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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재

불교에서 산신재는 도량의 수호신으로 포섭된 재래신앙 속 산신(山神)을 대상으로 하는 의례이다. 경내 산신각에서 올리는 기도도 있지만, 도량 밖으로 나가 마을공동체와 함께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산신기도의 전통이 깊은 산사에서는 산신 하강일로 여기는 음력 3월 16일마다 기도를 올린다. 하지만 사찰마다 음력 초하루부터 사흘간 하거나 3월 삼짇날과 9월 중양절에 올리는 경우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그림 1〉 삼짇날 봉천산신대재(화엄사 구층암, 2021)(화엄사)
불교에 수용된 산신신앙 불교 경전에서 산신의 연원을 찾아보면 민간의 산신이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중(護法神衆)이 되어 수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산신은 『화엄경(華嚴經)』에 등장하는 39위 화엄성중에 포함되어 있다. 화엄 신앙에 비추어 볼 때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룸으로써 모든 만물이 더불어 깨달음을 이루게 되었고, 자연의 신들도 불법을 보호하는 신으로 포용된 것이다. 산신은『지장경(地藏經)』에도 ‘산왕불(山王佛)’이란 명칭으로 등장한다. 산왕이 지장보살의 경을 듣고 불법에 감읍해 불교에 귀의하는 내용이다. 산신신앙은 산악숭배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악을 숭배하는 전통은 아주 먼 고대에도 발견되고, 신라시대에 이르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명산을 택하여 제사하는 모습으로 정착하였다. 고려시대에도 산악은 여전히 중시되었는데, 특히 불교와의 결합이 두드러진다. 태조가 남긴 〈훈요(訓要) 10조〉에는 부처님과 산신의 힘으로 고려 왕조의 창업이 가능했음을 천명하는 내용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명산의 산신과 지역신에 대한 신앙 전통이 이어졌으며, 국가 수호와 천재지변의 극복 등을 위한 산천제사가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다만, 기존 국가 주도의 불교식 산신의례는 유교식으로 재편되어 가고, 국가적 행사와 별도로 각 지역의 명산에서는 민간이 주도로 하는 산신신앙은 여전히 활발히 이어졌다. 그러한 가운데 조선후기에 들어서게 되면, 민간의 토속 산신신앙이 불교에 포섭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바로 산신각(山神閣)이나 삼성각(三聖閣)이 사찰 경내에 건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내 산신각 건립은 17세기에 처음 보이며 본격적으로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에 집중적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단독 전각의 형태가 아닌 의례를 올리는 단의 형태로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독립 전각을 세우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주류질서에서 밀린 민간 산신신앙이 불교에 의탁한 결과이자, 새로운 신앙 수요를 창출하고 민간으로 저변을 넓히고자 했던 조선후기 불교계의 모색이 이룬 결실이다. 현행 산신재의 다양한 양상 지리산 화엄사의 ‘봉천 산신대재’는 매년 3월 삼짇날에 화엄사 구층암 일대에서 진행된다. 봉천 산신대재는 화엄사 창건 이후 계속 진행되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중단됐다가 광복 이후 재개됐다. 한때 화엄사 경내에서 지내다 2007년부터 다시 원래 위치인 구층암 위쪽 산신단에서 진행하고 있다. 울산 함월산 백양사에서는 매년 봄에 야외에서 지역주민을 청해 산신재를 거행하고 있다. 함월산 산신재는 『삼국유사』처용랑 편에서 헌강왕이 오악신(五岳神)을 위하여 제사를 올렸다는 기록에 따라 공동체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문화마당 형태로 기획되었다. 백양사 산령각에서 중정으로 산신위패를 이운한 다음 범패와 작법무를 펼치는 가운데 공양을 올리고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산신재는 삼짇날 외에도 정월 초하루나 정월대보름, 가을 중양절 등에 봉행되는데, 사찰 단독이 아니라 마을조직과 긴밀한 결합 속에 진행되기도 한다. 내소사에서는 정월대보름이면 내소사 앞마당 느티나무(일명 할머니 당산) 주위에서 ‘내소사 석포리 당산제’를 마을 주민과 함께 봉행한다. 내소사 석포리 당산제는 1980년대 이후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다가, 내소사가 2009년부터 되살리면서 사찰과 지역주민들이 상생하는 축제 형태로 발전했다.
불교의례 산신재의 특징과 의미 과거부터 현대까지 산신을 향한 기도는 민간, 국가, 불교권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변화해 왔다. 특히 조선후기 불교계는 민간의 산신신앙을 포섭하여 오늘날과 같은 불교 세시의례로서의 산신재를 창출하였다. 토착신을 섬기는 지역 공동체의 요구와 불교의례가 결합하여 다양한 양상을 만들어내는 현상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군왕이 탄생할 만하다고 이름 지어진 군왕대에서 지내는 마곡사 군왕대재와 제주를 관장한다고 신봉되는 토속신을 모두 아울러 재를 올리는 관음사의 한라산 영산대재가 대표적이다. 산신재를 통하여 불교 세시의례의 변화와 지속을 확인할 수 있다.
산령각의 산신기도 설단(봉선사, 2023)(봉선사)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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