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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 정대불사

정대불사(頂戴佛事)는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을 되새겨서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겠다는 서원을 담아 대장경판을 머리에 이고 도량을 도는 의식이다. 정대(頂戴)란, 정수리 위에 올려 놓는 것, 머리에 얹는 것을 의미한다. 해인사에서는 정대불사를 매년 음력 3월 9일과 10일 양일간에 봉행한다. 해인사 정대불사에서는 도량을 돌 때 해인도(海印圖)를 따라 도는데, 해인도는 신라 의상 스님이 화엄경의 깊은 뜻를 보인 그림으로 법성도, 법계도, 법도장, 화엄일승법계도, 법계도서인이라고도 불린다.
〈그림 1〉 정대불사 대장경판 이운행렬 재현(해인사, 2023)(해인사)
정대불사의 역사적 배경과 현행 의식의 유래 중국의 6세기 양무제가 지은 「금강파야참문(金剛波若懺文)」의 일부에서 경판 정대신앙과 관련한 내용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원하옵건대 여러 불보살께서 반야의 인연으로 동시에 모이셨으니, 만품(萬品)을 불쌍히 여기고 군생(群生)을 보살피셔서 은혜로운 흐름에 들게 하여 부처님의 바다로 다 함께 돌아갈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고, 금강의 묘한 보배를 얻고 금첩(金牒)의 깊은 경전을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머리에 이고 받들어 모시면서 죽을 때까지 떼지 않겠나이다.”[1]『광홍명집(廣弘明集)』 권28, 금강파야참문 조.
여기서 양무제는 경전을 머리에 이고 받들어 모시면서 평생토록 떼지 않겠다고 부처님께 다짐하고 있다. 그만큼 경전의 가르침을 중시하면서 그대로 살아갈 것을 결심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양무제의 신앙행위와 그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이 같은 경전 정대신앙이 널리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정대불사의 배경이 되는 경전신앙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일연 스님도 『삼국유사』 「전후소장사리(前後所藏舍利)」 조[2]『삼국유사』권3, 탑상4, 전후소장사리 조. 내용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다음 참조. http://db.history.go.kr/id/sy_003r_0020_0150_0010를 통해 경전의 전래와 유통 과정을 자세히 서술한 바 있다. 특히 고려 현종대의 초조대장경 판각 이후 경전신앙은 더욱 중시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경전이나 경판을 머리에 이는 형태의 직접적인 의례 행위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고려 성종 10년(991년)에 한언공(韓彦恭, 940-1004)이 대장경을 송나라에서 가져오자 임금이 대장경을 내전으로 맞아들이고 스님들로 하여금 개독(開讀)하게 한 기록이 있다. 장경도량(藏經道場)이라는 이름으로 대장경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은 의례는 현종 20년(1029)부터 시작되었다. 현종은 일찍이 세상을 떠난 부모를 위하여 현화사(玄化寺)를 창건하고 그 절에 대장경을 모시고자 했다. 정종 7년(1041)에는 장경도량이 연중행사가 되어 해마다 봄과 가을에 두 차례 성대하게 열렸다. 국왕이 직접 의례가 펼쳐지는 장소에 나아가 행향(行香)[3]부처님에게 올리는 예로서, 향로를 받쳐 들고 불전 안을 돌면서 행하는 의식. 임금이 행향하는 경우에는, 임금이 직접 향로를 받쳐들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들었으며 또한 임금은 걷는 대신에 수레를 타고 불전 안을 돌았다. 하였으며, 삼보를 찬탄하는 경찬시(慶讚詩)를 지어 불교에 귀의하는 뜻을 내보이기도 하였다. 정종 이후로 장경도량은 더욱 성대히 베풀어져 충선왕 3년(1311)부터는 행사하는 날을 늘려 봄·가을에 모두 열흘씩 열리게 되었다.[4]김상영(2000. 4.), 「경판經板 정대신앙頂戴信仰의 유래와 의의」, 『월간 해인』. http://haein.or.kr 오늘날의 해인사 정대불사는 조선 태조 7년(1398) 장경판을 강화도 선원사(禪源寺)에서 해인사로 이운할 때 신도들이 경판을 머리에 이고 옮긴 데서 유래됐다. 현대의 정대불사는 1960년 초 주지로 취임한 영암 스님의 중창불사 발원으로 ‘팔만대장경 수호 정대불사’로 시작되었다. 2016년부터는 ‘해인사 고려팔만대장경의 날 기념행사’로 개명하고 하루 동안 열리던 의식을 이틀 동안 봉행하는 방식으로 확장하여 이어오고 있다. 