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 도문 법사는 20세인 1954년 서울 대각사에서 범어사 조실 동산 혜일(東山慧日, 1890-1965) 스님으로부터 조주 선사의 ‘무(無)자 화두'를 결택 받고 인가를 받았다. 무자 화두는 많은 한국의 납자들이 참구하는 대표적인 공안이다. 무자 화두는 당나라 때 한 납자가, 모든 중생에게는 불성(佛性)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개에게도 불성이 있냐고 묻자 조주 선사가 없다고 대답한 것에서 연유한다.
용성 진종 조사도 20세에 금강산 표훈사에서 무융(無融) 스님으로부터 무자 화두를 받고 조사활구 간화선을 참구하기 시작했다. 무자 화두를 참구할 당시 심정에 대해 용성 조사는 아래와 같이 회고했다.
“공부를 하는 데 가장 요긴한 것이 이 간절할 절(切) 자이다. 간절하다는 말이 가장 힘이 있다. 간절하지 않으면 나태함이 일어나고 나태함이 생기면 제멋대로 방일하여 이르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다. 만약 공부에 마음을 쓰는 것이 진실로 간절하다면 방일이나 나태가 어찌 부산하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 간절하다는 말은 바로 그 자리에서 선과 악, 그리고 무기(無記)의 삼성(三性)을 초월한다. 마음을 쓰는 것이 매우 간절하면 선을 생각하지도 않고 악을 생각하지도 않으며 무기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화두가 간절하면 도거(掉擧, 들뜨고 혼란스러운 마음상태)도 없고 혼침(昏沈, 혼미하고 침울한 마음상태)도 없다. 간절하다는 말이 가장 친절한 글귀이다. 마음을 쓰는 것이 친절하면 틈이 없기 때문에 마귀가 침입할 수 없고 마음을 쓰는 것이 친절하여 유무(有無) 등을 생각으로 헤아리지 않으니 즉 외도에 떨어지지 않는다.”
경주 천룡사지 탑전에서 삼매에 든 불심 도문 법사
도문 법사는 서산대사가 『선가귀감』에서 역설했던 대로 무자 화두를 참구하는 내내 ‘굶주릴 때 밥을 생각하듯이 하고, 갈증이 날 때 물을 생각하듯이 하며, 어린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듯이 하고, 암탉이 알을 품듯이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했다. 그러다 보니 “크게 믿는 마음[大信心], 크게 격분하는 마음[大憤心], 크게 의심하는 마음[大疑心]이 마음공부의 세 가지 요점”이라는 용성 조사의 가르침을 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자 불성이 있다는 유(有), 불성이 없다는 무(無), 그 양변에 집착하지 않고 다만 순수한 무(無)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고요함과 깨끗함을 벗어나지 않게 되었다. 화두가 면밀하게 끊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무자 화두를 참구하면서 도문 법사는 “유와 무로 이해하는 것, 진무로 이해하는 것, 도리로 이해하는 것, 의근(意根)으로 헤아리는 것, 눈썹을 올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곳에서 근본을 헤아리는 것, 언어로 살 궁리를 모색하는 것, 표류하다가 일없이 상자 속에서 안주하는 것, 화두가 제기된 곳에서 알아맞히려 하는 것, 문장에서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것, 미혹으로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 등이 열 가지 선병”이라는 용성 조사의 가르침을 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무자 화두를 참구할수록 도문 법사는 당나라 향엄 지한(香嚴智閑) 스님의 아래 게송을 곧잘 읊조리게 되었다.
去年貧未是貧 작년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네
今年貧始是貧 금년의 가난이 진짜 가난일세
去年無卓錐之地 작년에는 송곳 꽂을 땅이 없더니
今年錐也無 금년에는 송곳마저 없어졌다네.
· 집필자 : 유응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