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는 음력 7월을 ‘귀신의 달(鬼月)’로 정하고 한 달 동안 귀신들을 위한 축제를 연다. 음력 7월이 되면 저승의 문이 열려 온갖 귀신이 현세로 내려오고, 이때 귀신들을 정성으로 대접하면 행운이 깃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만 곳곳에서는 음력 7월 내내 귀신들을 맞이하고 위로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1. 주요 행사
대만에서는 우란분절을 맞이하여 각 가정마다 음식, 과일, 꽃 등을 제물로 준비해 집 앞이나 가게 앞에 제단을 마련하거나 사원을 찾아가 제사를 올린다. 이러한 제사를 ‘중원제(中元祭)’, ‘중원보도(中元普度)’라 한다. 또한 조상과 주인 없이 떠도는 배고픈 혼령들을 달래기 위해 향을 피우고 지전(紙錢)을 태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사원 앞에서는 영화를 상영하고 대만 전통 오페라와 인형극을 공연한다. 이때 가수와 무용수들도 나와 화려한 공연이 펼쳐진다.
〈그림 1〉 지전(紙錢)(wikimedia, Tbatb)
‘창고(搶孤)’라고 불리는 행사도 진행한다. 예전 중국 남동부 복건(福建)과 광동(廣東) 지방에서 건너온 수많은 이민자들은 대부분 홀로 떠나온 경우가 많다보니 그들을 제사 지내 줄 후손이나 가족들이 없었다. 그러한 무주고혼들을 위해 매년 중원보도에 맞춰 창꾸 행사를 열어 외로운 혼을 위로하고 제도하게 되었다. 창고는 높은 나무기둥에 기름을 듬뿍 바르고, 기둥 꼭대기에 순풍기(順風旗)라는 깃발과 각종 제물들을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 행사 참가자들은 기름 묻은 기둥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어깨를 밟고 올라서는 방식으로 가장 먼저 깃발을 뽑는 팀이 우승하게 된다. 이 행사는 다소 위험하여 성인 남성들만 참가할 수 있다.
〈그림 2〉 창고(搶孤)(wikimedia, 林明仁)
2. 지룽시 수등 띄우기
유명한 중원절 행사로 대만 북부에 있는 항구도시 지룽(基隆)시의 왕하이항(望海巷)에서 열리는 수등 띄우기(放水燈, 팡수이덩)가 있다. 음력 7월 14일, 왕하이항에서는 저녁이 되면 대만을 대표하는 15개의 성(姓)씨를 형상화한 등을 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린다. 이후 자정이 되면 왕하이항 해변에 모여 향을 태우고 북쪽을 향해 절을 올린 뒤, 가져간 등에 불을 붙여 바다로 띄워 보낸다. 이 등은 떠도는 혼령을 위로하고, 혼령들이 등을 따라 뭍까지 무사히 올라와 차려진 음식을 배불리 먹고 가라는 뜻을 가진다.
3. 공승법회
대만 불교계에서는 국제공불재승법회(國際供佛齋僧法會)라 하여 1992년부터 불교계 공동으로 재승(齋僧)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하였다. 이 대회는 대만의 수많은 불교행사 중에서도 가장 큰 연합행사로 손꼽히며 대만의 대표적인 우란분절 기념행사다. 특히 2003년 자제공덕회 자제정사(慈濟精舍) 등 대만 불교계가 연합하여 사단법인 중화국제공불재승공덕회(中華國際供佛齋僧功德會)를 설립한 후에는 행사의 규모와 진행이 더욱 성대하고 체계적으로 마련되었고, 세계 불교계의 주목을 받는 행사로 자리 잡혔다.
이 법회는 공덕회 회원들이 일 년간 보시한 공양금으로 우란분절인 음력 7월 15일 이후 첫 번째 일요일에 봉행하는 연례행사로, 대만 스님들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초청된 수 천여 명의 스님과 수 만 명의 재가불자들이 동참하는 장엄한 법회이다. 재가불자들은 국경과 인종의 차별 없이 법회에 참석한 모든 스님들에게 음식물과 의약품, 생필품, 보시금 등의 공양물을 올리며 승보에 대한 공경을 표한다. 이를 통해 모든 스님들이 가행정진하여 정법을 선양하고 선망부모들을 포함한 모든 중생이 제도되길 바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아 전한다. 따라서 스님들에게도 출가사문의 자긍심을 높이고 계율을 엄수해 정법을 선양하도록 독려하는 자리로도 더욱 가치를 높이고 있다. 또한 불자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자리인 동시에 매년 유력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어 대만 불교의 사회적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를 통해 대만에서는 우란분절의 전통적인 모습을 가장 잘 계승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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