의 귓가엔 법당을 가득 메우고 울려 퍼지던 젊은 장병들의 엄숙하면서도 숭고한 그날의 음성이 생생히 남아있다.
2018년, 호국연무사 내에 자광 스님의 공덕비가 세워졌다.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군 최대 전법도량의 불사를 이뤄낸 스님의 업적을 기린 것이다.
2018 호국연무사 공덕비 봉안식 및 수계법회
· 집필자 : 박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