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합천 해인사에서 마지 올리는 모습(해인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본사 법보종찰 해인사)
1. 사찰 일과 속의 사시불공
오늘날 사시불공은 부처님 재세 시 승단(僧團)의 공양법식에서 오후불식(午後不食) 한 것에서 유래한다. 부처와 그 제자들은 하루에 한 끼, 정오가 되기 전 공양을 하였다. 당시 풍습에 맞추어 불·보살단에 정성껏 지은 밥(마지)을 올리며 예경하는 의식을 일러 ‘사시불공(巳時佛供)’ 또는 ‘사시예불(巳時禮佛)’이라 한다. 사찰에서는 아침·저녁 예불과 사시불공을 아울러 ‘삼시예불(三時禮佛)’이라 통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 번의 예경의식은 사찰에서 중심 일과로 행해지고 있다.
12진법으로 표현하는 전통 시간 개념에 따르면 사시(巳時)는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에 해당한다. 오늘날 전통사찰에서 행하는 사시불공은 대체로 매일 오전 11시에 시작하여 1시간 가량 이루어지며, 큰법당에서 합동 의례 방식으로 설행되고 있다.
본격적인 사시불공 의식에 앞서 10시 무렵이 되면 큰 법당을 시작으로 각 전각마다 마지(摩旨)를 나르는 발길이 이어진다. 마지를 옮길 때는 불기(佛器)의 밑 부분을 오른손으로 받쳐 어깨 위로 올리고, 왼손은 오른쪽 팔꿈치를 받친 후 조심스레 걷는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지녔으므로 도중에 큰스님을 만나게 되더라도 절을 올리지 않는다. 법당의 의식단에 마지를 올릴 때는 뚜껑을 열고 삼배를 한 다음 물러난다.
2. 사시불공 의식 절차
사시불공 의식에서는 불단(佛壇: 上壇)과 신중단(神衆壇: 中壇)을 차례대로 예경한다. 먼저 상단(上壇: 불단)에 마지를 올려 불공(佛供) 의식을 행한다. 그런 다음 마지를 중단(中壇: 신중단)으로 물려[退] 공양을 올린다. 이를 두고 ‘중단퇴공(中壇退供)’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40분에서 1시간 가량 소요되며 사찰마다 세부적인 의식 구성을 달리하기도 한다.
| 구분 | 절차적 의미 | 세부 순서(의식문) |
| 상단불공(上壇佛供) | 거불(擧佛) | 보례진언(普禮眞言) |
| 천수경(千手經) | ||
| 거불(擧佛) | ||
| 보소청진언(普召請眞言) | ||
| 봉청(奉請), 헌좌(獻座) | 유치(由致) | |
| 청사(請詞) | ||
| 향화청(香花請) | ||
| 가영(歌詠) | ||
| 헌좌진언(獻座眞言) | ||
| 석가모니정근(釋迦牟尼精勤) | ||
| 석가여래종자심진언(釋迦如來種子心眞言) | ||
| 변식(變食), 헌공(獻供) |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 | |
| 공양게(供養偈) | ||
| 진언권공(眞言勸供) | ||
| 공양예참(供養禮懺) | ||
| 보공양진언(普供養眞言) | ||
| 보회향진언(普回向眞言) | ||
| 원성취진언(願成就眞言) | ||
| 보궐진언(補闕眞言) | ||
| 축원(祝願) | 탄백(嘆白) | |
| 축원(祝願) | ||
| 중단퇴공(中壇退供) | 반야심경(般若心經) |
상단불공(上壇佛供)의 식순은 보례진언(普禮眞言), 천수경(千手經), 거불(擧佛), 보소청진언(普召請眞言), 유치(由致), 청사(請詞), 향화청(香花請)·가영(歌詠), 헌좌진언(獻座眞言), 석가모니정근(釋迦牟尼精勤), 석가여래종자심진언(釋迦如來種子心眞言),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 공양게(供養偈), 진언권공(眞言勸供), 공양예참(供養禮懺), 보공양진언(普供養眞言), 보회향진언(普回向眞言), 원성취진언(願成就眞言), 보궐진언(補闕眞言), 탄백(嘆白), 축원(祝願)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림 2〉 해인사 사시불공 상단의식 모습(해인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본사 법보종찰 해인사)
이는 개별 의식이 지닌 의미에 따라 네 개의 부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거불(擧佛)’의 의미로서 공양의 대상인 불보살을 모시는 절차가 행해진다. 가장 먼저 삼보(三寶)를 향하여 보례진언(普禮眞言)을 외운 후 천수경(千手經)을 독송한다. 천수경은 관음보살의 광대한 자비심을 찬양하는 경으로, 관음보살의 원력에 힘입어 모든 소망을 가호 받기를 염원하면서 도량을 정화한다는 뜻을 지닌다. 아울러 참회, 서원, 귀의 등 모든 신행의 기초를 담고 있다. 그리고 삼보를 법회로 모시는 거불(擧佛) 의식문을 읽고 보소청진언(譜召請眞言)을 왼다.
