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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을 잇다

山水與柱杖 산수와 더불어 주장자를 古人曾點得 고인이 일찍이 지시하여 얻었도다. 我也打合睡 나는 앉아서 졸음을 타파하니 淸風過虛庭 청풍이 허공을 곧게 넘더라.
위 게송은 석가여래부촉법 제68세, 석가여래부촉계대법 제75세, 조선불교중흥율 제6조 용성 조사께서 동헌 조사에게 내린 전법게(傳法偈)이다. 전법게를 내린 뒤 용성 조사는 동헌 조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간 내가 해오던 일을 네게 맡기고자 한다. 지난 3월 31일 임철호의 아들인 윤화가 태어났다. 너는 잊지 말고 윤화가 열두 살이 되면 장성 백암산 백양사 조실 만암 스님이 수계사가 되어 사미십계를 받을 수 있게 하고, 너는 도문의 은사가 되어라. 그리고 불심 도문이 견도, 수도, 무학도의 경지를 넘어 오도하면 대각응세(大覺應世) 신축년(서기 1961년)에 선찰 대본산 부산 동래 금정산 범어사에서 석가여래부촉법 제70세, 석가여래부촉계대법 제77세, 조선불교중흥율 제8조로 전법하여 불타조사의 정법안장을 잇도록 하라.” 도문 법사가 견도-수도-무학도-오도의 경계를 차례대로 체험하고 크나큰 깨달음을 얻을 것임을 용성 조사는 이미 오래전에 예견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동헌 조사는 도문 법사가 오도의 경계에 이르렀을 때 아래와 같은 전법게를 내렸다.
龍師所授法 용성 스님께서 전하신 법은 非法非非法 법도 아니고 법이 아닌 것도 아니다. 吾今無傳傳 내가 이제 전하는 바 없이 전하노니 汝亦無受受 너 또한 받은 바 없이 받을지어다.
이 전법게를 받음으로써 도문 법사는 부처님께서 가섭 존자에게 삼처전심(三處傳心)을 통해 전하신 정법안장(正法眼藏)을 계승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수많은 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꽃을 들어보였을 때 오직 가섭 존자만이 미소를 지은 일화에서 알 수 있듯, 정법안장의 계승은 말이나 문자가 아닌 오직 마음으로만 전할 수 있다. 정법안장을 잇는 것은 세속적 기준의 시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성전일구(聲前一句) 즉, 소리 나기 전의 한 구절을 알아들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전법게를 받고 정법안장을 계승하려면 부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수많은 전생에 수미산처럼 높은 수행을 하고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공덕을 쌓아야만 가능하다. 도문 법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집안의 선친들이 대대손손 부처님께 귀의해 자비적선을 쌓았음은 물론이고, 용성 조사가 하는 크고 작은 불사마다 물심양면으로 적극 동참해왔다. 이러한 법연(法緣)으로 말미암아 용성 조사는 1935년 5월 자신의 72회 생일을 맞아 서울의 대각사에서 상좌인 동헌 조사에게 도문 법사의 정법안장 계승을 당부했던 것이다. 이처럼 도문 법사는 태어나기 전부터 출가자의 운명을 타고난 것은 물론이고 석가여래부촉법과 석가여래부촉계대법, 조선불교중흥율을 계승할 운명을 타고났던 것이다. 도문 법사가 계승한 정법안장을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가섭 존자가 계승한 정법안장은 28대 보리달마 대사에 의해 중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혜가-신광-승찬-도신-홍인-혜능 대사로 이어지다가 혜능 대사의 문하에서는 임제종, 위앙종, 조동종, 운문종, 법안종 등 5종의 가풍이 일어난다. 이후 석가여래부촉법은 석옥 청공 조사에 이르러 해동, 당시로는 고려에도 꽃씨를 뿌리게 된다. 태고 보우(太古普愚, 1301-1383) 조사는 석가여래부촉법 제57세인 동시에 해동의 종조(宗祖)가 되는 것이다. “지극히 큰 것이 바로 이 마음이고 지극히 성스러운 것은 바로 이 법이니, 등불들의 밝음이 차별이 없듯이 이 마음을 스스로 통달해 마치라.” 라는 태고 조사의 가르침은 환암 혼수, 구곡 각운, 벽계 정심, 벽송 지엄, 부용 영관, 청허 휴정, 편양 언기, 풍담 의심, 월담 설제, 환성 지안 조사로 이어지지만,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말미암아 석가여래부촉법 대신 석가여래부촉계대법으로 계승될 수밖에 없었다. 석가여래부촉계대법은 금계 원우, 청파 혜원, 백인 태영, 완진 대안, 침허 처화, 초우 영선, 남호 행준 조사 순으로 계승돼 제75세 용성 조사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용성 조사는 석가여래부촉법 제67세 환성 지안 조사가 105년 만에 다시 이 땅에 오신 것이므로 석가여래부촉법 제68세가 되는 것이다. 석가여래부촉법이 숨을 무렵 조선불교의 율맥(律脈)도 숨을 수밖에 없었다. 조선불교의 율맥을 다시 계승한 분이 대은(大隱) 율사이다. 대은 율사는 경남 하동 지리산 칠불암에서 서상수계(瑞祥受戒)를 받음으로써 조선불교중흥율의 초조(初祖)가 된다. 2조는 대은 율사의 은사인 금담(金潭) 율사이다. 이 율맥은 초의, 범해, 선곡 율사로 계승되다가 드디어 용성 율사에 닿는 것이다.
· 집필자 : 유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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