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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분별도 없는 절대평등의 세계

불심 도문 법사가 직접 체험해본 결과 수행의 으뜸은 여래선(如來禪)이었다. 여래선 수행은 수능엄삼매(首楞嚴三昧)에서 보살이 닦는 바른 수행이라는 게 도문 법사의 생각이다. 수능엄삼매는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서 적군을 무찔러 항복 받는 것처럼 번뇌의 마군(魔軍)에게서 항복 받는 것을 의미한다. 『능가경』에는 ‘무엇을 여래선이라고 하는가? 부처님과 같은 경지에 들어가서 스스로 성스러운 지혜를 깨달아서 삼종락(三種樂)에 머물러 모든 중생을 위해 불가사의한 많은 일을 하나니 이를 일컬어 여래선이라고 한다.’고 쓰여 있다. 여러 경전을 종합해보면, 여래선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여래의 말씀’ 즉, ‘부처님께서 설한 경전에 의거, 수행하여 깨닫는 선’이라는 뜻이다. 둘째, 여래가 깨달은 경지를 뜻하는데, 다른 말로는 ‘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 또는 ‘최상승선(最上乘禪)’이라고 한다. 규봉 종밀(圭峰宗密, 780-841) 선사는 『도서』에서 당시까지의 모든 수행법을 분류하면서 여래선을 가장 높은 경지의 선으로 봤다. 그 까닭은 자신의 마음이 본래 청정하여 번뇌가 없으며, 중생은 누구나 최고의 지혜인 무루지성(無漏智性)을 갖추고 있음을 깨닫는 수행이기 때문이다. 반면, 조사선과 간화선 수행자들은 여래선이 경전에 의존한다는 이유로 낮은 단계의 수행인 것처럼 폄하했다. 학문적으로 안 것에 불과하다고 하여 ‘의리선(義理禪)’이라고 폄하했던 것이다. 하지만 육조 혜능 대사의 출현 전까지는 여래선과 조사선의 구분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래선이란 달마 대사의 문하에 전해오는 선을 가리킨다. 그러던 것이 혜능 대사의 출현 이후 남종선에서 방할(棒喝)로 지도하면서부터 여래선과 조사선이 나눠지게 된 것이다. 여래선은 대장군이 부하, 장병 등을 거느리고 적군을 물리쳐 항복을 받는 것처럼 번뇌의 마군을 파멸하여 항복 받는 수행으로, 보살이 닦는 수능엄 3매(首楞嚴三昧) 선정수행(禪定修行)이다. 여래선의 정점에 이르러서 백척간두 진일보로 직전의 조사선(祖師禪)으로 들어간다. 적묵조료(寂默照了)의 묵조선(黙照禪)은 선정(禪定), 지혜(智慧)로 일체 경계를 대하되 경계에 희롱을 당하지 아니하고 경계에 팔리고 경계에 집착치 아니하고 경계의 주인공이 되는 선정 수행이다. 최후 정점의 조사 활구(祖師活句) 간화선은 대신근(大信根)‧대분지(大憤志)‧대의정(大疑情) 3대 요건을 갖추어 확철대오(廓撤大悟)하는 선정 수행이다. 불자로서 조사 활구 간화선을 통하여 확철대오하여 불타 조사(佛陀祖師)의 은혜를 갚는 불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도문 법사는 수행 방법의 차이를 기준으로 조사선을 묵조선과 간화선으로 나누고 있다. 묵조선에서 묵은 적묵(寂默)의 뜻으로 담연적정(湛然寂靜)한 심지본연(心地本然)의 체(體)를 뜻하고, 조는 조료(照了)의 뜻으로 소소영령(昭昭靈靈)한 심체(心體)의 용(用)을 뜻한다. 간화선에서 간(看)은 본다는 뜻이고, 화(話)는 화두(話頭) 내지는 공안(公案)을 뜻한다. 다시 말해 조사들의 공안을 투철하게 보는 수행인 것이다. 도문 법사가 보기에 간화선 수행을 하려면 대신근, 대분지, 대의정을 지녀야 한다. 대신근은 ‘나도 불보살님과 똑같은 불성을 지니고 있고 역대 조사님과 똑같은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대분지는 ‘불보살님도, 역대 조사님들도 수행하셔서 성불하셨듯이 나도 수행하면 성불할 수 있다.’는 굳은 마음을 지니는 것이다. 도문 법사는 대의정의 정의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방하착(放下着)할 줄 아는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방하착은 1,700공안 중 하나로써 흑씨범지(黑氏梵志)가 부처님을 찾아와서 합환오동(合歡梧桐) 꽃 두 송이를 들고 와서 공양한 데서 연유한다. 부처님께서, “선인(仙人)이여, 버려라.” 라고 말씀하시니, 흑씨범지가 왼손에 들고 있던 꽃 한 송이를 버렸다. 부처님께서 다시 선인이여, 버려라.” 라고 말씀하시니, 흑씨범지가 오른손에 들었던 꽃 한 송이마저 버렸다. 그런 뒤에도 부처님께서, “선인이여, 버려라.” 라고 말씀하시니, 흑씨범지가, “부처님이시여, 저는 지금 빈손으로 서 있는데 무엇을 더 버리라 하시나이까?” 라고 물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나는 그대에게 그 꽃을 버리라고 한 것이 아니고, 밖으로는 육진과 안으로는 육근과 그 중간의 육식을 일시에 모두 놓으라고 말한 것이다. 그렇게 더 버릴 것이 없는 곳에 이르러서야 나고 죽는 생사에서 벗어나느니라.” 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흑씨범지는 크게 깨달아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합천 가야산 해인사 용탑전에서 수행 중인 불심 도문 법사
