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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각이 없으면 무량겁도 없나니

불심 도문 법사는 1959년 순창 아미산 대모암에서 학선 병식(學禪炳植) 스님으로부터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 화두를 결택 받고 참선 수행하여 인가를 받았다. 정전백수자 화두 수행을 통해 도문 법사는 대소유무(大小有無)와 시비이해(是非利害)의 분별의식(分別意識)을 초월한 경계(境界)에 들 수 있었다. 도문 법사는 같은 해 신라 천년고도 경주 남산 중 고위산 천룡사지에서 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뜻에 얽매이지 아니하는 수도를 한 끝에 한 경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수도송을 읊었다.
智慧第一文殊眼 지혜의 제일은 문수보살의 눈이요 行願第一普賢足 행원의 제일은 보현보살의 발이요 人來去人事分明 사람이 오고 가면 그 인사가 분명하니 欲知佛法往問知 불법을 알고자 하면 선지식에게 물어보라.
수도송을 읊는 순간에 도문 법사는 불타조사(佛陀祖師)의 혜명법(慧命法)은 무유정법(無有定法)임을 몸소 체득할 수 있었다. 도문 법사는 이어서 백제불교 초전법륜성지인 서울 서초동 우면산 대성초당지에서 참선 정진하다가 무학도(無學道)의 경지에 이르러 아래와 같은 무학도송을 읊었다.
念起念滅爲生死 생각을 일으키고 생각을 멸함을 생사라 하는구나 一念卽是無量劫 한 생각이 곧 이 한량없는 겁이니 無一念無無量劫 한 생각이 없으면 한량없는 겁도 없다 無念無說無學道 생각이 없고 말이 없는 것을 무학도라고 한다.
무학도의 경계에 대해 물으니, 도문 법사는 “천 가지 만 가지 생각 이전의 소식”이라고 답하였다. 도문 법사의 무학도송은 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를 떠올리게 한다. 법성게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一微塵中含十方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포함되고 一切塵中亦如是 모든 티끌 속에도 또한 그러하다.
공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작은 티끌이 시방을 머금는다는 것은 공간의 크고 작은 한정이 없다는 뜻이다. “자성(自性)은 공(空)한 까닭에 머무름이 없다.”는 게 도문 법사의 설명이다.
無量遠劫卽一念 한량없는 먼 겁이 곧 한 생각이요 一念卽是無量劫 한 생각이 곧 한량없는 겁이다.
겁(劫)은 시간의 가장 긴 단위이다. 사방 40리, 높이 40리의 성에 겨자씨를 가득 채워 놓고, 100년마다 한 알씩 가져가 겨자씨가 다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1겨자 겁이라고 한다. 사방 40리, 높이 40리의 큰 반석을 엷은 옷깃으로 스쳐 그 반석이 다 닳아져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1반석 겁이라고 한다. 이러한 장구한 영겁의 시간을 잡으려고 하면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과 같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본성(本性)은 시공을 초월해 존재한다.”는 게 도문 법사의 설명이다.
경주 천룡사지 탑전에서 기도 중인 불심 도문 법사
『벽암록』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고 그 자리는 바로 여기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를 전부로 여기며 살아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도문 법사는 수도 체험을 통해 깨달음의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며, 깨달음의 자리는 ‘바로 여기’임을 깨닫게 되었다.
· 집필자 : 유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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