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계 수계법회는 대승불교의 이상적 인간상인 ‘보살(菩薩)’이 지켜야 하는 계율인 보살계를 받는 의식이다. 출가한 수행자뿐만 아니라 재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계식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는 매년 음력 6월 15일, 유두(流頭)에 궁중에서 보살계 수계도량[1] ‘도량’은 법회가 열리는 장소이자 그 의식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을 열었다[2]한정수(2013), 「고려시대 국왕 ‘보살계’와 6월 15일 수계의 의미」, 『역사학보』 220, 서울: 역사학회, 43-46쪽.고 한다. 고려시대와 달리 현행 보살계 수계식은 유둣날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민속에서는 유두에 물맞이를 하여 몸을 깨끗이 하고, 제철음식을 조상이나 농신(農神)에게 바치며 집안의 안녕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유둣날 보살계 법회를 연 것은 유둣날의 물맞이가 수계의식의 관정(灌頂)[3]정수리에 물을 뿌리는 의식. 행위와 상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4]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2014), 『절에 가는 날』, 서울: 조계종출판, 65쪽. 물맞이와 관정은 모두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재계(齋戒) 의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림 1〉 삼사칠증(三師七證) 스님(송광사, 2023)(송광사)
1. 보살계 수계식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보살계 수계법회가 언제부터 개설되었는지는 명확하게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삼국시대 이래 보살사상이 강조되었던 점, 이 법회의 소의경전류가 이른 시기에 수입되어 신라시대에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진 점[5]홍윤식, “보살계도량(菩薩戒道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 7세기부터 ‘보살계제자(菩薩戒弟子)’라고 쓴 비문이 종종 등장하는 점[6]박광연( 2021), 「고려와 거란의 보살계 문화」, 『이화사학연구』 62,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사학연구소, 48쪽. 등으로 보아 통일신라 이후 어느 시점에는 보살계 수계법회가 개회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상 보살계 수계법회에 대한 기록[7]『고려사』 세가, 『고려사절요』 등에서 풍부하게 확인됨.은 고려시대에 처음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 궁중에서는 대대로 6월 15일에 보살계 법회를 열고, 국사와 왕사를 비롯한 고승 대덕이 주재하는 가운데 국왕이 보살계를 받았다.
보살계는 승려나 속인을 가리지 않고, 불도수행에 뜻을 둔 사람이면 누구나 지켜야 할 실천덕목이다.보살계 가운데에도 십중계(十重戒)와 십선계(十善戒)를 어기게 되면 바라이죄(波羅夷罪)를 범했다고 하여, 보살로서의 자격을 박탈했다. 이와 같은 보살계를 국왕이 받는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국왕이 보살계를 받는 행위는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이 부처님의 제자임을 다짐하고 널리 선언하는 의식이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보살계를 여는 의식은 없어졌다. 그리고 출가자나 속인들을 위한 보살계 수계식이 이어졌으나 일정한 날짜에 정례적으로 행해지지는 않았다. 오늘날에도 계를 수여하는 단인 ‘계단(戒壇)’이 설치된 큰 사찰을 중심으로 매년 보살계를 주는 수계식이 진행되고 있으나 유둣날에 상례적으로 진행되던 고려시대와 달리 각 사찰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날짜에 진행된다.[8]홍윤식, “보살계도량(菩薩戒道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
2. 현행 보살계 수계법회 절차
현재 각 사찰에서는 『범망경(梵網經)』을 소의경전으로 하여 보살계 수계법회를 연다. 보살계 수계식은 통상적인 의식 후, 『범망경』을 읽고 계를 설하며 이것을 지킬 것인지 그렇지 않을지를 묻고 답한다. 보살계 수계식은 구족계 의식과 마찬가지로 화상(和尙), 계사(戒師), 교수사(敎授師)의 3사(師)와 7명의 증명법사(證明法師)인 7증사(證師)를 모시고 진행한다. 현행 보살계 수계법회는 많은 경우 다른 의식과 함께 진행되는 편이다.
송광사의 경우를 보면,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열반 기념 종재를 겸하여보살계 법회를 매년 봄, 이틀 동안 봉행한다. 의식은 첫날 대웅전 금강계단 보살계 입재식을 시작으로 저녁예불, 점등식, 철야법문, 천수대비주 철야기도를 거쳐 새벽예불로 이어진다. 이튿날 새벽예불 이후 수계법회가 본격적으로 설행된다. 불자들은 그동안의 죄업을 참회하고 부처님의 제자로 거듭남을 증명하는 보살계 관정의식과 연비(燃臂)[9]팔에 초의 심지를 올려놓고 태우는 의례 행위.
수계첩을 수지한 수백 명의 불자들과 스님들은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법성도를 따라 요잡의식을 행하고 오방번을 앞세워 국사전으로 이동한다. 국사전에서 16국사 진영에 향과 차와 꽃을 공양 올리는 종재를 봉행한다. 이어 축사와 법문 등을 마치고 회향한다. 회향 후에는 사자루에서 영가천도재를 봉행한다.[10]이준엽(2023. 5. 19.), 「승보종찰 송광사, 보조국사 열반 813주기 종재 봉행」, 『불교신문』. https://www.ibulgyo.com
〈그림 2〉 보살계 수계법회 봉행 모습(마곡사, 2020)(마곡사)
3. 보살계 수계법회의 의미
보살 수행자란 보살계를 받고 보살의 열 가지 바라밀 덕목을 실천하는 수행자를 말한다. 대승불교에서는 수행자의 자기 수양과 중생 제도를 달리 보지 않는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추구한다. 즉, 자비 세계 구현을 목표로 한다. 보살계 수계법회는 재가불자가 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제자로 수행과 기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세우는 동시에 주위의 모든 중생을 행복하게 할 원(願)을 세우고 자비행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이다.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도량’은 법회가 열리는 장소이자 그 의식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 주석 2 한정수(2013), 「고려시대 국왕 ‘보살계’와 6월 15일 수계의 의미」, 『역사학보』 220, 서울: 역사학회, 43-46쪽.
- 주석 3 정수리에 물을 뿌리는 의식.
- 주석 4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2014), 『절에 가는 날』, 서울: 조계종출판, 65쪽.
- 주석 5 홍윤식, “보살계도량(菩薩戒道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
- 주석 6 박광연( 2021), 「고려와 거란의 보살계 문화」, 『이화사학연구』 62,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사학연구소, 48쪽.
- 주석 7 『고려사』 세가, 『고려사절요』 등에서 풍부하게 확인됨.
- 주석 8 홍윤식, “보살계도량(菩薩戒道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
- 주석 9 팔에 초의 심지를 올려놓고 태우는 의례 행위.
- 주석 10 이준엽(2023. 5. 19.), 「승보종찰 송광사, 보조국사 열반 813주기 종재 봉행」, 『불교신문』. https://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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