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예불의식의 법구

사찰의 일상생활이나 의식행사 때에 사용하는 도구를 ‘불구(佛具)’ 내지는 ‘법구(法具)’라 한다. 예배 의식이 이루어지는 불단(佛壇)에는 향로(香爐)와 촛대, 다기(茶器), 정병(淨甁), 원패(圓牌), 위패(位牌) 등이 장치 도구로서 시설된다. 스님들의 수행 생활에 필요한 생활 용구로서 석장(錫杖), 발우(鉢盂) 등이 있다. 예불의식을 집전할 때는 차례에 따라 매우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법구로서 목탁(木鐸), 죽비(竹篦), 요령(搖鈴), 금고(金鼓), 범종(梵鍾),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 등이 있다.
〈그림 1〉 목탁, 죽비, 요령(국립민속박물관 민속아카이브)
1. 목탁(木鐸) 불공 및 예불의식을 행하거나 대중이 모일 때 사용하는 의식 용구이다. 목어(木魚)가 변형된 불구로, 목어가 긴 물고기 모양인 데 비해 목탁은 둥근 형태로 만들어진다. 만드는 재료는 대추나무가 가장 좋으나, 박달나무·은행나무·궤목 등을 많이 사용한다.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를 띠며 앞부분의 긴 입과 입 옆의 둥근 두 눈으로 물고기를 형상화하였다. 들고 치는 목탁은 손잡이가 이어져 있고, 바닥에 놓고 치는 목탁은 손잡이 대신 물고기 몸체의 비늘과 머리 부분 등을 묘사하거나 용두어신(龍頭魚身)의 형태로 제작한다. 중국 선종 사찰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목탁은 잠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를 연상하여 경각심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종류로는 대체로 포단(蒲團) 위에 놓고 치는 큰 목탁과 직접 들고 치는 작은 목탁이 있다. 대체로 큰 것은 대중을 모으기 위해서 사용되거나 공양 시간을 알릴 때 사용하며, 작은 것은 법당에서 염불·예배·독경할 때 사용한다. 보통 사찰에서 공양을 알릴 때는 한 번을 길게 치되 처음은 소리를 크게 하여 차차 작게 줄인다. 일을 하거나 논·밭에서 일을 하기 위한 공동 작업을 할 때는 두 번을 길게 치며, 학습이나 입선(入禪)의 시간임을 알릴 때는 세 번을 길게 친다. 또한 새벽에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염불하는 도량석(道場釋) 때도 목탁은 필수적으로 사용되며, 불보살의 명호를 외우면서 기도할 때도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범패(梵唄) 의식 때는 가락에 맞추어서 치게 된다. 2. 죽비(竹篦) 좌선(坐禪)하는 동안 입선(入禪) 및 방선(放禪)을 신호하거나, 공양(供養)과 같이 대중이 동참하는 행사에서 일의 차례를 알리거나, 수행자를 경책할 때 등의 경우에 사용한다. 대체로 약 40∼50㎝ 길이의 대나무를 이용하여 길이 3분의 2에 이르는 부분까지 가운데를 타서 두 쪽으로 갈라지게 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어 자루로 만든다. 약 2m 정도로 크게 만든 것은 장군죽비라 하여 수행자들의 어깨 부분을 쳐서 졸음을 쫓게 하거나 자세를 지도할 때에 사용한다. 3. 요령(搖鈴) 금속으로 만들어지며 청동제품이 대부분이다. 밀교의식에서부터 유래된 용구로 추정되며, 형태는 풍령(風鈴)과 같은 일종의 소종(小鐘)이지만, 소리를 내는 종신(鐘身)과 손잡이 부분으로 구성되어 손으로 흔들어서 청아한 소리를 내게 하는 도구이다. 종소리와는 달리 작은 종신에 비하여 고음이 나며, 이를 흔들면서 염불하게 되므로 요령이라 한 듯하다. 종신과 손잡이에는 여러 가지 장식 문양을 나타내고, 특히 종신 부분에는 용 또는 불상·사천왕 등의 문양을 조각하기도 한다. 4. 금고(金鼓)
반자(飯子) 또는 금구(禁口)라고도 하며 절에서 대중을 불러 모으거나 급한 일을 알리는 데 사용한다. 현재 총림 등의 사찰에서는 대중들이 모여 사는 곳에 두고 조석예불의 종송 의식 때에 사용하거나 법회, 울력 등 대중 행사 시간을 알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 얇은 북과 같은 형태로서 한쪽은 막히고 한쪽은 터져서 속을 비게 만들고, 막힌 쪽을 방망이로 쳐서 소리를 낸다. 보통 고리가 두 개 또는 세 개가 있어서 달아맬 수 있게 되어 있으며, 표면에는 대체로 양각으로 동심원을 새기고 그 중앙에 연화문을 나타내거나 적당한 위치에 구름 문양 등을 배치한다. 5. 불전사물(佛殿四物・佛前四物) 불전사물(佛殿四物·佛前四物)은 범종(梵鍾)·법고(法鼓)·목어(木魚)·운판(雲版)을 통칭하여 이르는 용어이다. 아침저녁마다 예불에서 사용되는 의식용 법구이다. 사물은 각기 육도 윤회의 세계에서 고통받는 네 가지 부류의 중생을 제도한다고 알려져 있다. 범종은 명부(冥府: 지옥)의 중생, 법고는 세간(世間)의 중생, 목어는 수중(水中)의 중생, 운판은 허공(虛空)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가 있다.[1]“四物、大鍾請冥府衆、木魚請水府衆、雲板請空界衆、法鼓請世間衆。”(안진호(1935), 『석문의범(釋門儀範)』, 경성: 만상회, 128쪽) 이러한 점에서 불전사물이 자비와 희생정신을 상징한다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사찰에서는 사물을 갖추어 놓은 곳을 일러 종루(鐘樓), 종각(鐘閣), 사물각(四物閣) 등으로 지칭한다.
