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재일(음력 2월 8일)과 열반재일(음력 2월 15일)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탄생한 부처님오신날,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신 성도재일과 더불어 불교 4대 명절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날이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90년대 초부터 이 기간을 ‘불교도 경건주간’으로 설정하여 불자에게 출가와 열반의 참뜻을 새기도록 하고 있다.
〈그림 1〉 출가·열반재일 8일기도 봉행(조계사, 2023)(조계사)
출가·열반재일 정진의 역사
고대인도에서는 성인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도는 우요삼잡(右繞三匝)의 예경의식이 있었다. 마가다국의 왕이 부처님을 친견하고 그 발에 예배한 뒤 세 번 돌았듯이 부처님 당시에도 우요삼잡이 행해졌고, 열반 후에는 그 유골을 모신 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스투파(stupa)를 도는 탑돌이 의식이 생겨났다.
당나라에서는 2월 8일부터 15일까지 무애다반(無礙茶飯)과 불아공양(佛牙供養) 등을 성대하게 치렀다. 무애다반은 온갖 진기한 공양을 부처님께 올리며 승속의 구분 없이 참여해 이를 나누고 서로 보시하는 대법회이며, 불아공양은 부처님의 치아 공개와 함께 행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출가재일부터 열반재일에 이르는 기간은 승가와 재가자가 상호 보시하는 무차법회(無遮―)의 대축제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처님의 삶이 축약된 출가에서 열반에 이르는 기간을 특별하게 여겼다.『삼국유사』에는 신라풍속에 해마다 2월이 되면 경주의 남녀가 다투어 흥륜사의 전탑(殿塔)을 돌며 복을 비는 복회(福會) 풍습이 있었다고 기록하였다. 이 복회 시기를 8일부터 15일까지라 했으니, 신라인들은 8일간의 이 기간을 부처님의 사리탑을 돌며 뜻깊게 보냈다.
고려시대에는 열반재일에 국가의례로 연등회를 열었다. 송나라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고려인들이 불교를 좋아해 2월 보름이면 많은 절에서 등불을 켜는데 그 광경이 매우 화려하다”라고 적었다. 고려 연등회는 태조 왕건의 유훈에 따라 정월 대보름의 연례행사였는데, 991년 잠시 폐지됐다가 현종이 곧 복원하면서 2월 보름으로 바꾼 것이다. 중국에서 도교와 토착신앙이 반영된 대보름 연등회를 이어간 것과 달리, 고려의 ‘2월 보름 연등’ 설행은 불교국가로서 열반재일에 의미를 둔 불교신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이후 출가·열반절 정진주간이 본격적으로 의미화된 것은 1992년 무렵부터이다. 불교계에서는 이를 새로운 신행운동의 계기로 삼아, 부처님의 출가정신을 새기고 열반의 가르침을 용맹정진의 길로 다지기 위한 다양한 신행을 이어오고 있다.
출가·열반재일 주간의 다양한 특별정진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근래 출가·열반재일 8일 동안 수행에 정진할 것을 다짐하는 계율산림법회[1]산림법회란 사찰에서 불경을 강설하는 대규모 모임을 일컫는다. 여기서는 계율산림법회이므로 계율과 관련된 강설이 열리는 법회를 말한다.를 마련해 왔다. 종단 차원의 신행 운동과 함께 주요 사찰들도 출가·열반 정진기간을 맞아 특별기도를 진행한다. 특별정진 기간에는 승보공양 운동, 경전 독송, 자비수참 도량, 천도재, 경전 강의와 특별설법 등이 진행된다.
서울 조계사는 출가열반 정진 기간에 승보공양 운동을 함께 전개해 열반재일까지 헌공을 받는다. 서울 불광사 역시 출가재일을 스님의 날로 지정하고 승보공양 법회를 진행한다. 불자들은 스님들의 원만 수행을 발원하며 공양물을 올린다.
서울 봉은사, 남양주 봉선사, 양산 통도사에서는 출가·열반재일 동안 매일 ‘금강경’ 독송 특별정진기도를 봉행한다. 김제 금산사 포교당 전북불교회관 보현사는 매일 ‘천수경’ 독송과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이어간다. 전주 참좋은우리절은 ‘업장소멸 참회정진 대법회’를 봉행한다. 이 기간 매일 사시에 자비수참을 독송하며 참회를 통한 업장소멸을 기원한다.
출가·열반재일을 맞아 천도재를 지내는 사찰도 있다. 부산 해동용궁사는 매일 사시불공과 정진기도를 봉행하고 열반재일 당일에 천도재를 지낸다. 군산 성흥사도 열반재일을 맞이해 불자들을 위한 특별 천도재를 진행한다.
완주 송광사에서는 지장전에서 정진을 이어가며 매일 ‘유마경’ 강의를 진행한다. 서울 정토회도 각 지역 정토법당에서 수행법회를 진행한다. 매일 하루 2차례 법륜 스님의 생방송 법문으로 출가부터 수행, 열반까지의 의미를 배운다.
서울 국제선센터는 사시예불에서 가족이 동참하는 108배 기도를 진행한다. 용인 법륜사는 불자들이 각자 정진할 수 있도록 수행일지를 나누어주고, 열반재일에 일지를 돌려보며 출가·열반재일의 의미를 되새긴다.[2]고민규(2022. 3. 4.), 「“불이의 가르침 몸소 보여준 부처님 따라 용맹정진 할 것”」, 『법보신문』. http://www.beopbo.com, 노덕현(2018. 3. 15.), 「계율산림, 특별신행일지 보급 등 출가열반재일 맞아 불교계 행사 다채」, 『현대불교』. https://www.hyunbulnews.com
출가·열반재일 주간 특별정진의 의미
출가·열반재일의 정진 양상 가운데 주목할 것은 일상의 보살행 실천이다. 이는 ‘부처님 닮기’로 요약할 수 있다. 재가불자로서 자신을 돌아보며 일상의 소소한 실천부터 부처님을 조금이라도 닮아가려는 노력이다. 이 주간 동안 대부분의 재가불자는 자신을 점검하는 108배 참회기도를 올린다. ‘나의 허물은 감추고 남의 잘못을 찾지 않았는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고마움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등을 반성하며 부처님의 올바른 제자 되기를 실천한다.[3]구미래(2020. 3. 6.), 「[구미래의 불교 세시의례] 〈4〉 출가절과 열반절」, 『불교신문』. https://www.ibulgyo.com
〈그림 2〉 출가·열반재일 금강경독송법회(봉선사, 2018)(봉선사)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산림법회란 사찰에서 불경을 강설하는 대규모 모임을 일컫는다. 여기서는 계율산림법회이므로 계율과 관련된 강설이 열리는 법회를 말한다.
- 주석 2 고민규(2022. 3. 4.), 「“불이의 가르침 몸소 보여준 부처님 따라 용맹정진 할 것”」, 『법보신문』. http://www.beopbo.com, 노덕현(2018. 3. 15.), 「계율산림, 특별신행일지 보급 등 출가열반재일 맞아 불교계 행사 다채」, 『현대불교』. https://www.hyunbulnews.com
- 주석 3 구미래(2020. 3. 6.), 「[구미래의 불교 세시의례] 〈4〉 출가절과 열반절」, 『불교신문』. https://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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