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광복 70주년이었다. 1945년 우리 민족은 35년간 계속된 일본의 지배에서 비로소 해방됐다. 2015년은 그만큼 뜻깊은 해였고 정부와 민간이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열고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불교계도 축하 행렬에 동참했다.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었다. 무려 31만 명의 불자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평화를 염원했다.
한국불교 역사상 최대 규모 법회로 기대를 모은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거행되었다. 이 대회는 ‘거행’이라는 단어로 그 광경을 모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규모였다. 2015년 5월 1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은 전국에서 모인 31만 사부대중의 우레와 같은 기도와 박수 소리로 물들었다.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사부대중의 웅장한 염불소리는 한국불교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
지구촌 주요 종교지도자들은 세계평화기원선언을 통해 종교간 화합으로 인류에 희망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종단의 행정수반이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지도자인 조계종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은 한반도 통일선언을 발표하며 남북통일을 위한 종단의 노력을 약속했다. 물론 이날 법회의 주인공은 조계종 종정이었던 진제 선사였다. 간화선의 세계화와 남북통일을 발원하며 스스로 마련한 법석이었다.
진제 선사는 수십만 명의 참석자들에게 평소 강조하던 ‘참나’의 의미를 일깨우며 종단의 정통수행법인 간화선의 진수를 선보였다. 법문은 ‘스스로 부처이며 모두가 부처’라는 선언으로 갈무리됐다. 이날만큼은 온 세상이 ‘무차(無遮)’였다. 부처님의 가르침 아래서 아무도 차별받지 않았고 모두가 아름다웠다.
땅거미가 질 무렵부터 일찌감치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31만 명이다. 광화문 앞부터 서울특별시청까지 2km에 달하는 광화문대로는 전국에서 찾아온 불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식전행사가 조금씩 분위기를 돋우었다. 각국에서 찾아온 스님들이 청중들과 수행에 관련한 문답을 나누는 ‘달마 토크(Dharma Talk)’, 풍물패와 무용단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진혼제, 예불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수십만 명이 지극정성으로 외는 석가모니불 정근(精勤)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오후 8시 법고(法鼓)가 서울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북소리가 웅장한 가운데 주요 내빈들이 광화문 앞에 마련된 특설도량에 올랐다. 이어 종단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인 진제 종정예하가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면서 본대회가 문을 열었다. 인근 조계사에서 들려오는 평화의 타종(打鐘)도 장엄했다. 영원한 안락과 행복을 바라는 일체중생의 간절한 마음을 묵직한 법음으로 전했다.
이어 한반도 통일을 향한 불교계의 발원을 천명하기 위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연단에 섰다. 총무원장 스님은 ‘한반도 통일선언’을 발표하며 일심(一心)과 합심(合心)을 바탕에 둔 불교적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스님은 “민족 동질성 회복과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한국불교는 공존, 상생, 합심의 통일 논리에 따라 민족 동질성 회복사업, 인도적 지원사업,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로, “불자 여러분께서 통일을 향한 우리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달라.”하며 격려했다.
무차대회의 궁극적 의의는 비단 역대급 규모에만 있지 않았다. 산중에서 은둔하던 선(禪)이 광장으로 내려와 대중과 소통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진제 선사가 있었고, 참나의 법어가 있었다. 5분간의 입정(入定)으로 거대한 침묵이 흐르던 찰나에 사자후가 터졌다.
종정예하는 필생의 화두인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 화두를 던지며 영원한 행복으로 가는 길인 ‘참나’에 대한 통찰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중국 당나라의 마조 도일(馬祖道一) 선사와 재가(在家) 선지식이었던 ‘방거사(龐居士)’ 가족의 일화를 소개하며 언어분별을 벗어난 격외(格外)의 경지를 한껏 드러내 보였다.
특히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말씀이 인류에게 장군죽비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나 혼자만 구원 받으면 되고,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오늘의 사회풍조 속에서 인격도야의 실천행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가슴을 울렸다. 진제 선사는 무차대회 직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광화문 분향소에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법어를 행동으로 옮겨 보였다.
마지막으로 무차대회는 전 세계 20여 개 국가에서 찾아온 해외 종교지도자들이 세계평화기원문을 낭독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이들은 세계평화기원문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 어떠한 폭력이나 배타적인 행위도 반대하며, 종교간 대화와 교류에 적극 협조하여 종교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무려 31만 명이 모인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는 한국불교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법회로 기록될 것이다. 이 거대한 회상(會上)에서 진제 선사는 간화선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힘과 위상을 뽐내며 국민들에게 긍지를 심어주었다. 외형뿐만 아니라 내용도 충실했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모두 참나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감동적이었다. 가벼움과 졸렬함이 미덕이 되어버린 세태를 향해, 인생의 참다운 가치에 대한 해법을 내려주었다.
· 집필자 : 장영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