두 번째로 ‘봉청(奉請)과 헌좌(獻座)’의 의미로서 불보살을 받들어 청하고, 자리를 바치는 절차가 행해진다. 우선 불보살의 덕상을 찬탄하고 법회가 이루어지는 연유를 아뢰는 유치(由致) 및 청사(請詞) 의식문을 읽는다. 법회를 열게 된 유래를 알리는 일종의 개회선언과 같은 의미를 띤다. 더불어 이날의 공양자를 소개하며 가피를 내려주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향(香)과 꽃[花]으로 청한다는 향화청(香花請), 부처님을 찬탄하는 가영(歌詠)을 독송한다. 삼보께 자리를 바치며 앉도록 권하는 헌좌진언(獻座眞言)을 왼다. 다음으로 석가모니의 명호를 반복해서 칭념하는 석가모니정근(釋迦牟尼精勤)을 행하며 기도한 후, 석가여래종자심진언(釋迦如來種子心眞言)을 독송하며 부처님을 찬탄한다.
세 번째로 ‘변공(變食)과 헌공(獻供)’의 의미로서 세속의 물질을 공양물로 변화하고 공양을 바치는 절차가 행해진다. 이때에 앞서 마지 종을 치며 신호하고, 마지가 담긴 불기(佛器)의 뚜껑을 연다. 먼저 공양을 올리는 의식단을 정화하는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을 독송하고, 공양을 올리는 공양게(供養偈: 혹은 다게(茶偈))를 외고, 진언을 통해 공양의 변화를 청하는 진언권공(眞言勸供)을 행한다. 다음으로 공양예참(供養禮懺) 의식문을 독송한다. 이는 ‘예참(禮懺)’, ‘예공(禮供)’ 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 여러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침, 4대 보살님, 제대성현, 제대성현·종사·선지식, 사부대중 등을 향해 일곱 차례 정례하며 공양하는 의식문으로 구성․절차적인 측면에서 칠정례(七頂禮) 예경문과 유사하다.[1]칠정례 의식문과 마찬가지로 집전하는 사찰의 신앙 특성을 반영하여 의식문 구성을 달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양산 통도사(通度寺)에서는 불보(佛寶)에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미륵존불”과 “영축산중 금강계단 정골사리 자비보탑”을 더하고, 승보에 창건조사인 “자장율사”를 더하여 십일정례(十一頂禮)를 한다. 순천 송광사(松廣寺)에서는 국사전(國師殿)에 배향된 16인의 국사에 대한 예경을 포함하여 팔정례(八頂禮)를 한다. 그리고 널리 공양하고 널리 회향하며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미비한 부분은 보충한다는 뜻으로 보공양진언(普供養眞言), 보회향진언(普回向眞言), 원성취진언(願成就眞言), 보궐진언(補闕眞言)을 독송한다.
네 번째로 ‘축원(祝願)’의 의미로서 삼보의 자비와 가피를 바라는 절차가 행해진다. 부처님의 공덕을 다시 찬탄하며 아뢰는 탄백(嘆白)을 독송한다. 다음으로 공양자들의 서원을 밝히며 공덕을 회향하는 축원문(祝願文)을 봉송한다.
〈그림 3〉 해인사 사시불공 중단의식 모습(해인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본사 법보종찰 해인사)
이상과 같이 상단불공이 끝난 후에는 마지를 중단으로 물려 공양한다. 조석예불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중단 의식을 반야심경을 봉독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정초(正初)나 보름 등 사찰에서 명일(名日)로 일컬어지는 때에는 신중기도(神衆祈禱)를 행하며 중단 헌공이 수반되기도 하는데, 이때는 중단 의식을 격식을 갖추어 행하기도 한다. 중단퇴공을 마친 후에는 영가를 모신 하단(下壇)을 향해 해탈주(解脫呪) 등의 진언이나 게송을 봉독하기도 한다.
〈그림 4〉 송광사 사시불공 의식에서 마지를 물리고, 대중공양을 알리는 밥종을 치는 모습(송광사, 승보종찰 송광사 블로그)
상단 및 중단의 공양의례가 끝난 후에는 모든 마지를 공양간의 퇴공 솥에 모아 다음 끼니의 대중공양으로 삼는다. 부처님에 대한 공양이 끝나면 스님들의 공양이 따르는데, 부처님의 마지는 사시에 올리고 스님들의 점심은 오시(午時: 오전11시-오후1시)에 이루어지므로 오시공양을 줄여 ‘오공(午供)’이라 부르기도 한다.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칠정례 의식문과 마찬가지로 집전하는 사찰의 신앙 특성을 반영하여 의식문 구성을 달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양산 통도사(通度寺)에서는 불보(佛寶)에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미륵존불”과 “영축산중 금강계단 정골사리 자비보탑”을 더하고, 승보에 창건조사인 “자장율사”를 더하여 십일정례(十一頂禮)를 한다. 순천 송광사(松廣寺)에서는 국사전(國師殿)에 배향된 16인의 국사에 대한 예경을 포함하여 팔정례(八頂禮)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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