『백유경(百喩經)』에는 이런 우화가 실려 있다. 원숭이 한 마리가 콩 한 줌을 쥐고 있다가 잘못하여 콩 한 알을 떨어뜨렸다. 원숭이는 떨어뜨린 콩을 잡기 위해 손을 펼쳤다. 그 바람에 쥐고 있던 콩들이 모두 땅에 떨어졌고 옆에서 기웃거리던 닭과 오리가 서둘러 달려와 바닥에 떨어진 콩들을 먹어치웠다. 이 우화에는 일부를 놓쳤다고 아쉬워하다가 전부를 잃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이야기 속의 원숭이처럼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탐욕 때문이다. 이야기 속의 원숭이처럼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으려면 방하착할 줄 알아야 한다. 당나라 때 조주(趙州) 스님은 ‘착득거(着得去)’라는 말씀을 남겼다. 착득거는 ‘짊어지고 가라’는 뜻으로 방하착의 반대말이다. 엄양(嚴陽)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어떻게 합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내려놓아라. 방하착하라.” 엄양 스님이 다시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무엇을 내려놓는다는 말입니까?” 그러자 조주 스님이 말했다. “그렇다면 짊어지고 가라. 착득거하라.” 조주 스님은 엄양 스님에게 아상(我相)을 없애라고 에둘러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말귀를 못 알아들은 엄양 스님은 무엇을 내려놓느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조주 스님은 짊어지고 가라고 힐난하는 것이다. 도문 법사가 “대의정을 하려면 방하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는 어떠한 분별도 없는 절대평등의 세계에 이르러야 불가사의한 의정(疑情)의 덩어리가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여래선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10신(十信), 10주(十住), 10행(十行), 10회향(十廻向) 수행을 마친 환희지(歡喜地), 이구지(離垢地), 발광지(發光地), 염혜지(焰慧地), 난승지(難勝地), 현전지(現前地), 원행지(遠行地), 부동지(不動地), 선혜지(善慧地), 법운지(法雲地)인 10지보살(十地菩薩)이 수능엄삼매에 이르는 선정 수행을 말한다. 십지(十地)란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인 52위 가운데 제41위에서 제50위까지의 10위를 말한다. 이 십지는 불지(佛智)를 생성하고 능히 주지(住持)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며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을 주는 것이 마치 대지가 만물을 싣고 이를 윤택하게 하고 요익하게 함과 같으므로 지(地)라고 이름한 것이다.
  • ① 환희지: 처음으로 참다운 중도지를 내어 불성의 이치를 보고 견혹(見惑)을 끊으며 능히 자리이타(自利利他)하여 진실한 희열에 가득 찬 지위를 말한다.
  • ② 이구지: 수혹(修惑)을 끊고 범계(犯戒)의 더러움을 제하여 몸을 청정하게 하는 지위를 말한다.
  • ③ 발광지: 수혹(修惑)을 끊어 지혜의 광명이 나타나는 지위를 말한다.
  • ④ 염혜지: 수혹을 끊어 지혜가 더욱 치성하는 지위를 말한다.
  • ⑤ 난승지: 수혹을 끊고 진지(眞智)와 속지(俗智)를 조화하는 지위를 말한다.
  • ⑥ 현전지: 수혹을 끊고 최승지(最勝地)를 내어 무위진여(無爲眞如)의 모양을 나타내는 지위를 말한다.
  • ⑦ 원행지: 수혹을 끊고 대비심(大悲心)을 일으켜 이승(二乘)의 오(悟)를 초월하여 큰 진리 세계에 도달하는 지위를 말한다.
  • ⑧ 부동지: 수혹을 끊어 이미 전진여(全眞如)를 얻었으므로 다시 동요되지 않는 지위를 말한다.
  • ⑨ 선혜지: 수혹을 끊어 부처님의 십력(十力)을 얻고 그 중생의 근기에 따라 교화의 가부(可否)를 알아 공교하게 설법하는 지위를 말한다.
  • ⑩ 법운지: 수혹을 끊고 끝없는 공덕을 갖추어 중생에 대하여 이익 되는 일을 행하여 대자운(大慈雲)이 되는 지위를 말한다.
또 이것을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 방편(方便), 원(願), 력(力), 지(智)의 10바라밀에 배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보살 수행의 기간인 3대 아승지겁(三大阿僧祗劫) 중 처음 환희지까지의 수행에 제1대 아승지겁이 걸리고, 제7 원행지까지의 수행에 제2 아승지겁이 걸린다고 한다. 등각위(等覺位)란 보살이 수행하는 제51위(位)의 이름인데 이는 보살의 극위(極位)로서 그 지혜가 만덕 원만한 부처님과 대개 같다는 뜻으로 등각(等覺)이라 하였으며 등정각(等正覺) 금강심(金剛心) 일생보처(一生補處) 유상사(有上士)라고도 한다. 묘각위(妙覺位)란 자각각타(自覺覺他)하고 각행원만(覺行圓滿)하여 불가사의한 것을 묘각이라고 한다. 보살이 비록 자각각타가 병행한다 하나 원만하지 못하고 독불(獨佛)만의 이각(二覺)이 원만하여 각체(覺體)가 불가사의한 것을 말하고, 보살 수행계위인 52위(位)를 말한다.
· 집필자 : 유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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