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는 섣달그믐에 송구영신법회·제야도량·포살법회 등의 이름으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법회를 연다. 섣달그믐은 제석(除夕)·제야(除夜)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제(除)’는 ‘해 바뀔 제’이다. 따라서 이날의 세시의례는 한 해를 마감하는 날이라는 데 초점이 있다.
〈그림 1〉 송구영신 법회 타종식(조계사, 2023. 1. 1.)(조계사)
기록으로 보는 제야의 세시 풍습
섣달그믐에는 재앙을 쫓고 밝은 기운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벽사진경(辟邪進慶) 풍습이 다양하게 전한다. 이날 불을 환히 밝혀 놓고 밤을 새는 수세(守歲)의 풍습이 성행하여 이를 해지킴·장등(張燈) 등으로 불렀다. ‘해[歲]를 지킨다[守]’는 것은 새해 또한 어두운 밤을 지나서 오는 것이기에, 불을 밝힘으로써 어둠을 몰아내고 밝은 기운으로 새해를 맞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섣달그믐에는 수세풍습 외에, 요란한 소리를 내어 잡귀를 쫓아 새해를 무탈하게 맞으려는 적극적인 행위도 있었다. 민간에서는 대나무나 솔가지 등을 태워 요란하게 소리를 내거나, 딱총 소리로 잡귀를 쫓으려고 했다. 고려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수세〉라는 시에서 “뜰 가운데 폭죽 소리 시끄러운들 어이하리”라고 한 바 있어, 이미 고려 때 이러한 풍습이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악귀를 쫓기 위해 가면을 쓰고 타악기를 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나례(儺禮) 의식을 펼쳤다. 요란한 소리로 잡귀를 쫓으려는 풍습이 시대를 걸쳐 광범위하게 정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섣달그믐 불가의 재가신자들은 등을 켜고 ‘광명진언(光明眞言)’을 외우며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광명진언은 부처님의 광명으로 업장을 소멸하고 무명에 가려진 마음을 밝힌다는 신비한 진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한양의 세시풍속을 담은『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김매순, 1819)에는 제석날 밤 자정이 지나면 인가의 문밖에서 재 올릴 쌀을 시주하라는 탁발승의 염불소리가 드높았다고 한다. 수세하느라 모여 앉아 떠들며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 소리를 듣고 새해가 되었음을 알아보았다고 기록한다.
현행 송구영신 법회 모습
근래 사찰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법회를 펼치기도 한다. 조계사에서는 한 해 동안 지은 업장이나 근심을 각자 종이에 적어 ‘아픔 줄’이라는 동아줄에 매달고, 이를 광목에 싸서 해가 바뀌는 마지막 시간에 참회진언과 함께 태우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 약천사에서는 12월 29일부터 3일 동안 법당에서 한 해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부처를 바로 보는 자비수참기도, 소원탑돌이, 자자(自恣), 포살을 행한 후, 제야의 종을 타종하고, 이어 새해 첫날 새벽예불을 올린다. 이로써 새해에는 더욱 수행에 정진할 것을 발원하게 된다.
일반에서는 제야에 새해를 경건하게 맞이한다는 뜻으로 보신각 종을 33회 울리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 통행금지와 해제를 알리기 위해 새벽에 33회, 저녁에 28회 인경을 친 데서 연유한다. 이때의 숫자 28은 하늘의 별자리 28수[宿]를, 33은 불교의 33천(天)을 상징한다.
대부분의 사찰에서도 자정이 다가오면 타종식을 치른다. 명고(鳴鼓)를 시작으로 줄을 선 참석 대중은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범종을 친다. 제야에 울리는 종소리는 뭇 생명의 평안과 보리심을 깨우는 범음(梵音)이다.
송구영신 법회의 의의
송구영신 법회는 한 해 동안 자신이 지은 과보를 돌아보며 참회하는 포살(布薩)의 성격이 짙다. 참회와 더불어 새해의 서원을 기도하며 새 마음을 다지는 제야의 송구영신 법회는 그 어떤 때보다 의미 있는 행사이다.[1]구미래(2014), 「제야의 불교풍속」, 『절에 가는 날』,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편, 서울: 조계종출판사. 98-103쪽.
〈그림 2〉 송구영신 법회 탑돌이(월정사, 2016. 12. 31.)(월정사)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구미래(2014), 「제야의 불교풍속」, 『절에 가는 날』,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편, 서울: 조계종출판사. 98-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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