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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하다 : 앙리 베베르

1911년 3월 27일부터 30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드루오 경매장(Hôtel Drouot)에서는 주한 프랑스 공사를 지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의 수집품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었다. 1907년 은퇴한 콜랭 드 플랑시는 파리로 돌아가 자신의 소장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경매 전 발행된 『한 아마츄어의 컬렉션,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의 예술품(Collection d’un amateur, objets d’art de la Corée, de la Chine et du Japon)』이라는 경매 도록(그림 1)에는 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한 한국, 중국, 일본의 경매품 883종이 수록되었다.
〈그림 1〉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 경매 도록 표지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그림 2〉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 경매 도록 『직지』 소개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이 가운데 700여 점이 한국 것이었고 그 종류도 도서, 지도, 탁본, 초상화, 칠기, 병풍, 가구, 동전 등 다양하였다. 특히 경매 목록 중 한국의 도서류는 66~85쪽에 걸쳐 경매번호 711~798번으로 수록되어 있다. 714번 『이륜행실도(二倫行實圖)』, 717번 『천자문(千字文)』, 719번 『진언집(眞言集)』은 도판을 수록하였고, 713번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는 모두 3면의 도판을 수록하여 경매 참가자들의 관심을 유도하였다. 경매번호의 711번은 『직지』였는데 가장 먼저 소개하면서 “이 책은 1377년 한국의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고 금속활자 책 가운데 그 연대가 가장 빠른 책이다”라는 설명을 달았다.(그림 2) 그러나 경매의 결과 가장 비싸게 팔린 책은 『삼강행실도』였다. 이 『삼강행실도』는 비네(Vigne)라는 개인에게 3,000프랑에 팔렸고, 이후 디자이너이며 예술품 수집가였던 쟈크 두세(Jacques Doucet, 1853~1929)가 소장하다 국립예술사연구소(Institut National d'Histoire de I'Art)에 기증하였다. 이날 경매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은 모두 72권의 자료를 구입하였지만, 『직지』는 파리의 보석상인 앙리 베베르(Henri Vever, 1854~1942)에게 180프랑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팔렸다. 『직지』를 구입한 앙리 베베르는 1854년 프랑스 메츠(Metz)의 보석상 가문에서 태어나 1871년 장식미술학교(Ecole des Beaux-Arts)에서 공부했다. 앙리는 형인 폴(Paul)과 함께 1881년부터 1921년 은퇴할 때까지 가족 보석 회사인 메종 베베르(Maison Vever)를 운영하였다. 예술과 공예를 재결합하여 새롭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려고 했던 아르누보 운동(Art Nouveau movement)의 지지자였던 앙리 베베르는 미술품 수집가로도 유명했다. 베베르는 처음에는 영향력 있는 유럽 예술품을 수집하였지만 188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와 이슬람 예술 작품까지 그 수집 대상을 확대하였다. 특히 1891년 보석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후에는 이슬람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가 수집한 이슬람 및 아시아 미술 수집품은 현재 미국 새클러 갤러리(Arthur M. Sackler Gallery) 등에 500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1892년에 베베르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였던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도 참여하고 있던 일본 미술의 친구들(Les Amis de l'Art Japonais)의 멤버로 활동하였고, 일본 목판화인 우키요에(浮世繪) 40점을 1894년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앙리 베베르는 예술 컬렉션, 저작 등을 통해 20세기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다양한 갤러리와 박물관의 전시를 위해 작품을 대여하기도 하였다. 앙리 베베르가 은퇴한 후 메종 베베르는 폴 베베르의 아들들이 1982년까지 운영하였고 앙리 베베르는 1942년 사망하였다. 앙리 베베르의 후손은 1882년에 태어난 딸 마르그리트(Marguerite)가 있었다. 마르그리트의 아들이며 프랑스 아이스하키 선수로 유명했던 프랑소와 모텡(François Mautin, 1907~2003)은 1952년에 『직지』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하였다. 이것은 앙리 베베르의 유언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한국 컬렉션에 109번 자료(coréen 109)로 등록되었고,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에는 앙리 베베르가 1911년부터 1943년까지 소장했었다는 기록이 적힌 장서표가 부착되어 있다.(그림 3)
〈그림 3〉 『직지』의 앙리 베베르 소장 기록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 집필자 : 이혜은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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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lection d'un amateur: Objets d'art de la corée, de la Chine et du Japon(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 경매 도록) 표지
    BIBLIOTHEQUE NATIONALE(프랑스 국립도서관)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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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lection d'un amateur: Objets d'art de la corée, de la Chine et du Japon(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 경매 도록) 『직지』 소개
    BIBLIOTHEQUE NATIONALE(프랑스 국립도서관)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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