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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다례

추계다례는 가을의 길일에 선대조사를 추모하기 위하여 그 영단에 차를 공양하는 사찰 의례이다. 보통 양수가 두 번 겹쳐 좋은 기운이 있는 날로 알려진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진행한다. 봄철 삼짇날에 춘계다례를 봉행하는 것과 짝을 이루어 가을철 중양절에 추계다례를 행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중양절이 되면 나라에서는 국가행사를 벌였고, 민간에서는 제사를 올리지 못한 조상에게 천신(薦新)[1]철에 따라 새로 난 과일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께 바치는 일.을 하였다. 불교계에서도 중양절은 중요한 세시 절기로 꼽는다. 전국의 사찰에서는 이날을 맞아 다례를 비롯, 영가천도재, 가을 산신재, 개산대재, 수륙재 등을 연다.
〈그림 1〉 선대 조사 추계다례(송광사, 2019)(송광사)
중양절 풍속과 불교 세시 중양절에는 여러 가지 행사가 벌어지는데, 국가 차원에서는 임금이 참석하여 큰 제사를 올리기도 하였다. 또한 중양절에는 제사, 성묘, 등고(登高)[2]높은 곳에 올라가 단풍을 즐기며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속. 주로 중양절에 행했다. 등의 각종 의례와 모임이 있었다. 이날은 형(刑) 집행을 금하는 날이기도 하였다. 또한 추석 무렵 햇곡식이 나지 않아 차례를 지내지 못한 집에서는 이날에 차례를 지냈다. 이는 그 해 처음으로 생산된 햇곡식을 조상에게 비치고자 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풍습이다. 지방에 따라 중양절 차례에는 기일(忌日)을 모르는 조상이나, 연고자 없이 떠돌다 죽었거나, 전염병 등으로 제사를 지내줄 자손도 없이 죽은 사람의 제를 지내기도 했다. 불교에서는 신라시대에 이미 중양절을 맞이하여 불보살님께 차 공양을 올렸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중양절이 되면 사찰에서는 다례를 올린다. 또한 개산조의 의미를 되새기고 산문을 연 날을 기념하는 개산대재를 설행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불가에서는 중양절에 자손 없이 죽어간 영가들을 위한 천도재를 올린다. 사찰 추계다례의 다양한 모습 조계총림 송광사는 매년 중양절 경내 풍암영각에서 추계다례를 봉행한다. 방장스님의 집전으로 죽비 삼배, 종사영반, 영단 삼배, 소대, 소전 순으로 진행된다. 매년 두 차례 봄과 가을에 다례재를 올리는 풍암영각은 풍암 세찰(楓巖世察, 1688~1767) 선사와 그 법손들의 진영을 모신 전각이다. 매해 다례재를 통해 송광사를 지키며 번성기를 마련한 선대 스님들의 공덕과 업적을 되새긴다. 해인총림 해인사는 매년 산문을 연 개산일을 맞아 역대 조사 다례재를 봉행한다. 해인사는 대적광전에서 산중 원로스님 등을 모시고 가람을 창건한 순응(順應) 스님, 중창주 이정(利貞) 스님 등 역대조사에 대한 합동 다례재를 올리고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경내 설법전에서 추계 산중도재(山中都齋)를 봉행해 오고 있다. 음력 7~12월 원적에 든 청하(淸霞), 구하(九河), 월하(月下), 벽안(碧眼), 남거(南居) 스님에 대한 합동 추모다례재이다. 산중도재는 선대조사의 위패를 모신 가운데 헌향과 헌다, 파산게 등으로 진행한다. 한국불교의 근현대 선불교 중흥조인 경허 스님의 출가사찰인 청계사에서는 매년 가을 경허 스님과 그 법맥을 이은 만공(滿空), 보월(寶月), 금오(金烏), 월산(月山) 스님 등 다섯 분의 선사를 추모하는 다례를 봉행하고 있다. 주지스님의 5대 선사 오도송(悟道頌) 낭송을 비롯하여 신도회장의 추모시 낭송을 시작으로 다례재가 봉행된다. 다례재를 마친 대중들은 부도탑으로 자리를 옮겨 헌화와 차공양, 탑돌이를 하며 선사들의 구도정신을 기린다.
현행 다례재의 변화와 그 의미 가을은 전국 사찰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다. 선대조사 추모다례는 일반대중에게는 낯설고 엄숙한 의식이다. 그런데 최근 사찰 가을축제 속에 추모다례가 포함되며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인다. 표충사는 10월 2주간 ‘호국불교문화축전’을 개최한다. 문화축전은 사명대사 유정(惟政, 1544-1610)을 기리는 유교식 향사(享祀)를 시작으로 사명대사 다례재 및 전통호국음악 공연, 호국성지길 순례행사로 이어진다. 사명대사의 호국충절과 공덕을 기리는 다례재를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엮어 진행하는 것이다. 안성 칠장사의 경우에도 매년 가을에 중창조인 혜소국사와 칠장사의 후원자였던 인목왕후(仁穆王后, 1584-1632)를 향한 추모다례재와 자비나눔 대축제가 펼쳐진다. 다례재는 국보 제296호인 칠장사 오불회(五佛會) 괘불탱을 전시하는 괘불재, 국가중요무형무화재 제50호인 영산재의 설행과 함께, ‘효’ 자비나눔 공연 등을 마련하여 대중의 참여를 이끈다. 사찰 담장 안에서 치러지던 다례재가 점차 대중과 같이 호흡하는 모습이다.
〈그림 2〉 추계다례 소전의식(송광사, 2019)(송광사)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철에 따라 새로 난 과일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께 바치는 일.
  • 주석 2 높은 곳에 올라가 단풍을 즐기며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속. 주로 중양절에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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