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재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자 시절 왕자라는 지위를 내려놓고 수행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날을 기리는 날로 음력 2월8일이다. 열반재일은 붓다가 45년 유행(遊行) 끝에 적멸에 든 날을 기념하는 날로 음력 2월 15일이다. 출가재일과 열반재일은 같은 2월 달에 불과 8일 차이로 인접해 있다. 이런 까닭으로 출가재일부터 열반재일까지 8일을 ‘출가·열반 주간’이라 하여 많은 사찰에서 중요한 수행정진 기간으로 삼고 있다.
〈그림 1〉출가재일 법회 법문 경청(조계사, 2023)(조계사)
부처님의 출가와 열반
출가절은 싯다르타 태자가 동서남북 네 문에서 노인과 병든 사람, 죽은 사람에 이어 수행자를 보고 출가를 단행한 날이다.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에 따르면 태자는 “도를 생각하며 깨끗이 하려면 집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 언제나 산과 숲에 살면서 힘써 연구하며 선정(禪定)을 행하리라” 하며 성을 나섰다. 마부 차닉이 출가를 만류하자 태자는 “이제 나는 세상이 즐겁지 아니하니 차닉아, 머뭇거리지 말아라. 나의 본래 서원(誓願)을 이루게 되면 너의 3세(世) 고통을 없애 주리라” 하는 게송을 읊고 백마를 타고 떠났다. 밤새 말을 달려 아노마국에 도착한 태자는 마부에게 입고 온 옷과 보관(寶冠)을 벗어 주고, 머리카락을 잘라 출가의 굳은 의지를 알렸다. 그리고 걸식하며 수행을 이어갔다. 이처럼 싯다르타 태자는 왕자라는 지위가 상징하는 부와 권력을 스스로 포기하고, 수행자의 길을 택했다. 이 때문에 후대의 사람들은 부처님의 출가를 ‘위대한 포기’라며 칭송한다.
출가 후 고행을 마다하지 않은 석가모니 부처님은 정각(正覺)을 이룬 후 45년간 인도 각 지역을 유행하며 진리를 전했다. 그리고 80세에 쿠시나가르 사라쌍수(娑羅雙樹) 아래에서 열반에 든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는 2월 15일 열반 직전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남긴 가르침이 서술되어 있다. 부처님은 열반 직전,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일체 모든 행(行)은 모두 다 무상(無常)하여 내가 지금 비록 금강의 몸이지만 역시 무상으로 변하는 것을 면하지 못하니, 나고 죽음의 되풀이가 참으로 두려워할 만하지 않은가. 그대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수행하고 정진하여 이러한 나고 죽음의 불구덩이를 벗어나기를 속히 구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가르침이다.”라고 설했다.[1]권중서(2010. 3. 30.), 「⑨ 부처님의 열반 훅! 불어서 꺼버린 적멸의 즐거움」, 『불교저널』. https://www.buddhismjournal.com / 어현경(2022. 3. 6.), 「‘위대한 포기’한 부처님처럼 정진하며 열반 이르길 기원」, 『불교신문』. https://www.ibulgyo.com
서기(西紀)는 예수님이 탄생한 해를 원년으로 삼는 데 비해, 불기(佛紀)는 부처님의 열반을 기준으로 삼는 불멸기원(佛滅紀元)이다. 이는 열반적정(涅槃寂靜)[2]모든 번뇌를 남김없이 소멸하여 평온하게 된 열반 또는 해탈의 상태. 불교의 이상이 곧 열반적정이다.에 대한 교리적 의미와 함께, 부처님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더 큰 의미를 둔 것이다. 부처님이 평생 두 발로 남긴 것이 후세인들에게 진리의 길이 되고, 그 길을 비춰주는 자비의 등불이 되었기 때문이다.[3]구미래(2020. 3. 6.), 「[구미래의 불교 세시의례] 〈4〉 출가절과 열반절」, 『불교신문』.
출가·열반재일 법회 절차
『석문의범』에는 다음과 같은 열반재일 법회식순을 소개하고 있다.
(1) 개식 (2) 삼귀의 (3) 독경 (4) 입정 (5) 설교(『열반경』 혹 『유교경』) (6) 권공 (7) 예참(「열반예문」 혹 「팔상예문」) (8) 축원 (9) 퇴공 (10) 퇴식[4]안진호(1935), 『석문의범』, 서울: 만상회, 217-218쪽.
현행 출가·열반재일의 경우, 출가재일에 입재하여 열반재일에 회향하는 식으로 법회를 여는 경우가 다수이다. 특히 이 주간은 출가자들이 수행에만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재가자의 승보공양이 널리 정착되어 있기도 하다. 삼보에 대한 보시는 불자의 의무이자 가장 큰 공덕으로, 예로부터 이 기간에 가사공양을 비롯해 다양한 승보공양이 이어져온 것이다.
서울 조계사의 경우 매년 경내 대웅전에서 출가·열반재일을 맞아 며칠 전 승보공양의식을 거행한다. 승보공양은 다가오는 출가재일과 열반재일을 맞아 출가수행의 서원과 가치를 되새기고, 신행활동에 대한 발심을 다지기 위해 마련된다. 조계사 신도 대표 2인은 헌공 의식을 통해 차, 향 등이 담긴 공양물을 공경의 마음을 담아 주지스님에게 올리게 된다.
출가·열반재일의 의미
출가재일과 열반재일은 부처님오신날, 성도재일과 더불어 불교 4대 명절이다. 음력 2월 8일에서 15일에 이르는 출가·열반재일 주간에 불자들은 깨달음을 향한 수행자의 삶을 떠올리며 부처님의 유훈을 마음에 담는다. 재가신자가 부처님의 제자로서 수행에 정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그림 2〉출가·열반재일 맞이 승보공양(조계사, 2023)(조계사)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권중서(2010. 3. 30.), 「⑨ 부처님의 열반 훅! 불어서 꺼버린 적멸의 즐거움」, 『불교저널』. https://www.buddhismjournal.com / 어현경(2022. 3. 6.), 「‘위대한 포기’한 부처님처럼 정진하며 열반 이르길 기원」, 『불교신문』. https://www.ibulgyo.com
- 주석 2 모든 번뇌를 남김없이 소멸하여 평온하게 된 열반 또는 해탈의 상태. 불교의 이상이 곧 열반적정이다.
- 주석 3 구미래(2020. 3. 6.), 「[구미래의 불교 세시의례] 〈4〉 출가절과 열반절」, 『불교신문』.
- 주석 4 안진호(1935), 『석문의범』, 서울: 만상회, 217-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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