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3월 3일 삼짇날은 양수(陽數)가 중복되는 날로 예로부터 상서로운 날로 여겼다. 이러한 삼짇날의 길상적 의미는 불교에도 수용되어 생명을 존중하고 개인적 소원성취를 비는 날로 자리 잡았다. 구체적으로 뭇생명의 삶을 주관하는 불보살을 향한 차 공양, 다른 생명을 놓아주는 방생, 생명의 안녕과 복록을 희구하는 산신재 등의 기도와 행사를 마련한다.
〈그림 1〉 삼짇날 가야산 중봉 마애불 다례(해인사, 2022)(해인사)
삼짇날 불교 의례 전통
『삼국유사』에 의하면 삼짇날 산천(山川)을 찾아 부처님께 차를 올리는 전통이 보인다. 봄과 가을에 부처님께 차 공양을 하는 풍속의 연원이 오래됨을 확인할 수 있다.
3월 3일(765년)에 왕이 귀정문(歸正門)의 누 위에 나가서 좌우의 측근에게 말하기를, “누가 길거리에서 위의(威儀) 있는 승려 한 사람을 데려올 수 있겠느냐?”라고 하였다. 이때 마침 위의가 깨끗한 고승 한 분이 배회하고 있었다. 좌우 측근들이 그를 보고 데려다 보이니, 왕이 말하기를, “내가 말하는 위의 있는 승려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그를 물리쳤다. 다시 한 승려가 납의(衲衣)를 입고 앵통(櫻筒)을 지고서 또는 삼태기를 졌다고도 한다. 남쪽에서 왔다. 왕이 그를 보고 기뻐하면서 누 위로 맞아서 그 통 속을 보니, 다구(茶具)가 들어 있을 뿐이었다. 왕이 묻기를, “그대는 누구요?”라고 하니, 승려가 대답하기를, “충담(忠談)이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묻기를, “어디서 오시오?”라고 하니, 승려가 대답하기를, “소승은 3월 3일[重三]과 9월 9일[重九]에는 남산(南山) 삼화령(三花嶺)의 미륵세존(彌勒世尊)에게 차를 다려 공양하는데, 지금도 차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말하기를, “과인에게도 차 한 잔을 줄 수 있소?”라고 하니, 승려가 곧 차를 다려 왕에게 드렸는데, 차의 맛이 이상하고 찻잔 속에는 특이한 향이 풍겼다.[1]『삼국유사』권2, 기이2, 경덕왕·충담사·표훈대덕 조. 번역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https://url.kr/jcit98) 참조.
어느 삼짇날, 신라 경덕왕이 위엄과 덕이 높은 승려를 찾는 중에 지나가는 충담 스님을 만나게 된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는 물음에 충담은 중삼일(3월 3일)과 중구일(9월 9일)에 남산 삼화령의 미륵불에게 차를 공양하므로 오늘도 차를 올리고 오는 길이라 대답했다는 일화이다. 삼짇날 불공에서 불보살에게 올리는 차 공양의 오래된 역사성을 확인하게 된다.
한편 방생재는 살아 있는 짐승을 놓아줌으로써 악업을 소멸하고 깨달음을 이루는 마음이 생겨 세간과 출세간의 공덕이 되는 의례이다. 산신재의 경우는 고려시대에 불교로 수용되어 오악(五嶽) 명산을 섬기는 팔관회로 이어져 왔다. 불교의 교법으로 난리와 외세를 제압하는 한편 개인적인 기원을 바라는 의례로 정착되어 오늘에 이른다.[2]김용태(2019), 「조선후기 불교와 민간신앙의 공존 양상-산신・칠성 신앙의 불교화」, 『불교학연구』 61, 화성: 불교학연구회.
현행 불가의 삼짇날 의례 양상
부처님이나 선현에게 차를 올리는 삼짇날 다례재는 오늘날 영주 부석사의 의상대재와 합천 해인사 마애불 헌공다례 등으로 이어오고 있다. 의상대재는 개산조 의상대사(義湘大師)를 기리며 그의 화엄사상을 계승하고 가르침을 이어가기 위해 매년 삼짇날에 치르는 재이다. 해인사는 천년의 세월을 지탱하며 가람을 수호하고 있는 가야산 중봉마애약사여래입상 앞에 삼짇날 헌공다례를 봉행한다.
사찰에서 산신재는 봄과 가을의 길일에 봉행되는데, 봄철 삼짇날을 산신재의 모습은 대표적으로 서울 진관사 산신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진관사에서는 해마다 삼짇날 즈음의 산신 하강일인 3월16일이면 삼각산 산신을 모시고 삼일기도를 올린다. 진관사의 산신은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전에 함께 모셔져 있어, 이곳에서 14일부터 사흘 간 산신기도가 이어진다. 산신청(山神請)에 따라 의식을 행하면서 정법계진언이 시작될 무렵 마지뚜껑을 열어 공양을 올린다.[3]구미래(2020. 9. 28.), 「[구미래의 불교 세시의례] 〈17〉 산신기도」,『불교신문』. https://www.ibulgyo.com 그 외 법주사와 봉선사 등에서도 봄철 산신재를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불살생을 실천하는 방생은 정월대보름, 삼짇날, 우란분절 등 여러 시기에 진행된다. 삼짇날 봉행하는 방생의식으로는 봉은사 ‘생명나눔 방생대법회’를 들 수 있다. 봉은사는 불자 순례단과 함께 매해 다양한 지역 사찰을 순례하며 근처 해안가나 강가에서 방생법회를 연다. 법회는 ‘삼귀의, 우리도 부처님같이, 육법공양, 자비방생의 노래. 환영사, 인사말, 천도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봉은사 방생의식에서는 단순히 물고기를 놓아주는 행사라는 인식을 재고하고 자비심 회복과 생명사랑을 실천하는 보살행을 강조한다.
불교 세시의례로서의 삼짇기도
삼짇날에는 봄의 생명력으로 벽사기복하는 다양한 풍습이 전승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용왕제, 산신제, 장승제 등을 행하고, 불교권에서는 이날 기도를 올리면 효험이 크다 하여 기자불공이나 소원성취 축원을 한다. 또한 불교에서는 불보살과 선대조사께 차를 올리는 다례, 살아 있는 생명을 본래의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생법회 또한 중요한 의식으로 삼아왔다. 불교에서는 삼짇날이 지닌 길상의 의미를 받아들여 다양한 세시의례를 생성해 온 것이다.
〈그림 2〉 봉은사 신도의 삼짇날 방생(서산 간월암, 2018)(불교신문)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삼국유사』권2, 기이2, 경덕왕·충담사·표훈대덕 조. 번역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https://url.kr/jcit98) 참조.
- 주석 2 김용태(2019), 「조선후기 불교와 민간신앙의 공존 양상-산신・칠성 신앙의 불교화」, 『불교학연구』 61, 화성: 불교학연구회.
- 주석 3 구미래(2020. 9. 28.), 「[구미래의 불교 세시의례] 〈17〉 산신기도」,『불교신문』. https://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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