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례(茶禮)는 선대조사나 선현을 기리기 위하여 그 영단에 차 공양을 올리는 의례로 민간의 차례와 견줄 수 있다. 현재 차례에서는 술을 올리지만, 명칭에 존재하는 ‘차 다(茶)’자로 볼 때, 본래 불교에서처럼 차를 올리던 의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찰의 다례는 특정한 선대 조사의 추모를 위한 다례와 불특정한 선대 조사를 합동으로 기리는 다례로 나뉜다. 전자는 해당하는 선대조사의 기일이나 탄신일에, 후자는 봄과 가을의 길일을 택해 정기적으로 봉행한다. 현행 춘계다례의 경우 삼짇날(음력 3월 3일) 다공양 전통을 따르는 경우(부석사)도 있지만, 한식(송광사)이나 기타 특정 날짜를 정하여(통도사, 음력 3월 15일) 진행하기도 한다.
〈그림 1〉 선대조사 진영각에서 춘계다례 봉행(송광사 풍암영각, 2023)(송광사)
전통 불교식 다례재 절차
전통적인 불교식 다례를 재현한 1997년 천중사 다례식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및 대세지보살을 모시는 ‘거불(擧佛)’을 행한다. 다음으로 ‘다게(茶偈)’를 독송함과 동시에 선대 조사의 영가(靈駕)를 모시는 ‘청혼(請魂)’ 의식을 행한다. 청혼이 끝나면 찻잔을 올리고 절 두 번과 함께 ‘다반(茶飯)’을 올린다. 이후 ‘보공양진언(普供養―)’을 독송하여 영가에게 공양을 올린다. 공양의 덕이 널리 법계중생에게 회향되기를 바라며 ‘보회향진언(普回向―)’을 이어 하고, ‘발원’을 행하여 다례를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영단에 두 번 절하고, ‘헌식(獻食)’을 한다. 이후 ‘위패’를 모시고 밖으로 나와 불사른다. 이때 입적하신 조사께서 사바세계로 다시 돌아와 중생을 구제해 주길 바라는 뜻에서 ‘속환사바(速還娑婆)’를 염송하기도 한다.[1]정각(2001), 『한국의 불교의례Ⅰ』, 서울: 운주사, 312-313쪽.
현행 춘계다례의 다양한 모습
화엄대찰 부석사에서는 삼짇날을 의상대사의 열반일로 삼아, 사부대중이 지극한 마음으로 의상대재(義相大齋)를 봉행한다. 부석사 개산조(開山祖)이자 신라 해동화엄의 초조(初祖) 의상 스님을 기리는 다례이다. 음력 3월 3일을 의상 스님의 열반일로 삼아, 법회를 열고 차를 올리며 대사의 화엄사상을 마음에 새기는 불법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조계총림 송광사는 매년 한식날과 중양절에 선사들의 업적을 기리는 다례재를 봉행하고 있다.경내 풍암영각(楓岩世察)(국보 제56호)에서 봉행하는데, 방장스님과 주지스님을 비롯 대중스님들이 모여 고승대덕 선사들의 영단(靈壇)에 감로차를 올리고 덕화를 기린다. 풍암영각은 풍암 세찰(楓岩世察, 1688-1767) 선사와 그 법손들의 진영을 모신 전각으로, 송광사는 이 법손들이 송광사를 지키며 번창시켰던 것을 기리기 위해 매년 춘추다례를 올리고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열반하신 근현대 조사스님을 추모하기 위한 합동다례를 춘계와 추계로 나누어 봉행한다. 2020년 전에 문도별로 봉행되던 다례재를 통합하여 합동으로 모시며 산중도재라고 지칭한다. 설법전에서 다례의식을 진행하고 영각 참배 후 각 문도별로 부도탑을 참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가을에 원적에 든 청하, 구하, 월하, 벽안, 성해 스님을 추모하는 산중도재는 가을에 봉행한다.
불교 다례재의 의의
현재 한국불교 각 종파 창종주(創宗主)의 기일에 올리는 대표적인 종조다례로는 대한불교조계종의 도의국사다례와 한국불교태고종의 태고보우국사다례 등이 있다. 물론 종조 외의 조사다례도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사찰에서 이렇게 다례를 봉행하는 목적은 당해 조사·종사의 후손으로서의 예의를 다함과 동시에 가르침을 받들고 수행에 한층 더 정진하겠다는 다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다례는 특정 종문의 전통 계승에 기여하는 의례문화이다.[2]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2016. 8. 29.), “마곡사 불모비림다례”. http://www.koreansansa.net
〈그림 2〉 춘계다례 봉송회향(송광사, 2023)(송광사)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정각(2001), 『한국의 불교의례Ⅰ』, 서울: 운주사, 312-313쪽.
- 주석 2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2016. 8. 29.), “마곡사 불모비림다례”. http://www.koreansans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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