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수덕사에서 감자캐기 울력하는 모습(수덕사, 수덕사 홈페이지)
1. 울력·운력(雲力)·운력(運力)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일하는 것을 ‘울력’이라 한다. 우리의 민속문화 전통 가운데 농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힘을 합하여 무보수로 남의 일을 도와주는 협동 방식을 두고도 ‘울력’이라고도 지칭하는데, 이때는 마을 공동체의 상부상조하는 공동체 문화를 대표하는 노동 방식을 뜻한다.
‘울력’은 순우리말이며,[1]‘울력’은 고유어 ‘울’과 한자어 ‘력[力]’이 결합한 합성어로 보기도 한다. ‘울’은 울타리, 우리[吾等]의 동의어로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하는 일을 ‘울력’이라 하게 되었다는 어원설이 있다. (백문식(2006),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서울: 삼광출판사.) 이를 대체하여 한자어 표현도 다양하게 통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운력’이라 하여 의미하는 바에 따라 한자 표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구름같이[雲] 모여서 일한다[力]는 의미에서 ‘운력(雲力)’이라 하거나, 힘[力]을 다 함께 기울인다[運]는 뜻에서 ‘운력(運力)’이라고 한다.
2. 보청(普請)으로서의 ‘울력’
사찰 일과에서 행해지는 울력은 ‘보청(普請)’의 의미로 통한다. ‘보청(普請)’이란 대중(大衆)에게 함께 일할 것을 두루 청한다는 뜻이다. 본질적으로 위아래 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협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불교의 노동 관념과 관련하여 이해되고 있다. 본래 불교의 출가 수행자들은 ‘탁발(托鉢)’을 생활수단으로 삼도록 규정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걸식을 통하여 의식(衣食)을 해결하고 어떠한 생산 활동에도 종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중국불교로 넘어오면서 선종(禪宗)을 중심으로 자급자족(自給自足)의 원칙을 내세우며 수행과 노동의 병행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출가 수행자의 노동을 금지하던 불교의 근본 계율을 넘어서, “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2]『조당집』 권14, 백장화상 조, “무릇 날마다 힘을 보탤 때에도 반드시 남보다 먼저 나섰다. 주사(主事)가 차마 볼 수 없어서 연장을 숨기고 쉬기를 청하였다. 선사가 말하기를, ‘나는 덕이 없는데 어찌 남들에게만 힘을 모으라 하겠는가?’ 선사가 연장을 이리저리 찾다가 찾지 못하면 식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하는 말이 세상에 퍼졌다.〔凡日給執勞,必先於衆。主事不忍,密收作具,而請息焉。師云:“吾無德,爭合勞於人。” 師遍求作具,旣不獲,而亦忘喰。故有“一日不作,一日不食”之言,流播寰宇矣。〕” 등의 언설처럼 ‘선농(禪農)’의 가치를 중요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보청의 법은 위와 아래가 평등하게 협력하는 것이다. 대중 노동이 필요할 때, 고사(庫司)는 먼저 주지에게 알리고, 행자(行者)로 하여금 수좌(首座)와 유나(維那)에게 말을 전하게 하고, 당사(堂司) 행자에게 분부하여 대중에게 알리는 보청패(普請牌)를 걸도록 한다. 목어(木魚)나 북 소리를 들으면 각자 멜빵을 왼쪽 어깨에 메고 보청하는 장소에 나아가 서로 힘을 모은다. 수료(守寮)와 직당(直堂), 늙거나 병든 수행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지런히 나가야 한다. 백장 선사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라고 경계한 것을 생각해야 한다.”
-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3]『칙수백장청규』, 권6, 보청 조, “普請之法蓋上下均力也。凡安眾處有必合資眾力而辦者,庫司先稟住持,次令行者傳語首座維那,分付堂司行者報眾掛普請牌。仍用小片紙書貼牌上云,或聞木魚或聞鼓聲,各持絆膊搭左臂上,趨普請處宣力。除守寮直堂老病外,並宜齊赴。當思古人一日不作一日不食之誡。” (CBETA: T48, no. 2025, p. 1144, a26-b4)
앞의 인용문은 중국 원나라 시기 선종 사원의 제도와 규범을 성문화한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의 일부 내용으로, 보청의 의미와 실행 방식을 서술하고 있다. 선종 사원에서는 보청의 법에 따라 모든 출가 수행자들이 대중 노동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화되었고 각기 소임을 법식에 맞추어 준행하였다. 이러한 규범들을 통하여 논밭을 가는 경작(耕作), 수확물을 거두는 타작(打作) 등의 일이 단순히 ‘노동’의 범주를 넘어 ‘수행’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선을 수행하고 깨달음을 실천하는 선풍(禪風)이 형성된 것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울력’은 고유어 ‘울’과 한자어 ‘력[力]’이 결합한 합성어로 보기도 한다. ‘울’은 울타리, 우리[吾等]의 동의어로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하는 일을 ‘울력’이라 하게 되었다는 어원설이 있다. (백문식(2006),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서울: 삼광출판사.)
- 주석 2 『조당집』 권14, 백장화상 조, “무릇 날마다 힘을 보탤 때에도 반드시 남보다 먼저 나섰다. 주사(主事)가 차마 볼 수 없어서 연장을 숨기고 쉬기를 청하였다. 선사가 말하기를, ‘나는 덕이 없는데 어찌 남들에게만 힘을 모으라 하겠는가?’ 선사가 연장을 이리저리 찾다가 찾지 못하면 식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하는 말이 세상에 퍼졌다.〔凡日給執勞,必先於衆。主事不忍,密收作具,而請息焉。師云:“吾無德,爭合勞於人。” 師遍求作具,旣不獲,而亦忘喰。故有“一日不作,一日不食”之言,流播寰宇矣。〕”
- 주석 3 『칙수백장청규』, 권6, 보청 조, “普請之法蓋上下均力也。凡安眾處有必合資眾力而辦者,庫司先稟住持,次令行者傳語首座維那,分付堂司行者報眾掛普請牌。仍用小片紙書貼牌上云,或聞木魚或聞鼓聲,各持絆膊搭左臂上,趨普請處宣力。除守寮直堂老病外,並宜齊赴。當思古人一日不作一日不食之誡。” (CBETA: T48, no. 2025, p. 1144, a26-b4)
불교용어
- 운력 사찰에서 대중이 공동으로 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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