의례의 구성과 진행 절차 영암 스님의 재현 이후 해인사의 정대불사는 꾸준히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팔만대장경 정대불사는 이틀에 걸쳐 ‘이운의식-전경법회-정대요잡’과 ‘천도의식’으로 봉행된다. 첫날의 이운의식은 성보박물관 앞에서 도량을 정화하고 법회를 찬탄하는 범패와 작법으로 시작한다. 다음으로 스님들이 4개의 경판을 대장도감 관리들에게 각각 전달한다. 선원사에서 완성한 대장경판을 무사히 해인사로 이운하도록 넘겨주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담은 의식인 셈이다. 4개의 경판을 연(輦)에 묶어 싣고, 수백 명의 신도와 함께 이운행렬이 시작된다. 취타대의 연주와 군사들의 호위가 앞서고, 향로를 든 스님과 각종 번이며 깃발이 옹호하는 가운데 연이 따른다. 문관과 스님들의 뒤를 이어 신도들의 경판 이운행렬이 이어진다. 경판을 머리에 인 정대행렬, 등에 진 등짐행렬, 지게에 진 지게행렬은 육백년 전의 불자들이 이 길을 따라 올랐으리라는 역사적 사실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행렬은 허덕교, 비림(碑林), 학사대(學士臺)를 거쳐 해인사 경내 장경판전에 도착한다. 고난의 순례길을 압축하여 체험한 불자들은 경판을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이와 동시에 연에 싣고 온 경판을 스님들이 받아 부처님 전에 봉안하는 의식을 행한다. 경전을 봉안한 불자들은 그 공덕을 조상영가의 극락왕생으로 회향하고자, 그날 저녁 보경당 천도의식에 동참한다. 동참재자들은 스님들과 함께 저마다의 영가위패를 모시고 대령(對靈)과 관욕(灌浴)까지 봉행한다. 다음날 사부대중이 모인 가운데 대적광전 앞에 괘불을 이운하여 육법공양을 올린다. 이어 스님들이 팔만대장경 전경법회(轉經法會)를 시연한다. 전경법회는 대장경을 봉안한 사찰에서 낮에는 경문을 전독(轉讀)하고 밤에는 강설하는 법회로, 경전의 습기를 바람과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겸한 의식이다. 마지막으로 정대불사의 핵심 의식이라 할 수 있는 정대요잡이 이어진다. 처음의 이운의식이 경판을 이운하며 대장경의 역사와 가치를 새기는 과정이라면, 마지막 정대요잡은 신심을 다지는 수행정근의 의미가 크다. 합장한 스님들이 앞서고, 경판을 인 수백 명의 신도들이 뒤따르며 ‘석가모니불’ 정근으로 해인도(海印圖)를 돌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해인사 정대불사의 의의 1961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해인사 정대불사는 팔만대장경을 수호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 누리에 펼치기 위한 기원을 담은 의식이다. 팔만대장경 정대불사는 외침의 위협 속에 온 백성이 힘을 합쳐 대장경을 조성하고 온전히 지켜낸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어, 동참불자들의 자부심이 유달리 크다. 신도들이 주체가 되어 모조경판을 인 채 이운행렬을 체험하고, 정대요잡으로 스스로의 수행정근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공동체의식과 주체성이 부각되는 불교의례[5]구미래(2020. 4. 19.), 「[구미래의 불교 세시의례] 〈7〉 팔만대장경 정대불사」, 『불교신문』, http://www.ibulgyo.com라는 점이 특히 의미 깊다. 해인사 정대불사는 과거 불사의 재현으로 호국불교정신과 공동체 수행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그림 2〉 정대불사 해인법계도 요잡(해인사, 2023)(해인사)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광홍명집(廣弘明集)』 권28, 금강파야참문 조.
  • 주석 2 『삼국유사』권3, 탑상4, 전후소장사리 조. 내용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다음 참조. http://db.history.go.kr/id/sy_003r_0020_0150_0010
  • 주석 3 부처님에게 올리는 예로서, 향로를 받쳐 들고 불전 안을 돌면서 행하는 의식. 임금이 행향하는 경우에는, 임금이 직접 향로를 받쳐들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들었으며 또한 임금은 걷는 대신에 수레를 타고 불전 안을 돌았다.
  • 주석 4 김상영(2000. 4.), 「경판經板 정대신앙頂戴信仰의 유래와 의의」, 『월간 해인』. http://haein.or.kr
  • 주석 5 구미래(2020. 4. 19.), 「[구미래의 불교 세시의례] 〈7〉 팔만대장경 정대불사」, 『불교신문』, 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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