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직지』의 편찬과 내용

1. 성격과 편찬 불교의 선종은 6세기 전반 중국에 도래한 보리달마(菩提達磨)를 그 연원으로 삼는다. 이후 당나라 때 본격적으로 정착하고 전개되면서 중국 불교의 유력한 종파로 성장하였다. 바로 이 선종의 역사와 사상과 문화와 수행에 대한 특징을 가장 잘 전해 주고 있는 문헌으로 일군의 전등사서(傳燈史書)가 있다. 선종에서 전등사서의 출현은 8세기에 현색(玄賾)의 『능가불인법지(楞伽佛人法志)』, 두비(杜朏)의 『전법보기(傳法寶紀)』(712~713), 정각(淨覺)의 『능가사자기(楞伽師資記)』(713~716) 등 북종(北宗)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보당종(保唐宗)에서 『역대법보기(歷代法寶記)』(774)가 출현하였고, 남종(南宗) 계통에서는 신회(神會)의 『보리달마남종정시비론(菩提達磨南宗定是非論)』(732), 『단경(壇經)』(779), 『조계대사전(曹溪大師傳)』(781), 지거(智炬)의 『조계후보림전(曹溪後寶林傳)』(801), 정(靜)·균(均)의 『조당집(祖堂集)』(952), 도원(道原)의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1004) 등으로 계승되면서 송나라 때에 가장 활발하게 출현하였다. 『직지』는 바로 이와 같이 다양한 전등사서의 출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과거칠불을 비롯하여 인도의 역대조사 및 중국의 조사들을 취급하고 있는 편제를 감안하면, 『보림전』, 『조당집』, 『경덕전등록』 등의 계보를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직지』에 수록된 내용은 이전의 여러 전등사서에서 발췌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수록 방식을 보면 불조(佛祖)의 내력과 상황에 대하여 당나라의 조계 혜능(曹溪慧能) 및 그 법을 이은 제자까지는 시대적인 추이에 따른 기술에 충실하였지만, 선종오가(禪宗五家) 이후의 인물에 대해서는 계파와 지역의 안배가 혼융되어 있다. 왜냐하면 『직지』는 백운 경한(1298~1374)이 스승인 석옥 청공(1272~1352)에게서 받은 『불조직지심체요절』[1]성사달(成士達, ?~1380)(1377)과 목은 이색(牧隱李穡, 1328~1396)(1378)이 붙인 『직지』 목판본의 두 서문에는, 석옥 청공이 백운 경한에게 『불조직지심체요절』 1권을 주면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할 것을 유촉했다는 내용이 보인다.에 여타의 다양한 전등사서로부터 발췌하여 초록한 내용을 덧붙이고, 또한 곳곳에 간략한 논평을 가하여 편찬했기 때문이다. 『직지』의 전체적인 구조는 서문과 본문, 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2]『직지』의 금속활자본(1377)은 상·하 2권이 완전하게 남아 있지 않은 까닭에, 여기에서는 1378년 여주 취암사에서 간행된 목판본에 의거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377년 성사달의 서문과 1378년 이색의 서문을 참고하였다. 서문은 판본에 따라서 성사달과 이색의 두 가지가 수록되어 있고, 본문은 부처, 조사, 재가인, 기타 경론 등 145항목이 기록되어 있다. 책 말미에 백운 경한의 발문과 간기가 수록되어 있다. 『직지』에 기록된 145항목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불(佛)은 과거칠불로서 7명이고, 조사(祖師)는 133명이며, 경전은 3경 곧 『미증유경(未曾有經)』·『능엄경(楞嚴經)』·『기신론(起信論)』이고, 장폐마왕(障蔽魔王) 1명이며, 일군으로 형성된 일곱 명의 현녀(賢女) 등이다. 수록된 조사의 국가 분포로 보면 인도는 35명인데, 거기에는 칠불과 보리달마, 일곱 현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109명으로서 혜가로부터 어떤 고승 등에 이른다. 신라는 1명 곧 대령(大嶺) 선사인데, 이것은 중국의 전등사서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조사의 기록을 법맥과 관련시켜 보면 청원 행사(靑原行思)의 계통인 조동종(曹洞宗)과 운문종(雲門宗), 법안종(法眼宗), 그리고 남악 회양(南嶽懷讓)의 계통인 위앙종(潙仰宗)과 임제종(臨濟宗)의 인물이 거의 반반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임제종 소속의 인물이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어 있다. 2. 