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제 대선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후계자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전해진 심인법(心印法)을 면면히 잇고 있는 제79대 법손(法孫)이다. 기원전 6세기 불교의 교조(敎祖)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은 골수의 진리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무려 2,500여 년이란 오랜 전법의 세월은 무상(無常)의 세월이자 시련의 세월이기도 했다. 현재 세계에서 오직 한 가닥 실낱같이 대한민국에만 남아있다. 진제 선사는 그 희유하고 상서로운 계승의 주역이다. 부처님의 진리 가운데 최상승의 세계인 향상일로(向上一路)의 경지를 다시금 개척해 한국 선(禪)의 안목을 진일보시켰다. 자신을 흠모하며 따라오는 수행자들에게 향상일로의 안목을 전해주며 바야흐로 깨달음의 표준으로 자리했다.
부처님의 심인법이 한국으로 전래된 것은 부처님의 57대 법손인 고려시대 태고 보우(太古普愚, 1301-1382) 국사에 의해서다. 고려 공민왕의 스승이었던 그는 46세에 중국으로 건너가 석옥 청공 선사에게서 법을 이어받고 해동 임제종의 시조가 되었다. 이렇게 태고보우 국사가 가져온 심인법은 근대에 들어 경허-혜월-운봉-향곡 선사로 내려오는 종맥(宗脈)을 형성했다. 그리고 78대 법손 향곡 선사로부터 인가를 받은 진제 대선사는 종단의 법통(法統)을 확립한 대종장(大宗匠)으로서 국민과 세계인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을 제공하고 있다.

전법게: 경허 - 혜월 / 전법게: 혜월 - 운봉
전법게: 운봉 - 향곡 / 전법게: 향곡 - 진제
1994년 대구 동화사 조실(祖室)로 추대된 후 20여 년간 해마다 여름과 겨울 안거 결제에 임하는 전국 2,000여 명의 수좌들과 재가 수행자들에게 결제법문을 내려준다. 직접 참선수행을 지도하며 혜안을 밝혀주고 있다. 1996년에는 조계종립 기본선원의 조실로 추대돼 2011년까지 16년 동안 참선 공부를 시작하는 출가 수행자들에게 바른 참선법을 지도했다. 무엇보다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는 종정을 13·14대 2회에 걸쳐 연임하며 10년간이나 한국불교의 최고지도자로서 그 정체성을 공고히 해왔다.
진제 선사가 한국불교의 대표 선지식으로 자리매김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 덕분이다. 산중 스님들의 전유물이었던 참선법을 사람들에게 전파해 부처님과 같은 진리의 복락(福樂)을 함께 누리게 했다. 부산에 해운정사를 창건해 승속을 막론하고 선법을 지도함으로써 선의 대중화, 생활화를 실현했다. 선사의 향훈은 세계로 뻗어나갔다. 한국불교의 역사상 한국 스님이 선을 ‘배우러’ 중국에 건너간 적은 있어도, 선을 가르치기 위해 간 적은 없었다. 진제 선사가 유일무이하다. 한국불교 사상 전례가 없었던 일로, 중국의 9개 대표 선찰(禪刹)을 방문해 깨달음의 안목을 점검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졌다. 2002년에는 불교 역사상 최초로 국제무차선대법회를 개최해 한국불교의 위상을 세계에 드날렸다. 2011년 9월 15일 미국 뉴욕 리버사이드교회(The Riverside Church)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간화선 대법회’를 개최함으로써 동양정신문화의 정수인 한국의 간화선을 세계에 널리 선양했다. 2012년 초 한국 스님으로는 최초로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UN 세계종교지도자모임의 초청으로 ‘유엔 플라자 처치 센터(Church Center of the United Nations)’에서 현지 종교지도자들과 환경단체지도자, 각국 대사관 관계자 등 100여 명의 지도자들에게 법문을 했다. 불교의 진수를 지구촌 만방에 설파한 진제 선사는 그 자체가 한국이 자랑할 만한 정신문화유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부처님의 심인법은 말 그대로 지위나 학위가 아닌 오로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뿐이다. 1967년 깨달음을 인가받은 후 56년간 참선을 지도했지만 진제 선사에게서 법을 인가받은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선사의 입장에서 자신을 이을 80대 법손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부처님은 “스승 없이 깨달았다고 하는 자는 모두 마구니요, 외도이다.”라고 지적하신 바 있다. 눈 뜬 자만이 길을 인도할 수 있기에 참선 수행자들에게 안목을 점검해줄 스승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진제 선사가 그 역할을 굳건히 해오고 있다. 스스로 선의 최고 마스터임을 자임하는 동시에 제방의 선객들도 존경심을 표하고 있다. 종교를 막론하고 모두가 우러를 만한 어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은 일반적으로 조사선(祖師禪)을 가리킨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깨달음을 이룬 조사들이 행하고 가르친 선을 일컫는다.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 보리달마가 싹을 틔우고 6조 혜능이 완성했다. 진제 선사가 그 현신(現身)이라고 향곡 선사가 격찬했던 그 인물이다. 달마는 서기 527년 남북조시대에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문자와 형상에 의존하지 않는 무심(無心)의 선법을 펼쳤다. 달마의 법은 2조 혜가(慧可)에게 전해졌고 이후 3조 승찬(僧璨), 4조 도신(道信), 5조 홍인(弘忍)을 거치면서 숙성됐다. 6조 혜능(慧能)이 조사선의 종결자이다. 그는 ‘마음이 곧 부처’라는 즉심즉불(卽心卽佛)의 사상으로 모든 인간이 부처임을 공언하였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본성이 바로 불성(佛性)이며 ‘자기 자신이 부처’임을 자각하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 육조 혜능의 계보를 잇는 부처님의 79대 법손 진제 대선사 역시 조사선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인물이다.
진제 선사의 스승인 향곡 선사는 “진제는 육조 혜능의 현신(現身)이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아울러 “너의 대(代)에 선풍(禪風)이 크게 흥할 것이다.”라고 예언하고 격려했다. 이제 선의 황금기가 완연하게 돌아왔다. 중국 당나라 조사선의 육조 혜능 선사가 주도했던 호시절이 1,300여 년을 훌쩍 지나 한반도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진제 선사가 신세계를 열어보였다.
· 집필자 : 장영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