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우란분재 관욕(조계사)
관욕(灌浴)은 영가가 불보살님을 뵙기 전에 번뇌와 업을 씻는 의식이다. 이 의식에서 청하는 영가는 특정한 영가를 위한 것이 아닌, 삼세 선망 부모와 조상 그리고 일체 영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영가들이 삼보의 가지력에 의지해 신구의 삼업을 청정케 하고, 해탈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을 몸의 부정을 씻어내는 목욕에 견주는 것이다. 육신 없는 영가에게서 목욕은 단순히 몸의 때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은 업장, 곧 육신을 통해서 아뢰야식(阿賴耶識)에 저장된 업장을 씻어내는 것이다.
관욕의식에 앞서 영단 옆에 병풍을 쳐서 업장을 씻는 관욕단을 설치하고 위패를 그곳으로 옮겨놓는다. 이때부터 스님들이 염송하는 의식문의 법력으로써 영가는 세속의 옷을 벗고 해탈복으로 갈아입게 되는 것이다. 관욕단에는 영가에게 입힐 종이로 만든 지의(紙衣)와 영가가 세면하고 목욕을 할 수 있도록 향을 넣어서 만든 향탕수 등을 갖추어 놓았다가, 지의를 향탕수에 살짝 담근 다음 태우게 된다. 관욕을 마친 영가는 비로소 부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청정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관욕을 하는 동안, 재에 참석한 이들은 선망 부모와 조상 그리고 유주무주 고혼이 모든 번뇌와 업을 여의고 청정한 세계에 나아가도록 발원해야 한다.[1]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2023), 『백중(우란분절)』, 서울: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20쪽.
관욕 절차는 인예향욕(영가를 욕실로 인도하는 글)-신묘장구대다라니-정로진언(길을 닦는 진언)-입실게(욕실에 들어감을 노래하는 게송)-가지조욕(가지로서 영가를 목욕시키는 글)-목욕게(목욕 게송)-목욕진언(목욕시키는 진언)-작양지진언(양치시키는 진언)-수구진언(물로 입을 가시는 진언)-세수면진언(얼굴을 씻기는 진언)-가지화의(가지의 힘으로 저승 옷을 만드는 글)-화의재진언(지의를 태워 명부의 옷으로 변화시키는 진언)-수의복식-수의진언(명부의 새 옷을 나누어 주는 진언)-착의진언(옷을 입혀주는 진언)-정의진언(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는 진언)-출욕참성(욕실을 나와 부처님을 참례하기 전 마음을 챙기는 의식)-지단진언(부처님이 계시는 단을 가리키는 진언)-법신송(법신을 찬탄하는 게송)-산화락(3번 꽃을 뿌리며)-나무대성인로왕보살(3번)-정중게(관욕 처소에서 나와 부처님이 계시는 불당 앞에 이르름을 찬탄하는 게송)-개문게(불당의 문을 열고 삼보를 친견하게 되었음을 찬탄하는 게송)-가지예성(가지의 힘으로 삼보님께 예배를 올리는 의식)-보례삼보(시방세계 삼보께 절함)-가지향연(법 자리에 가지를 하는 의식)-법성게-괘전게(대령에서부터 모신 영가를 영단에 안치하는 게송)-수위안좌(자리를 권하는 의식)-수위안좌진언(자리를 권하는 진언)-헌다게(차 올리는 게송) 순으로 진행한다.[2]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2014), 『불교상용의례집』, 서울: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312-329쪽.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2023), 『백중(우란분절)』, 서울: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20쪽.
- 주석 2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2014), 『불교상용의례집』, 서울: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312-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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