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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에 핀 연꽃처럼 세상을 정화하다

불심 도문 법사는 용성 조사, 동헌 조사의 맥을 이어 정법안장을 계승했다는 점에서는 가섭 존자에 비견할 만하며, 용성 조사의 드높은 가르침을 불서로 출간해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는 아난 존자에 비견할 만하며, 격동의 근·현대사 과정에서 이르는 사찰마다 전법교화를 통해 대중을 안심입명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는 부루나 존자에 비견할 만하다. 도문 법사가 출가사문으로서 살아오면서 남긴 업적은 실로 높고 크다고 할 것이다. 도문 법사의 행장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평생 동안 자신이 깨달은 바를 대중에게 회향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출가 후 고행주의자인 마하 바르가바와 선정주의자인 마하 우드라카 라마푸트라에게 찾아가 깨달음을 구하지만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부처님이 보기에 선정주의자와 고행주의자 둘 다 도탄에 빠져 있는 중생들을 외면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당나라 마조 도일 선사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고 설하였다. 평상시의 마음이 바로 크나큰 깨달음이라는 의미이다. 당나라 운문 선사는 젊은 수좌가 와서 “무엇이 부처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간시궐(乾屎厥)”이라고 답했다. 젊은 수좌는 불성(佛性)에 대해 물었는데 운문 스님은 난 데 없이 ‘똥 막대기’라는 답을 던진 것이다. 우주만물이 불성을 지니고 있으니 무엇을 예로 들어도 상관은 없을 것이지만 굳이 더러운 똥 막대기의 비유를 든 이유는 철저히 깨달은 사람에게는 깨끗함[淨]과 더러움[不淨]의 경계마저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무심의 경계에 들면 똥 막대기도 부처님으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화엄경』 「입법계품」에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선재동자에게 “그대가 구도의 길을 떠나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대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도문 법사는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이 부처님임을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 진흙 속의 연꽃이 되길 자처했던 것이다. 시냇물 소리가 부처님 설법이고 산 빛이 부처님 법신임을 몸소 체득한 도문 법사이기에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이 예토를 정토로 만들고자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이다. 도문 법사는 부처님께 귀의한 뒤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일념으로 정진한 끝에 부처님과 조사님들의 현지(玄旨)를 깨달았으니 선교(禪敎)에 두루 밝고 이사무애(理事無碍) 했음은 물론이고, 행지(行止)가 불승(佛乘)에 계합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는 보고, 듣고, 거둔 것이 생멸이 없는 본분이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때로는 천 개 산의 눈을 밟고, 때로는 만 개의 냇물을 건너는 대기대용의 격외시적(格外示蹟)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불일(佛日)은 더욱 높아졌고, 전등의 불빛은 더욱 밝아졌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도문 법사가 남긴 발자취는 강물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는 지극히 깊고 유장한 불법의 흐름 그 자체이며, 도문 법사가 남긴 법어들은 ‘소리 앞의 한 소리[聲前一句]’, ‘소리 뒤의 한 소리[聲後一句]’여서 법문은 그 자체가 ‘소리 밖의 소리[聲外句]’가 되는 것이다. 『선문염송』에는 아래의 구절이 있다.
未離兜率 세존께서는 도솔천을 떠나기 전에 已降王宮 이미 왕궁에 태어나셨으며, 未出母胎 모태에서 태어나시기 전에 度人已畢 이미 중생을 다 제도해 마치셨네.
부처님께서는 삶과 죽음을 초월한 존재이니 나타남과 사라짐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티끌이 얼룩진 세계에서 해탈을 이루는 길을 열어주셨다. 도문 법사의 생애 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니, 『법화경』에서 ‘끝없는 세계의 경계에는 나와 너 사이의 거리가 없고, 열 번의 세상을 사는 동안 항상 한 생각만은 여의지 않았으니’, 라고 한 것과 같다. 또한 이 ‘한 생각’은 아래 『법화경』 내용과 통하는 것이다.
爲度衆生故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方便現涅槃 방편으로 열반을 나타내지만 而實不滅度 실제는 내가 멸도하지 않고 常住此說法 항상 여기에 머물러 법을 설함이니라.
아버지인 임철호는 임종 전에 도문 법사에게 한 알의 밀알이 되어서 용성 조사의 유훈 10사목을 실현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은사인 동헌 조사 역시 입멸 전에 용성 조사의 유훈 10사목 국내외 실현을 발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비유컨대 도문 법사의 생애는 연꽃 씨앗 한 알이 떨어져서 진흙밭을 아름답고 향기로운 연꽃들의 세상으로 만든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집필자 : 유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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