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제 선사는 불사(佛事) 분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당신의 불사는 비단 부처님을 예경하는 사찰을 창건하는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필생의 숙원이었던 깨달음을 이뤄 영원한 안락을 성취한 선사였다. 동시에 큰스님으로서 영원한 안락을 모든 불자들이 향유하도록 할 책임이 있었다. 오직 간화선만이 무한한 행복을 줄 수 있으므로 간화선을 수행할 수 있는 도량을 마련하기 위해 절을 지었다. 해운정사(海雲精寺)가 간화선 세계화의 시작이었다면, 성담사(聖潭寺)는 마지막 회향이었다.
경허-혜월-운봉-향곡 선사로 이어지는 불조(佛祖)의 정맥을 계승한 진제 선사는 본격적으로 대중포교에 나섰다. 특히 향곡 선사는 선사에게 인가를 하며 “너의 대(代)에 선풍(禪風)이 크게 흥하리라.”라고 예언하였다. 진제 선사 스스로도 부처님의 심인법이 심산유곡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이에 1971년 시민참선도량인 해운정사를 1971년에 창건했다. 단순히 사찰이 아니라 부처를 길러내는 선불장(選佛場)이다.
부산 해운대는 국내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진제 선사가 창건한 해운정사는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위치했다. 진제 선사는 모든 인류와 일체중생을 제도하고 임제(臨濟)의 법맥을 이을 법제자를 양성할 인연터를 찾아 전국의 산천을 두루 돌아다녔다. 마침내 해운대 장수산에 이르러, 태백산맥이 굽이쳐 내려와 장중한 기운이 맺힌 것을 보고는 이내 결정했다. 산의 모습이 장려하고 진중하여 최상의 공부터임을 간파했다.
장수산의 뒷모습은 거대한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고 해운대에서 바라보는 앞모습은 새끼를 품고 있는 암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좌청룡 우백호가 뚜렷하고 앞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다. 예로부터 풍수가들은 위대한 인물이 끊이지 않고 나올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았다. 더구나 산과 바다를 같이한 곳에 민가가 자리하고 있어 중생 교화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해운정사 원통보전
해운대에 자리한 해운정사는 관음도량이다. 바닷가에 자리한 사찰들은 전통적으로 해수관음신앙이 발달해 있다. 큰법당인 원통보전을 비롯해 대불전(상선원), 하선원, 관음보궁, 범종루, 요사채 등을 갖추었다. 무엇보다 양명하고 장엄한 기운 덕분에 수행자들의 참선도량으로 인기가 높다. 가람을 창건한 진제 선사는 선풍을 널리 펼치며 스승의 예언을 현실로 만들었다. 제방의 운수납자와 재가불자들이 운집해 그야말로 영산회상을 이루며 부처님 당시의 교단을 재현하고 있다. 특히 시민선방에는 선사 아래서 3~40년을 간화선 참구에 몰두한 불자들이 스님들 못지않은 안목을 보여준다. 스님들이 수행하는 상(上)선원과 재가자들이 수행하는 하(下)선원은 1년 내내 수행 정진의 열기로 가득하다.
간화선의 세계화라는 진제 선사의 원력은 2021년 12월 참선전문도량인 성담사 창건으로 회향한다. 선사의 고향인 경상남도 남해군에 위치한 성담사는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무려 1만 평이 넘는 39,600㎡(12,000평)의 면적이다. 드넓은 경내지에 대웅전, 극락전, 요사채, 공양실, 염화실, 석굴암 부처님을 모신 불조심인전 등을 갖췄다. 특히 참선도량을 표방하는 만큼 스님들이 가행정진하는 선림선원과 재가자를 위한 국민선원이 눈길을 끈다. 관세음보살상도 세워 사람들에게 깊은 신앙심도 심어준다.
성담사 전경
물론 성담사 역시 해운정사와 마찬가지로 사찰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부처님을 믿는 것을 넘어 부처를 길러내는 공간이다. 진제 선사의 일관된 목표는 참선을 통한 지구촌의 평화다. 모든 인간이 화두를 들고 비로소 타파할 때만이 인류의 평안과 행복이 성취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굳은 마음은 2011년과 2012년 미국 뉴욕에서 법회를 봉행했을 때 확립되었다. 세계 최강대국의 국민들이 참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세계를 주무르는 지도급 인사들에게 참선을 가르쳐주면서 간화선의 세계화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성담사의 정체성에 선을 새겨넣었다. 선림선원과 국민선원은 그 상징과도 같다. ‘선림선원(禪林禪院)’에서는 제방의 신심 있고 용맹심 있는 수좌들 20명이 하루 13시간 수행정진하는 1년 결사에 참여하고 있다. 말 그대로 1년 동안 오로지 화두만 드는 것이다. 결사 참여자들은 개인 방사(房舍) 없이 한 방에서 함께 정진하고 취침하며 생활한다. 산문을 폐쇄하고 휴대전화는 압수했다. 오직 대오견성만을 생각하고 일체의 사사로운 번뇌 망상을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보통 승가에서는 3개월을 집중적으로 수행하지만 성이 차지 않는다. 진제 선사는 “마치 가마솥에 물을 끓이려고 장작불을 때다가 미지근할 때 불을 빼버리는 것과 같다.”며 3개월 안거보다 더 긴 시간을 요구한다. “바위처럼 꿈쩍하지 않고 1년은 정진해야만 도를 이룰 수 있다.”라며 1년 결사를 성담사의 철칙으로 설정했다. 결사는 1년씩 연마다 반복된다. 재가불자를 위한 참선공간인 국민선원도 개원했다. 누구나 3개월씩 안거하며 간화선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종교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참선을 배우고자 한다면 누구나 환영이다. 모두가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면 온 세계가 더불어 평화롭고 아름다운 지구촌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선사의 원력은 따스하고 순정하다.
· 집필자 : 장영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