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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불경이나 성경, 코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선사께서는 더글라스 코어 목사와 랍비 잭 벰포라드의 주선으로 미국 60주년 국가조찬기도회에 초청되어 2012년(78세)에 다시 미국을 방문하셨다.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에 한국 불교계 지도자가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1월 30일, 선사께서는 뉴욕 맨하튼 유대교 교회인 템플 임마누엘(Temple Emanu-El)을 방문해 개신교, 가톨릭, 이슬람교, 배화교 등 세계 각국의 종교 지도자 20여 명이 자리한 세미나에 참석하여 법문하고, 종교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다. 1월 31일에는 더글러스 코어 박사의 워싱턴 D.C. 자택에서 랍비 잭 벰포라드와 함께 종교 간 공존과 대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셨다.
종교간의 대화
2월 1일, 워싱턴 D.C. 힐튼 호텔에서 국가조찬기도회 개막행사인 국제지도자 세미나가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상하원의원을 비롯한 각국 외교관과 각계 지도자 등 2,000여 명의 유력 정·재계 및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선사께서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섰다. 선사께서는, 한국의 2만여 스님들과 2천만 불자들을 대표해 초청에 감사드린다는 인사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인류에게 큰 축복의 가르침과 궁극의 깨달음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이를 역사적으로 많은 분이 체득해 왔습니다. 그 깨달음을 이루는 많은 방법 가운데 최고봉은 단연 화두를 통해 일념삼매(一念三昧)를 터득하는 간화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간화선은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이고, 그 전통이 현재까지도 생생하게 이어져 오는 곳이 한국입니다. 저는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인 한국의 간화선을 세계에 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세상의 여러 종교 간에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자비와 사랑, 관용의 정신을 더욱 심화하고 실질적인 이타행의 실천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이 세상을 더욱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가 종교를 초월하여 각자 생활 속에서 마음을 닦는 수행을 꾸준히 해서 마음의 고향에 이른다면 인류평화에 크게 공헌하리라 확신합니다. 봄이 오니 꽃들은 누구를 위해 피는가? 자고새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롭구나.
말씀을 마치자 참석자 1,200여 명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행사가 끝나자 앞 다투어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했으며, 일부 국가 종교인들은 자신의 나라도 방문해달라고 요청하였다. 3월 28일, 조계종 제13대 종정 진제 법원 대종사 추대 법회가 조계사 대웅전에서 거행되었다. 원로 스님들을 비롯해 주요 정관계 인사 등 사부대중 2,000여 명이 참석하여 종정 예하의 취임을 축하하고, 불교중흥을 발원하였다. 미국에서 찾아온 랍비 잭 벰포라드가 다음과 같은 헌사(獻辭)를 올렸다.
진제 선사의 간화선 수행법은 각자 참나를 찾아 깨달음을 실현하는 매우 훌륭한 길입니다. 저는 이 수행법이 세계에 더 큰 평화와 정의를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제게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미국에서 평화의 가르침을 펴신 것처럼 유럽을 넘어서 온 지구촌에 선사의 가르침이 널리 퍼지는 것입니다.
선사께서는 10월 초에 UN 산하 종교기구인 뉴욕 종교 간 대화센터(New York Interfaith Center)와 템플 오브 언더스탠딩(Temple of Understanding), 리버사이드 교회(Riverside Church) 등 3개 단체의 초청으로 다시 미국을 방문하셨다. 10월 3일, 뉴욕에 도착한 선사는 더글러스 코어 목사의 초청 만찬에 참석하여 각계 지도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10월 4일, 뉴욕 맨하튼의 유엔 플라자 빌딩에서 세계 종교 지도자와 국제 환경운동가 및 각국 대사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사께서 법문하셨다. 영어 통역은 유대교 지도자인 랍비 잭 벰포라드가 맡았다. 선사께서는 초청에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시작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여러분이 이끌어 오신 종교 간의 대화는 인류와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정신적 토대요, 맑은 미래로 인도하는 희망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대화를 통해 지혜와 복을 나누어 기아와 질병, 차별과 억압, 투쟁과 환경오염 등의 난제들로 가득한 지구촌을 선도하여왔고 만인에게 평화를 꿈꾸게 하고 있습니다. 고통 받는 이들을 돕고 병든 세상을 치유하는 것은 우리 종교인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책임과 의무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들을 등한시한다면 진정한 종교인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불안과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이웃들의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우리 종교인들도 본문을 다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앞으로도 우리 종교인들이 앞장서 일깨워주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먼저 베풀고, 먼저 손을 내밀며, 먼저 보살펴서 굶주림과 병고에서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 저들을 일깨워주어 싸움과 반목을 멈추게 하고 환경과 생태계를 회복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모든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의무라고 믿습니다. 산승도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만인에게 참선 수행법인 간화선을 널리 유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구호단체와 환경단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유네스코(UNESCO) 헌장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Since wars begin in the minds of men, it is in the minds of men that the defences of peace must be constructed.)”는 구절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면, 평화로운 해결책 또한 마음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지구촌의 평화와 화목과 평등, 건강한 생태환경은 인류 개개인이 마음을 닦는 수행을 통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이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과 자연은 서로 상생의 관계라는 사실을 인식하며, 온 지구촌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은 자연과 인류가 상생의 관계임을 깨닫게 하는 매우 요긴하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참선을 통해 마음의 고향에 다다르면 인간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려 고통을 불러들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 됩니다. 참선을 통해 참나를 발견하게 되면 나는 우리가 되고, 이기심이 이타심이 되며, 아만심이 자비심이 되기에 모두가 기꺼이 이웃을 돕고 우리의 보금자리인 지구촌을 보살피게 됩니다. 참나를 찾아 마음의 고향에 이르게 되면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시비(是非)를 다투던 마음이 사라집니다. 그곳에는 어떤 반목과 갈등도 없습니다. 그러면 다툴 일이 없으니, 평화로운 세상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송나라 문장가인 소동파(蘇東坡)가 이를 깨닫고 지은 시가 있습니다. 溪聲便是廣長舌 산골짜기 물소리가 부처님의 지혜로운 말씀인데 山色豈非淸淨身 푸른 산빛이 어찌 부처님의 청정한 몸이 아니겠는가? 夜來八萬四千偈 밤새도록 들려주신 팔만 사천 가지 법문을 他日如何擧似人 훗날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여러분, 진리는 불경과 성경, 코란 등 성전(聖典)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 물과 바위를 비롯한 모든 자연이 한량없는 지혜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저 무정물이 설하는 진리의 말씀까지도 들을 수 있을 때, 지구촌은 생태학적 위기와 환경문제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 저녁, 선사께는 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이맘 이브라힘 세이어(Imam Ibrahim Sayer)의 초청 만찬에 참석하여 종교 간 평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셨다.
· 집필자 : 성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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