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는 인간 내면세계의 정화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협력하는 우애로운 형제가 되고,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동양정신문화의 골수인 간화선은 모든 종교와 사상을 초월하여 참나를 깨달아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는 훌륭한 수행법입니다.
2011년 9월 15일 한국불교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이날 저녁 7시 리버사이드교회(The Riverside Church)에는 2,0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예배나 찬양이 아니라 스님의, 그것도 멀리 한국에서 온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였다. 거대한 청중은 진제 선사의 말씀을 듣기 위해 숨을 죽였다. 교회였지만 사찰이었다. 30미터에 달하는 건물 천장에 한국에서 이운해 온 대형 괘불탱을 걸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장소가 부처님이 내려다보는 회상(會上)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리버사이드교회에서 불교의 법회가 봉행된 것은 1930년 건립 이후 최초다. 전무후무할 것이다.
법상에 오른 진제 선사는 ‘참나’에 대한 설명으로 운을 뗐다. “누구나 스스로 깨달아 마음의 고향에 이르면 어머니의 품과 같이 온갖 시비 갈등과 시기와 질투가 끊어 없어져서 대안락과 대자유, 그리고 무량한 대지혜를 수용하게 돼 ‘평화의 꽃’이 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참나를 깨닫는다고 하는 것은 모든 종교와 정치제도, 문화적 제약에서 벗어난 절대 자유인이 되는 것이니, 인류의 희망 역시 참나를 깨닫는 데 있고, 미래가 여기에서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인류 구원의 열쇠는 참나의 발견인 것이다.
리버사이드 교회 설법
법문은 30여 분간 이어졌다. 선사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참나에 이를 수 있는 길인 간화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아침저녁으로 좌복 위에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허리를 곧게 하고 가슴을 편 다음 두 손은 모아서 배꼽 밑에다 붙인다. 눈은 2m 아래에다 화두 생각을 두고 응시하되, 혼침과 망상에 떨어지지 않도록 눈을 뜨고 몰두해야 합니다.”
관건은 습관화와 지속성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앉아서 무르익어지고 나면, 일상생활 속에 오나가나 앉으나 서나 일을 하나 산책을 하나 잠을 자나 오매불망 간절히 화두의심에 몰두해야 합니다. 이렇게 화두일념에 푹 빠져서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가 홀연히 사물을 보는 찰나에, 소리를 듣는 찰나에 화두가 박살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밝은 지혜의 눈이 열리어 억만년이 다하도록 항상 밝아있게 됩니다. 만인을 향한 진리의 지도자, 하늘세계와 인간세계의 사표가 되어 자유자재하게 활개를 치게 되는 것이지요.”
선사는 마지막으로 “무운생령상, 유월낙파심(無雲生嶺上, 唯月落波心)”이라는 게송을 던지며 자신의 까마득히 높은 경지를 시(詩)로 드러내 보였다. “산봉우리에 구름이 걷히니 산마루가 드러나고, 밝은 달은 물결 위에 떠 있음이로다.” 이색적이면서 심오한 내용에 현지인들은 낯설어하면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마침내 ‘무엇이 참나인가?’라는 의미의 “What is your true self?”라는 진제 선사의 마지막 우렁찬 물음에 귀가 열린 듯했다. 법문을 경청한 대중은 기립박수와 환호성으로 선사에게 호응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시민들에게 대한민국만이 온전히 계승하고 있는 불교의 최상승법이 전해진 순간이었다.
화두와 참선에 관한 질의응답 시간도 눈길을 끌었다. ‘깨달으면 어떤 느낌이 오는가’라는 질문에 진제 선사는 “어둠을 뚫고 지혜광명이 빛을 발해서 오는 환희는 어디에도 비할 데가 없다.”며 직접 도전해보라고 격려했다. 또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라는 물음에는 “도를 깨친 자에겐 나고 죽음이 없고 오직 참나만이 있을 뿐”이라며 초연하게 설명했다.
미국인들은 진제 선사의 인간적인 면모에도 감복했다. 선사는 자신이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친절하고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석우(石友) 선사에게서 ‘범부 중생도 위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과감하게 출가한 이야기,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던고?’라는 화두를 받아 정진했던 일화, 모든 화두를 타파했으나 ‘일면불월면불(日面佛月面佛)’ 화두에 막혀 다시 5년을 죽은 셈치고 달려들었던 일 등등, 그야말로 깨달음에 진심이었던 그간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주었다. “출가 이후 13년간 미움과 원망, 시기 질투를 내려놓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며 인간적인 감정도 토로하였다. 번뇌와 마음 속 응어리에 민족과 인종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동양에서 온 영적 지도자의 묵직한 고백은 현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진제 선사의 리버사이드교회 법문을 못마땅해 한 이들도 있었다. 일부 한국 기독교단체들을 선사가 방미하기 전에 반대 성명을 내고 훼방을 놓았다. 하지만 볼멘소리는 그들의 것일 뿐이었다. 종교화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호평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특히 미국의 중요 정치인 등 유력인사들이 반겨준 덕분에 단순히 종교행사로 끝나지 않았다. 진제 선사는 불교와 기독교의 교류를 넘어 한미동맹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한 민간 외교사절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Bill Clinton)은 메시지를 통해 “한국의 진제 선사를 초청하여 리버사이드교회에서 법회를 열게 돼 상당히 기쁘다.”며, “리버사이드교회는 모든 종교가 소통하는 문화의 장이므로 진제 선사의 간화선대법회가 많은 이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당시 뉴욕시장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자랑하는 뉴욕은 다양성이 재산이며, 이를 세계적인 문화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라며, “이번 법회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로버트 콜먼(Robert Coleman) 리버사이드교회 담임목사 역시 “지금 여기에서 마음을 열고 평화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라며 찬사를 전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표적인 교회에서 한국의 스님이 법문을 한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진제 선사가 깨달음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인류의 유구한 무형유산인 간화선을 현지에서 설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한국 선불교가 세계무대에 당당히 세계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인연을 맺어주는 결정적인 공로를 세웠던 것이다.
· 집필자 : 장영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