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수륙법회에서는 한국불교에서 작법무(作法舞)로 불리는 바라춤, 나비춤이나 법고춤 같은 불교무용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유가염구(瑜伽焰口) 때 영가들에게 보내는 수인을 하며 노래하고 수십 명의 승려가 함께 종을 흔들며 합창한다. 한국의 수륙재나 영산재(靈山齋)에서와 같이 법회 중간중간에 다라니·진언 주송, 악기 연주와 함께 행해지는 나비춤, 바라춤, 법고무와 같은 불교무용은 없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재에서는 민간의 취타나 태평소와 같은 민간의 전문악대를 불러들여 합동으로 행하기도 하는데, 대만에서는 법회의식에 선율악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민간의 악대와 혼합편성하는 일도 없이 매우 절제되고 엄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의식을 이끌어가는 승려들이 한 개씩 불교악기를 맡아 범패(梵唄)의 반주를 맡는데, 이들의 음향 조합은 한국의 사물놀이와 매우 비슷하다.
대만에서는 조석예불과 법회에서 신도들이 다 같이 경전을 낭송하는 송경의식이 중심적 위치에 놓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륙법회 외단에서도 주로 해당되는 경전을 법사와 신도들이 함께 낭송하는 수행이 의식의 대부분을 이루는 반면 한국불교의 재의식에서는 경전독송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만의 법회에 비해 매우 적다.
수륙재와 같은 대규모 의식에서부터 민간의 관혼상제에 이르기까지 널리 불리는 대만 범패는 승려와 신도들이 함께 노래해야 하므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창법으로 보통의 음역에서 규칙적인 박자로 구성된다. 반면 승려가 혼자 노래하는 곡인 기범강백(起梵腔白)과 같은 곡은 전통적인 대륙불교의 면모를 많이 유지하고 있어 한국의 범패와 비교할 수 있는 면을 다수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대만불교의 의식음악이란 법당에서 행하는 조석예불과 법회에 한정되는 의미로써 한국의 영산재에서와 같이 여러 가지 춤, 기악 연주단, 화청(和請)과 회심곡(悔心曲)까지 곁들인 광의의 개념은 아니다.
대만불교는 중국 본토나 한국불교에서와 같이 전문 범패승이 따로 있지는 않으며, 주로 노래로 진행되는 내단을 집전하는 정표와 조표는 전문 예능 승려가 아닌 일반 승려 중 법랍과 지위가 높은 승려가 맡아 진행하게 된다. 노래를 특별히 잘하는 승려가 의식에 배치되기는 하지만 한국의 범패승과 같은 전문적인 예능승은 아닌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불교의 수륙재에서 범패를 담당하는 의식승, 일명 어산(魚山)은 적어도 20년 이상 전문적으로 성음(聲音)을 익힌 의식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범패 가사의 내용적인 면에서는 불보살을 초청하고 영가들의 관욕과 참회로 불보살전에 나아가 찬탄하며 설법을 듣는다는 맥락은 유사하다. 하지만 예능적 요소가 많은 한국의 수륙재가 전문 범패승단에 의해 연행되고 절차가 인도되는 것에 반해, 대만불교에는 전문범패승이 없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나타난다. 드물게 승려들의 독창도 있지만, 승려와 신도가 합창하거나 주고받으며 노래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전문적인 발성이 많이 차단되고, 규칙적인 박자로 대중이 쉽게 합창할 수 있다는 특징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한 대만불교의 범패 중 일반적인 노래인 찬과 게의 내용을 보면 정토사상과 미타신앙이 지배적이다. 이에 비하여 한국 범패의 가사는 법화사상과 화엄사상 등 다양한 내용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당대(唐代)에 성행한 종파불교의 면모가 오늘날까지 한국의 범패에 다수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만의 찬불게 가사가 조선시대의 『범음산보집(梵音刪補集)』의 장문의 가사 중 일부에 해당하는 것을 비롯하여 『석문의범(釋門儀範)』과 현행 찬불게 가사들이 서로 엇물려 있는 등, 한국과 중국불교음악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의식이 설행되는 재장(齋場)의 장엄에서도 한국불교와 대만불교의 차이가 드러난다. 육법(六法) 공양과 지화(紙花), 감로도(甘露圖), 보산개(寶傘蓋), 금·은전, 각종 번(幡) 등으로 장엄되는 한국불교의 재장과 달리, 대만 수륙법회의 내단에는 봉청 십법계(十法界)의 도상인 수륙화(水陸畵)를 걸어 장엄하게 된다. 외단에는 해당되는 불보살의 상을 모시고, 내단에는 수륙화를 거는 것이다. 이는 한국불교의 재의식에서 하단(下壇; 靈壇)에 감로탱, 중단(中壇; 神衆壇)에 신중탱, 야외 마당에 차려진 상단(上壇) 위쪽 중앙에 괘불(掛佛)을 거는 것과 비교될 수 있다.
