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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절 화기 다스리기

단오는 음력 5월 5일, 홀수가 두 번 겹치는 날로 1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강한 날이다. 예로부터 홀수를 양으로, 짝수를 음으로 보아 양수가 겹치는 날은 생기가 왕성한 날로 여기는데, 그중 단오는 여름이 시작되는 때라 양기가 가장 충만하다고 본다. 사찰에서는 단오의 맹렬한 양기가 자칫 화기(火氣)로 변하여 재앙을 초래할 것을 경계하는 의식이 전승된다. 목조건물이 대부분인 전통 사찰에서는 화난(火難)의 대책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화재를 막는 여러 조치 중 하나로 단옷날 소금을 활용한 의례가 전승되고 있다.
〈그림 1〉 소금단지 이운(조계사, 2020)(미디어 조계사)
바닷물의 결정체로 화기 다스리기 소금은 바닷물의 결정체로서 물의 기운을 상징하며, 물을 다스리는 용왕의 신성력이 함축된 대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현재 조계사, 해인사, 통도사, 화엄사 등에서는 단오가 되면 화기를 누르기 위한 소금 활용 의례가 진행된다. 소금을 쓰는 방식은 사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물로서 불을 제압한다는 상징적 의미는 공통된다. 소금을 이용해 화재를 예방하려는 조치는 민간 제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을 동제로서 통칭 ‘불막이제’라고 불리는 이 의식은, 과거 화재가 자주 발생했던 지역이나 풍수적으로 화기가 강하다고 전해지는 마을에서 행한다. 보통 마을에서 가까운 바다에 가서 바닷물을 실어 오거나, 소금물을 만들어 항아리에 담고 화기가 강하다는 곳에 묻는다.[1]정연학(2005),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속신과 신앙행위」, 『방재와 보험』 108,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38-41쪽. 이런 점은 현재 사찰에서 전승되는 단오 의례와 맥을 같이 한다. 다만, 민간에서는 이 의식을 정초에 지내는데, 사찰에서는 단옷날에 지낸다는 차이가 있다. 민간에서는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 정월 대보름에 집중되는 관습에 따라 정초에 의식을 치르는 것이고, 사찰에서는 단옷날이 지닌 음양오행적 성격에 따라 화기가 절정에 오른 시기에 맞추어 이 의례를 봉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 사찰 단옷날 화기 다스리기 의례 단옷날 조계사에서는 ‘화기애애(火氣愛愛)’ 법회를 연다. 불기운[火氣]을 다스려 온화한 기운[和氣]으로 만들자는 취지가 느껴지는 이름이다. 의식은 4개의 소금단지를 불당에 올려 법회를 연 다음, 이를 마당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치른다. 이후 스님들이 직접 쓴 물 수(水) 자로 단지를 봉인하고 덮개까지 덮어 경내에 묻는다. 해인사의 단오재는 경내와 경외 매화산 남산제일봉에서 아울러 진행된다. 먼저 대적광전에서 단오재를 알리는 법회를 진행한 후, 대적광전 염주석(鹽柱石)에서 시작하여 경내 곳곳의 돌확에 소금과 물을 붓는다. 이어 사부대중과 지역민이 함께 화기가 중중하다는 남산제일봉에 올라 그곳에서 다시 소금단지와 소금봉투를 곳곳에 비장하는 의식을 치른다. 통도사 단오재에서는 먼저 물을 다스리는 주체인 용왕을 모시는 용왕재를 봉행한 후, 각 전각과 요사채를 돌며 작년에 올려 둔 소금단지를 새것으로 교체한다. 다른 사찰과 달리 특별히, 용왕을 모시는 까닭은 창건설화와 대광명전 ‘항화마진언(抗火魔眞言)’ 속에서 호법용의 존재가 뚜렷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엄사 단오맞이는 해인사의 경외 ‘소금 묻기’와 유사하다. 화엄사 대중 스님들은 단옷날이 되면 각황전·대웅전과 마주 보는 위치의 지리산 비로봉에 오른다. 풍수지리적으로 화기가 강하다고 알려진 이곳에 준비해 온 소금단지를 묻으며, 비로봉의 화기가 정면의 사찰 전각에 미치지 않기를 발원하는 의식을 치른다.
사찰 단오재의 의의 불교에서는 민간에서 전승되던 불막이제의 형식을 받아들여 삼보와 가람 수호를 위한 방편으로 삼았다. 민간의 제의는 사찰에 들어와 불교적으로 정비되는 한편, 물리적으로 화기를 누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마음의 화기를 누르고 청정함을 갖추자는 수행적 의미가 더해졌다. 이제 민간에서는 소금을 활용한 화재 예방 의식이 사라져 간다. 반면, 사찰에서는 사중 공동체를 기반으로 여전히 단옷날 소금 의례가 수승하게 전해진다. 종교 공동체인 사찰을 중심으로 민족문화의 전승이 단절되지 않고 계속되는 지점이 의미 깊다.
〈그림 2〉 소금단지 묻기(조계사, 2022)(조계사)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정연학(2005),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속신과 신앙행위」, 『방재와 보험』 108,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38-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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