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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신학자 폴 니터와의 대담

폴 니터(Paul Knitter, 1939년생) 미국 뉴욕 유니언신학대학교(Union Theological Seminary) 석좌교수는 세계적인 종교다원주의 신학자다. 『붓다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일 수 없었다』는 저서로 유명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지만 불교에 대한 안목도 깊으며 대화와 소통을 통한 종교화합을 지향하는 인물이다. 원래는 사제였으나 수도회를 떠나 학자로서의 활동에 매진했다. 달라이라마를 비롯해 세계 종교지도자들과 교류해 온 석학이다. 그가 진제 선사를 만난다. 폴 니터는 초조대장경(初造大藏經: 고려 왕조가 거란의 침입을 부처님의 가피로 막아내려 조성한 대장경) 간행 1,000년을 맞아 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한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그는 한국불교 지도자와의 종교화합을 주제로 한 심도 있는 대화 마당을 요청했고 곧바로 성사됐다. 2010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선불교의 정맥을 계승한 한국불교의 지도자인 진제 선사와 종교간 대화에 앞장서 온 신학자 폴 니터 교수가 대구 동화사에서 만났다. ‘수행을 통해 깨닫게 되는 분별심 없는 참나’를 주제로 한 토론. 종교 세대 이념으로 나뉘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해법을 도출해보자는 취지였다. 불교와 기독교 양대 종교를 대표하는 원로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사회통합과 평화의 길을 드러내 보였다. 진제 선사는 평소의 참나 법어로 노(老)학자를 맞이했다. 기독교가 구원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면, 불교에서는 참나가 키워드다. 선사는 “불교에서는 참나를 발견하고 자아의 완성을 중요한 것으로 삼고 있다.”며 “수행을 통해 자아완성과 평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혜를 상징하는 불교의 문수보살과 자비를 상징하는 보현보살의 예를 들면서 인류가 해야 할 일을 천명했다. 부처님을 양쪽에서 모시고 있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의미하는 바는 부처님이 지혜와 자비의 화신이라는 것이다. 진제 선사는 “중생을 구제하는 이타행과 밝은 눈을 갖기 위한 수행이 마치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굴러갈 때 세계평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폴 니터 교수는 지구촌의 반목과 혼란에 책임이 있는 기독교의 교조주의에 대해 반성하였다. 그는 기독교가 다른 종교에 대해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여 온 원인을 조명하기도 했다. 세계 최강 로마제국의 박해에 시달리던 기독교가 기어이 국교로 공인을 받고 로마제국의 종교로 발전되면서, 무의식적으로 로마제국을 닮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정복하듯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무시한 채 기독교를 강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독교인들이나 신학자들이 원래 예수의 메시지였던 정의와 평화로 돌아가기 위해, 기독교가 유일한 진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인 간, 근본적으로는 기독교인 간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폴 니터 교수와의 대화
이날 대화의 소득은 열린 마음에 대한 의견 일치였다. 폴 니터 교수는 “종교 간의 평화나 대화가 없이는 세계 평화 역시 이룰 수 없다.”며 “불자들과 기독교인들이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한다면 종교평화는 물론 남북 사이의 평화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제 선사 역시 “갈등을 해소하는 일은 모든 종교인들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앞으로 불자들과 기독교인들이 합심해서 인간의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종교계의 두 거목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두 분 모두 참된 진리를 체험하면서 내적인 평화를 이뤘고 이를 자비와 사랑으로 표현했다.”며 부처님과 예수님 사이의 접점에 흔쾌히 동의했다. 장시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종교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귀감이 됐다. 진제 선사는 소외된 이들을 위한 기독교의 사회복지 실천을 높이 평가했고, 폴 니터 교수는 진리를 깨우치기 위한 불교의 명상수행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불교와 기독교가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입증된 회동이었다. 무엇보다 폴 니터 교수와의 만남은 진제 선사 평생의 원력인 ‘광도중생’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마중물이 되었다. 선사의 덕화에 감복한 폴 니터 교수가 뉴욕으로 초청한 것이다. 유니언신학대학교 교수진을 비롯한 미국 개신교 주요 관계자들에게 한국불교와 간화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이윽고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대형교회 리버사이드교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큰스님의 사자후가 울려 퍼졌다. 리버사이드 교회(The Riverside Church)는 뉴욕의 심장부인 맨해튼에 자리했다. 세계 최대의 갑부로 유명했던 석유재벌 존 데이비슨 록펠러(Rockefeller)의 지원으로 해리 에머슨 포스딕(Fosdick) 목사가 계획하여 세웠다. 1927년 공사를 시작해 1933년 완성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미국인들에게는 종교 공간이라기보다 정치공론의 장소로 더 깊이 각인돼 있다. 1964년 8월 9일,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가 여기서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명연설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쿠바의 영웅이자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같은 거물들도 찾았다. 2011년 9월 15일, 드디어 이곳에서 간화선 평화대법회가 봉행됐다. 미국의 종교지도자와 종교학자, 뉴욕 인근 대학교 학생 등 2,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불교의 간화선을 배우고 직접 체험해보는 ‘종교간 평화와 대화의 장’이 펼쳐졌다. 진제 선사가 방장으로 있는 조계종 제9교구본사 동화사와 미국 리버사이드교회 및 유니언신학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동화사 측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당시 주지 성문 스님은 “한국 선불교 수행법인 간화선이 종교를 넘어 인류 공영을 위한 평화의 수행법으로 소개된다.”며 “한국 천년 불교의 저력과 더불어 수준 높은 정신문화를 가진 문화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소개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1박 2일 간의 간화선 평화대법회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장 로버트 버스웰(Robert Buswell) 교수의 간화선 소개 강연에 이어 이른바 ‘달마 프렌즈(Dharma Friends)’가 열렸다. 동화사 금당선원(金堂禪院)의 수좌 스님들이 미국 대학생과 종교연구자들에게 간화선을 직접 지도하고 질의에 응답하는 소그룹 대화모임이었다. 한국의 선문화가 미국인들의 정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법회의 압권은 진제 선사의 법문이었다. 교회의 대형 십자가 아래서 설한 ‘참나’의 사자후는 지금껏 회자되면서 한국불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 집필자 : 장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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