불광산사(佛光山寺), 수륙재 내단에 마련된 상단 위패와 수륙화 (2007. 12. 17.~12. 24.) Ⓒ 윤소희, 2007
수륙의궤(水陸儀軌)의 측면에서도 두 나라의 차이가 존재한다. 오늘날 대만불교에 전해지는 ‘수륙의궤’의 근원은 남송(南宋) 시대 지반(志磐)이 천태교관의 정신과 행법으로 편찬한 것이며, 이후 명(明)의 연지(蓮池; 株宏)가 보완하고, 청(淸) 의윤(儀潤)이 모아서 간행하고, 민국의 법유(法裕) 법사가 주석을 추가하여 현재 유통되고 있는 『수륙의궤회본』이 되었다. 이러한 수륙의궤에 『삼시계념(三時繫念)』, 『유가염구(瑜伽焰口)』, 『수륙내단설명계(水陸內壇說冥戒)』, 『강명참재천과의(金光明懺齋天科儀)』와 같이 하단 영가와 고혼들을 천도하는 의문집이 추가된다.
이에 비해, 한국불교에 전해지는 수륙재의문은 대략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수륙재에 청해지는 성현과 범부를 통청하는 형태 절차의 요점을 담고 있는 「결수문」[『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水陸無遮平等齋儀撮要)』]·「중례문」[『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天地冥陽水陸齋義纂要)』]·(「지반문」[『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法界聖凡水陸勝會修齋儀軌)』]이 있고, 수륙재 각 위(位)를 각단으로 청하는 「자기문」[『자기문절차조례(仔夔文節次條例)』], 수륙재에서 활용되는 각종 소장과 단문·방문 등을 담고 있는 「수륙잡문」[『천지명양수륙잡문(天地冥陽水陸雜文)』]이 있다. 현재 한국불교 수륙재는 대개 「중례문」과 「결수문」에 각종 소문과 찬탄의 가영 등이 합편된 의문(儀文)으로 진행되며, 상단·중단·하단의 대상을 청하고 공양하며, 봉송하는 3단계 의식으로 치러진다.
수륙법회를 설행하는 시간에서도 차이가 나타나는데, 현행 대만불교 수륙법회는 그 시작이 대부분 밤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명계에 속하는 존재들의 활동시간이 밤이라는 논리로 야간에도 의식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한국불교에서도 수륙재가 하루 낮밤 동안 행해졌다고 하지만 오늘날은 밤에 수륙재를 하는 경우를 보기는 힘들다. 양계에 사는 산 자와 음계인 명계에 머무는 죽은 자를 위해 낮밤으로 행해지던 의례가 현재는 모두 낮에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찰 측에서 생업에 바쁜 동참재자들이 며칠씩 수륙재에 참여하기 힘든 사정을 고려하여 대개 오전에 시작하여 오후에 끝나는 하루 낮의 재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주최하는 사찰과 동참재자의 형편에 따라 2~3시간, 혹은 6~8시간에 종료되도록 조정하여 설행되고 있다.
정리하면, 대만의 수륙법회는 노래와 장엄 등 예술적 기예로써 진행되는 점에서 한국의 수륙재, 영산재와 유사한 성격이 많다. 그러나 한국의 영산재는 전문범패승만이 범패를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것으로 진행되어 무형문화유산으로써의 가치가 높은데 비해, 대만수륙법회는 대중과 함께 범패를 노래하고 의문을 바치는 점에서 종교적인 목적에 더욱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김성순, 「코로나 상황과 대만불교 의례」 『불교평론』, 2022-가을.
이성운, 「수륙재의 보편성과 특수성」 『세계불학』, 2022.
釋印隆, 「水陸儀軌之天台圓觀思想研究」 『法光』 2012.
윤소희, 「한·중 수륙법회 연구: 대만 가오슝 포광산사 수륙법회를 중심으로」 『韓國音樂硏究』 43, 2008.
윤소희, 「대만불교 의식음악 연구」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6.
· 집필자 : 김성순(전남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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