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분절의 유래를 담고 있는 『불설우란분경(佛說盂蘭盆經)』의 목련구모고사(目連救母古事)는 후대로 오면서 다양한 첨삭과정을 거치며 서사성과 문학성이 강화된 소설적인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월인석보(月印釋譜)』에 우란분절 역문과 묶어져 있는 독립된 한글본 『목련경』은 『불설우란분경』에 기록된 목련구모고사보다 한층 서사적이고 극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머니가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목련이 어머니를 찾아 좌대지옥ㆍ검수지옥ㆍ아귀지옥ㆍ확탕지옥 등 8대 지옥을 하나하나 편력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어머니를 발견할 수 없어 절망에 빠졌다가 마지막으로 옥주(獄主)의 안내로 가장 참혹하고 고통이 극심한 최후의 대아비지옥에서 극적으로 어머니를 상봉하게 된다. 세상으로 돌아온 목련이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할 방도를 간청한 끝에 갖가지 공덕을 베풂으로써 어머니는 한 단계씩 낮은 지옥으로 올라오게 되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이전 단계인 개로 태어났을 때 우란분재를 베풂으로써 마침내 어머니는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천궁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1]구미래(2017), 「백중과 우란분재의 발생기원에 관한 연구」, 『비교민속학』25, 서울: 비교민속학회, 505쪽.
이처럼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를 구한다는 서사적이고 극적인 요소들과 효를 중시하는 전통사회의 가치관이 어우러지면서 대중들에게 커다란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우란분절은 대중과 친연성을 지닌 고사를 토대로 전승기반을 다질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목련구모고사는 관련 의식이 설행되는 것과 별개로 민간에 널리 보급되어 읽혀지는 ‘불교문학’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우란분절이 처음으로 거행된 남북조시대 양무제 때부터 목련구모고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경전에서 묘사하는 바에 따라 매년 의식이 거행되면서 민간의 풍속으로 자리잡았다. 후대에 이르러서는 전국적으로 이같은 풍속이 행해지면서 행사는 더욱 엄숙하고 규모가 커졌다. 남북조시대에는 쟁반을 만들어 부처님에게 봉헌하고 인형을 조각해서 불경을 외우는 정도에서 그쳤던 것이, 당대 중기를 전후해서 종밀(宗密)의 『불설우란분경소(佛說盂蘭盆經疏)』가 지어지면서부터는 행사의 절차가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청대에 이르러 대규모 행사로까지 발전하였다. 이같은 우란분절 행사의 절차와 내용들이 목련구모 이야기의 전파와 유행에 큰 역할을 했으며, 나중에는 종교극으로서 목련희(目連戱)의 틀을 이루게 된다.[2]문성재(2001), 「동아시아 기층문화에 나타난 생사관 ; 중국의 종교극 목련희 -그 상연 구조를 통해 본 중국인의 생사관」, 『인문학연구』8, 춘천: 한림대학교인문학연구소, 78쪽.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구미래(2017), 「백중과 우란분재의 발생기원에 관한 연구」, 『비교민속학』25, 서울: 비교민속학회, 505쪽.
- 주석 2 문성재(2001), 「동아시아 기층문화에 나타난 생사관 ; 중국의 종교극 목련희 -그 상연 구조를 통해 본 중국인의 생사관」, 『인문학연구』8, 춘천: 한림대학교인문학연구소,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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