사물의 유래를 건치(犍稚: 산스크리트어 ‘ghaṇṭā’의 음사어)로 보기도 한다. 건치란 때나 모임을 알리기 위하여 쳐서 소리를 내는 기구의 일종이다. 인도에서는 대개 나무를 재료로 만들었으나 점차 동(銅), 철(鐵), 와(瓦)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한국 전통 사찰에서 의식용 법구로서 ‘사물(四物)’이 정립된 시기나 의례적 의미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좌종우고(左鐘右鼓)의 원칙에 따라서 중심 법구로 범종과 법고가 경내에 설치되었고, 목어와 운판은 공양 등의 때에 신호 용구로 활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찰의 일상 의례에서는 범종, 법고와 함께 금고, 요령 등이 더 많이 활용되었으며 지금과 같은 구성의 ‘불전사물’은 근대 이후에 성립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1) 종(鐘)
청동 등의 금속을 주조하여 만든다. 사물 중 하나로서 대형의 동종으로 조성한 범종(梵鐘)은 누각에 매달아 커다란 나무 막대로 몸체를 쳐서 소리를 울린다. 예불의식 때는 대체로 아침에 28번, 저녁에 33번을 친다. 각기 욕계・색계・무색계의 28천과 도리천 33천을 의미하며 천상과 지옥, 세간을 포함한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제도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소형의 동종인 소종(小鐘)은 나무로 제작한 종틀에 매달아 실내에서 의식을 집전할 때에 이용한다. 2) 법고(法鼓)
통나무 속을 파내거나 판자를 짜 맞춰서 북통을 만든다. 그리고 북통의 한쪽은 암소 가죽, 다른 한쪽은 수소 가죽을 메워서 만든다. 가죽이 사용된다는 점에 연유하여 모든 축생(畜生)이 북소리를 듣고 해탈하기를 기원한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나무를 깎아 만든 채로 북통이나 북면, 변죽 등을 두드려 소리를 울린다. 3) 목어(木魚)
나무를 물고기의 형태로 깎아 제작한다. 혹은 물고기의 몸에 용의 머리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배 부분은 파내고 그 속을 나무채로 두드려 소리를 낸다. 운판과 마찬가지로 애초에는 사찰 내 대중을 소집하거나 절차를 알리는 신호용구로 이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한국 사찰에서는 예불 때 사용하는 의식용 법구로 격상되어 물 속에 사는 모든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품게 되었다. 4) 운판(雲版・雲板)
청동이나 철을 이용하여 구름 모양의 넓은 판형으로 제작한다. 판 위에 보살상이나 진언(眞言)을 새기기도 하고 가장자리에 승천하는 용이나 구름, 달을 새기기도 한다.[2]최응천(1992), 「朝鮮時代 雲板에 대한 考察 : 湖巖所藏 靑銅雲板의 樣式的 特徵과 編年을 중심으로」, 『미술자료』 50,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예로부터 선종사찰에서는 부엌[庫裡]이나 식당[齋堂] 앞에 달아 놓고 공양시간에 신호용구로 활용하였다. 밥이나 죽이 다 되어 갈 때에 친다고 하여 ‘화판(火版)’, 식사시간을 알리며 길게 친다고 하여 ‘장판(長版)’, 발우를 내릴 때에 세 번 친다고 하여 ‘하발판(下鉢版)’이라 부르기도 하였다.[3]『禪苑淸規』 오늘날 한국 사찰에서는 조석예불의 의식용구로 활용되며, 허공을 나니는 날짐승들을 제도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四物、大鍾請冥府衆、木魚請水府衆、雲板請空界衆、法鼓請世間衆。”(안진호(1935), 『석문의범(釋門儀範)』, 경성: 만상회, 128쪽) 이러한 점에서 불전사물이 자비와 희생정신을 상징한다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 주석 2 최응천(1992), 「朝鮮時代 雲板에 대한 考察 : 湖巖所藏 靑銅雲板의 樣式的 特徵과 編年을 중심으로」, 『미술자료』 50,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 주석 3 『禪苑淸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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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문의범(釋門儀範)
    도서 안진호 | 경성: 만상회 | 1935 상세정보
  • 한국의 불교의례Ⅰ
    도서 정각 | 서울: 운주사 | 2001 상세정보
  • 불전사물(佛前四物)의 상징성(象徵性) 고찰(考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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