수록 내용의 특징 『직지』의 본문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 석옥 청공의 『불조직지심체요절』에 백운이 직접 및 간접으로 보입한 흔적을 볼 수가 있다. 1) 직접 보입한 것으로는 찬록자 곧 백운의 견해로 명기되어 있는 대목인데, 총 14회가 보인다. 이를테면 석가모니부처님 대목에 대하여 2회, 마하가섭(摩訶迦葉)·영가 현각(永嘉玄覺)·남양 혜충(南陽慧忠)·염관 제안(鹽官齊安)·태원 부(太原孚)·경조 현자(京兆蜆子)·월산(越山)·천황 도오(天皇道悟)·대수 법진(大隋法眞)·파릉 호감(巴陵顥鑑)·향엄 지한(香嚴智閑)·『능엄경(楞嚴經)』 등에 대하여 각각 1회씩 등이다. 이 가운데 법맥의 전승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대수 법진은 조동종이고, 파릉 호감은 운문종이며, 향엄 지한은 위앙종이고, 다른 인물들은 선종오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2) 14군데에 걸친 찬록자의 견해 대목은 백운의 뛰어난 안목과 기지를 보여 준다. 이것으로 『직지』가 전등사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공안집(公案集)[3]공안(公案)이란 공부안독(公府案牘)의 준말로, 관공서(官公署)의 문서라는 뜻이다. 국가에서 제정한 법령 등은 반드시 준수해야 하듯이, 수행자도 이것을 법칙으로 삼아서 참구해야만 바른 깨달음의 길로 나갈 수 있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선종(禪宗)에서는 마음자리를 밝게 깨달은 스승이 제자를 인도하던 말이나 문답 등을 기록하여 후세에 공부하는 규범이 된 것을 말한다. 이것을 모아 놓은 책을 공안집이라고 한다.으로서 기능했던 문헌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3) 항목의 해당 부분을 벗어나 다른 부분에서 2회 내지 3회에 걸쳐서 중복된 대목이 더러 보인다. 이를테면 반야다라(般若多羅)·남양 혜충(南陽慧忠)·백장 회해(百丈懷海)·남전 보원(南泉普願)·귀종 지상(歸宗智常)·대주 혜해(大珠慧海)·분주 무업(汾州無業)·약산 유엄(藥山惟儼)·수산 성념(首山省念)[임제종]·나산 도한(羅山道閑)·지장 계침(地藏桂琛)·법안 문익(法眼文益)[법안종]·용아 거둔(龍牙居遁)[조동종]·천태 덕소(天台德韶)[법안종]·동산 양개(洞山良价)[조동종]·운거 도응(雲居道膺)[조동종]·조산 본적(曹山本寂)[조동종]·천복 승고(薦福承古)[운문종]·규봉 종밀(圭峯宗密) 등 19인이다. 또 3회에 걸쳐서 중복된 경우는 지장 계침(地藏桂琛)·법안 문익(法眼文益)[법안종]·천복 승고(薦福承古)[운문종]의 3인이다. 이들 중복되어 설명된 인물의 법맥을 보면 서천의 조사를 비롯하여 선종오가 이전의 조사 11명, 선종오가 이후의 조사 8명에서 볼 수 있듯이 골고루 분포해 있다. 4) 『불조직지심체요절』보다 분량이 두 배가량 증보된 것인데, 오늘날 전승되는 문헌을 통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디까지가 보입된 부분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5) 수록된 인물이 법계를 따라 분포되어 있지 않고 종파와 법계와 지역 등에 상관이 없이 혼용되어 있다.[4]역대의 전등사서는 종파, 계파, 문중, 지역, 기타의 순서에 따라서 인물을 나열하여 기록했던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었는데, 『직지』에 보입된 것으로 보이는 인물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선종오가의 인물만 해도 한 종파에 해당하는 특정한 부분에 정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산재하고 있다. 이처럼 『직지』는 이들 몇 가지 경우를 통해서 석옥 청공한테 부촉받은 『불조직지심체요절』에 대하여 백운 경한 자신이 내용을 증보했음을 추정해 볼 수가 있다. 3. 백운의 선풍 백운 경한의 선풍은 그 이름처럼 성품이 천진스러우며 전혀 거짓이나 조작이 없고, 형상을 빌어서 이름을 팔지 않았으며, 참으로 속세를 여읜 진경(眞境)에서 노니는 것이었다. 당시 사회와 불교계의 상황이 흑운(黑雲)과 풍운(風雲)으로 즐겨 등장하였던 것에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흑운과 풍운이란 비바람을 몰고 다니는 난세의 기류를 상징하는 반면에 백운은 해와 달이 두둥실 떠올라 맑은 하늘가에 깨끗하게 떠 있는 한 점의 한가로운 구름을 드러내어 부처의 대자비가 구름처럼 자유자재하게 법우(法雨)를 내려주는 것에 비유되었다. 