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성보박물관은 2018년 1월부터 진행된 소장유물 전수조사에서 펜글씨로 필사된 불교연극 대본을 발견했다. 새로 발굴된 연희대본은 가로 19.3cm, 세로 26.3cm 크기로 백지를 노끈으로 제본하였으며, 내용으로〈팔상극〉과 〈목련극〉 두 편의 연희대본이 수록되어 있다.
책자는 앞의 몇 장이 유실된 채 총 29장, 58쪽이 남아있다. 이중 〈팔상극〉 대본은 7막으로 14장 28쪽 분량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후 31쪽부터 본격적으로 〈목련극〉 대본의 본문 내용이 〈목련극각색〉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목련극각색〉대본의 필사, 유통 시점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낙서처럼 보이는 붓글씨 중 ‘이장수(李長秀)’라는 세 글자이다. 송광사에 보존되어 있는 승적 중에 이장수(속명 이종완, 1921~1998)라는 이름을 가진 스님의 기록이 있는데, 그는 1937년 송광사 사미과를 수료한 후 1941년 중덕 법계를 송광사에서 수지했다. 따라서 장수 스님이 대선 법계를 수지한 1938년부터 환속 전인 1947년까지 〈목련극각색〉을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송광사 출신 화승(畵僧)으로 당대 불교미술계를 풍미했던 금어(金魚) 금용 일섭(金蓉日燮, 1900-1975) 스님의 『연보(年譜)』에 따르면 1930년 4월 8일 송광사에서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공연된 목련존자 연극에 필요한 무대를 그려 설치하였다고 한다. 이는 송광사 〈목련극각색〉 대본이 1930년 이미 발견된 것과 같은 내용으로 존재했으며, 1930~40년대 걸쳐 송광사에서 실제 공연을 위해 실질적으로 사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태흡이 지은 성극 〈우란분〉(1932)과 비교해 보면, 송광사의 〈목련극각색〉과 〈우란분〉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우란분〉은 3막인데 반해 〈목련극각색〉은 7막으로, 내용이 좀 더 세세하고 플롯에도 차이가 크다. 이것은 송광사 〈목련극각색〉이 『목련경』의 서사 전통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광사에서 새로이 발견된 〈목련극각색〉은 완전히 세속과 친밀한 연극 형태로 행해진 목련존자 이야기의 설행 양식이자, 전근대 이전부터 존재한 불교 대중 공연극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불교 현장에 행해지고 있던 민중불교적 흐름의 전승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목련극각색〉 대본은 2019년 조계총림 5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송광사 근현대 자료 특별전’(2019.04.30.-2019.12.29.)에서 공개되었다.
〈그림 1〉 송광사 근현대 자료 특별전 개막(송광사, 송광사 총무국)
〈그림 2〉 송광사 근현대 자료 특별전 개막(송광사, 송광사 총무국)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기사
-
목련구모고사의 변천우란분절의 유래를 담고 있는 『불설우란분경(佛說盂蘭盆經)』의 목련구모고사(目連救母古事)는 후대로 오면서 다양한 첨삭과정을 거치며 서사성과 문학성이 강화된 소설적인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월인석보(月印釋譜)』에 우란분절 역문과 묶어져 있는 독립된 한글본 『목련경』은 『불설우란분경』에 기록된 목련구모고사보다 한층 서사적이고 극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머니가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목련이 어머니를 찾아 좌대지옥ㆍ검수지옥ㆍ아귀지옥ㆍ확탕지옥 등 8대 지옥을 하나하나 편력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어머니를 발견할 ...
-
중국 희곡 <목련희>중국은 송대 이후 목련구모(目連救母)를 주제로 많은 희곡이 지어져 중국 각지에서 공연되었다. 이것을 총칭해 ‘목련희(目連戱)’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명대(明代) 정지진(鄭之珍, 1573-1620)이 지은 『목련구모권선희문(目連救母勸善戲文)』이다. 목련희는 이후에도 재구성·개작이 지속적으로 시도되었고, 청대에는 지방의 특색을 드러내는 다양한 지방희가 탄생하였다. 청조(淸朝) 궁정본(宮庭本)으로는 『권선금과(勸善金科)』라 하여 200척(齣)을 상회하는 역대 최장편이 지어졌다. 이러한 목련희들은 ‘7월 15일...
-
목련경의 연희적 성격우란분절에 설행되던 『목련경(目蓮經)』이 어떻게 강(講)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려 충목왕 4년(1348)에 편찬된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의 기록을 통해 『목련경』의 연희적 성격을 알 수 있다. 7월 15일은 여러 부처님이 해하(解夏)하는 날이어서 경수사(慶壽寺)에서는 여러 죽은 영혼들을 위하여 우란분재를 한다기에 나도 사람들 따라서 구경을 갔다. 거거의 단주(壇主)는 고려의 스님이었는데, 새파랗게 깍은 둥근 머리에 새하얀 얼굴을 가졌고 총명과 지혜가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었다. 창하고 읊는 소리가 여러 사람들을 ...
-
한국의 목련극『목련경(目蓮經)』의 연희적 성격은 개화기 이후 불교연극과 희곡으로 이어진다. 당시 불교 잡지 『불교(佛敎)』월간 『불교』는 1924년 7월 조선불교중앙교무원이 창간하였으며, 불교희곡 대다수가 수록되었다. 와 신문인 『불교시보(佛敎時報)』의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다. 1929년 경기도 양주군 보광사(普光寺)에서 포교를 목적으로 거행된 〈목련소인극(目連素人劇)〉이 현재 가장 이른 기록이다. 이 연극은 10명의 배우가 18역을 연기하였으며 전체 4막으로 구성되었다.『불교』제57호, 1929년 3월. “目連素人劇 京畿道楊州郡普光寺에... -
삼척 안정사 땅설법 <목련존자일대기>〈그림 1〉 삼척 안정사 땅설법(불교신문, 여태동) 국내 유일의 ‘땅설법’을 전승하고 있는 삼척 안정사에서는 매년 우란분절을 맞아 〈목련존자일대기(目連尊者一代記)〉를 시연한다. 땅설법은 ‘땅’과 ‘설법’을 합쳐 만든 말로, 대중 눈높이에 맞춰 불교 교리를 설명하는 의례이다. 불교가 전래된 이래 스님들은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쉽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 이의 일환으로 저잣거리로 나가 다양한 방식으로 불법을 전했는데 땅설법은 이러한 민간포교의 맥을 이은 것이라 하겠다. 이를 중국에서는 ‘속강(俗講)’...
더보기 +
관련자료
더보기 +
더보기 +
-
송광사 새 발견 연희대본에 대한 검토 ―『목련극각색』의 분석을 중심으로 ―
더보기 +
더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