백운 경한의 선풍은 임제선을 수용하면서도 무심(無心)과 무념(無念)을 강조하여 무심선(無心禪)이라 불렸다. 그는 조주의 ‘무자(無字)’와 ‘부모미생전본래면목(父母未生前本來面目)’과 ‘만법귀일(萬法歸一)’을 강조하면서 화두(話頭)를 무심하게 들도록 권유하였다. 이 무심의 경지에서 대지를 바라보면 바라보는 대지가 모두 법신(法身)임을 말한다. 그리고 무심도인의 경지에서 토해 내는 설법으로 스스로 깨친 자[自然覺者]임을 설하였다. 그의 무심선은 이미 중생을 부정한 경지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 까닭에 절대선(絶待禪)으로 등장하되 중생선(衆生禪)으로 드러나 보이며, 그대로 대긍정의 무사선(無事禪)으로 활작용한다. 그 경지는 모두가 범행(梵行)을 구족하여 중생국토가 그대로 동일법성이고 지옥과 천당이 모두 정토이며 유성(有性)과 무성(無性)이 나란히 불도를 성취한다. 한편 백운 경한은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看話禪)을 수행의 정통으로 수입하여 펼치면서 임제종풍을 중심으로 한 제 종파의 섭수를 꿈꾸었는데, 그것이 마침내 조계종풍의 현창으로 표명되었다. 백운은 부처를 밖의 대상이 아닌 자심에서 추구해야 한다는 이전의 사상적인 굴레를 벗어나서 자심에서 깨침을 추구해야 한다는 그 마음마저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자심에도 집착하지 않는 그 마음이야말로 참학의 시작이고 수행의 연장이었다. 그래서 진정한 설법은 경전에 있는 그대로를 설하는 것이 아니라 경전의 내용을 터득하는 것으로부터 경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처럼 백운 경한은 임제정종을 계승하는 방식은 긍정하면서도, 나아가서 조사선(祖師禪)에 대한 새로운 수용방식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간화선의 발전에도 근본적인 조사선의 입장으로 회귀시켰다. 근본적인 조사선은 당대에 선종오가의 종파가 형성되기 이전의 순수한 가풍을 말한 것으로 일체가 그대로 수행이요 깨침이며 진리라는 즉심에 근거한 불심을 말한다. 이것이 때로는 평상심(平常心)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무사선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공안(公案)의 제시하는 기관(機關)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백운 경한은 바로 이 점을 수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통합적인 조계선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 집필자 : 김호귀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교수)
관련주석
  • 주석 1 성사달(成士達, ?~1380)(1377)과 목은 이색(牧隱李穡, 1328~1396)(1378)이 붙인 『직지』 목판본의 두 서문에는, 석옥 청공이 백운 경한에게 『불조직지심체요절』 1권을 주면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할 것을 유촉했다는 내용이 보인다.
  • 주석 2 『직지』의 금속활자본(1377)은 상·하 2권이 완전하게 남아 있지 않은 까닭에, 여기에서는 1378년 여주 취암사에서 간행된 목판본에 의거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377년 성사달의 서문과 1378년 이색의 서문을 참고하였다.
  • 주석 3 공안(公案)이란 공부안독(公府案牘)의 준말로, 관공서(官公署)의 문서라는 뜻이다. 국가에서 제정한 법령 등은 반드시 준수해야 하듯이, 수행자도 이것을 법칙으로 삼아서 참구해야만 바른 깨달음의 길로 나갈 수 있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선종(禪宗)에서는 마음자리를 밝게 깨달은 스승이 제자를 인도하던 말이나 문답 등을 기록하여 후세에 공부하는 규범이 된 것을 말한다. 이것을 모아 놓은 책을 공안집이라고 한다.
  • 주석 4 역대의 전등사서는 종파, 계파, 문중, 지역, 기타의 순서에 따라서 인물을 나열하여 기록했던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었는데, 『직지』에 보입된 것으로 보이는 인물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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