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은 『불설염라왕수기사중역수생칠왕생정토경(佛說閻羅王受記四衆逆修生七往生淨土經)』의 줄인 말이며, 흔히 『예수시왕생칠경』, 『시왕경』이라 칭한다. 경의 앞머리에 ‘성도부(成都府) 대성자사(大聖慈寺) 사문(沙門) 장천(藏川) 술(述)’이라고 하여 찬술자의 이름을 밝혔다. 9세기를 전후한 만당(晩唐) 시기 저술로[1]장총, 김진무 역(2009), 『지장(地藏)』Ⅰ, 서울: 동국대학교 출판부, 45-46쪽; 김자현(2019), 「조선시대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변상판화 연구」, 『불교미술사학』제28집, 양산: 불교미술사학, 323쪽. 보고 있다.
예수재는 사람이 죽으면 명부에 가서 시왕의 심판을 받는다는 관념을 토대로 구축된 의식이다. 『불설예수시왕생칠경』은 명부의 시왕을 소개하고 각 시왕이 관장하는 지옥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어 예수재의 소의경전으로 간주된다. 경전에서는 예수재를 예수생칠재라 칭하며 의식의 대략을 소개하고 있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이 예수생칠재를 지내는 자는 매월 초하루 보름에 걸쳐 두 번 삼보님께 공양하고, 시왕단을 개설하고 이름을 써서 넣되 육조에게 고하고, 선업동자는 천조지부관 등에게 알리고 나서 저승 명부에 기록해 둔다. 이러한 공덕으로 죽은 뒤에 바로 안락한 곳에 태어나며, 49일 동안 중음신으로 머무는 일이 없다. 권속들의 기도도 기다리지 않는다. 인간의 목숨이 시왕에게 달려 있으므로 예수재 도중에 한 재라도 빠뜨리면 그 왕에 잡혀 일 년 동안 머물게 된다. 그러하니 너희들은 이를 실천하여 그 과보를 받도록 생전에 기원하라.[2]한보광(2014), 「생전예수재 신앙 연구」, 『정토학연구』 제22집, 서울: 한국정토학회, 20쪽.
이를 통하여 당시의 예수재 의례는 매월 초하루와 보름, 2차례 거행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예수재는 매년 한 차례 설행하거나 윤달이 있는 해에만 개회한다. 장천이 이 경을 집필할 때와 비교하여 설행 횟수가 크게 줄었다. 재의 대상을 살펴보면, 삼보에 공양을 올리고 시왕단을 설치하되 시왕에 대한 재를 빠뜨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점이 눈에 띤다. 이점은 명부시왕을 각별하게 모시는 현행 예수재와 다르지 않다. 예수재에 참여하는 재자가 자신의 주소와 이름을 써서 명부 관리에게 고하는 방식은 ‘함합소’ 의식으로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불설예수시왕생칠경』은 그 명칭에서 죽기 전에 미리 수행을 한다는 의미로서의 ‘예수(預修)’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는 불서이다. 뿐만 아니라 공양의 대상이 시왕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생칠(生七)’이라는 말을 통하여 살아서 자신의 칠칠재를 지내는 의식과 관련된 글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경전은 예수재 의식의 사상적·양식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불설수생경(佛說壽生經)』(이하 『수생경』)은 중국에서 편찬된 작자 미상의 불서이다. 예수재 신앙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명부에서 빌린 돈으로 생명을 사서 나왔으므로, 죽기 전에 이 빚을 갚아야 한다는 관념을 바탕으로 한다. 『수생경』은 바로 이러한 관념을 토대로 명부에서 빌린 돈인 수생전(壽生錢)을 갚으면 지복을 누리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재앙을 면치 못한다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경전은 현장 법사가 서역에서 대장경을 살펴보다가 이 책을 발견하여 가져온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아난존자가 명부에 진 빚을 갚을 방법을 세존에게 묻고 세존이 답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현장이나 세존, 아난존자를 끌어들이는 서술 방식은 이 경전이 가진 취약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경전의 중간부에서는 수생전을 갚으면 18가지 공덕을 얻고, 『수생경』·『금강경』을 독송하면 자신이 만든 모든 업보를 없앨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설행되는 예수재에서 『수생경』을 사경(寫經)하거나 『금강경』을 합송하는 의식은 이 경전을 충실히 따른 신행(信行)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전의 후반부에는 수생전을 바치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수생전을 바칠 때에는 자신의 이름 등을 빠짐없이 설명하고 혹시라도 갚아야 할 돈이 조금이라도 누락됐다면 다시 고사단에 바치면 된다고 한다. 현행 예수재에서 금은전을 만들어 경전과 함께 고사판관에게 바치고, 회향 시에 그것을 모두 불태움으로써 명부에 진 자신의 빚을 갚았다고 보는데 그 근거가 『수생경』에 명시되어 있다.
경전을 마무리 하면서는 『수생경』의 세 가지 공덕을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묵은 원한을 풀어주는 것이고, 둘째는 목숨을 연장해 주는 것, 셋째는 오역죄(五逆罪)를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공덕을 강조함으로써 수생전을 갚는 절차가 진행되는 예수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 집필자 : 불교민속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장총, 김진무 역(2009), 『지장(地藏)』Ⅰ, 서울: 동국대학교 출판부, 45-46쪽; 김자현(2019), 「조선시대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변상판화 연구」, 『불교미술사학』제28집, 양산: 불교미술사학, 323쪽.
- 주석 2 한보광(2014), 「생전예수재 신앙 연구」, 『정토학연구』 제22집, 서울: 한국정토학회, 20쪽.
관련기사
-
예수재의 정의예수재(預修齋)는 살아 있는 동안에 스스로 미리[預, 豫] 자신의 공덕을 닦는[修] 재(齋)를 지내 죽어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자행의례(自行儀禮)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재는 살아있는 이들이 죽은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薦度齋)인데 반해 예수재는 살아있을 때 자기 자신을 위해 공덕을 쌓는 재라는 점에서 독특한 의례이다. 살아 있을 때 지내기 때문에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라고도 하고, 칠칠재로 지내므로 예수칠재(預修七齋)라고도 한다. 사료에 따르면, 주로 예수재라 일컬었으며, 기암법견(奇巖法堅, 1552-1634)의... -
예수재의 경전적 근거예수재는 일반적으로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이하 『시왕경』)과 『불설수생경』, 『불설지장보살발심인연시왕경(佛說地藏菩薩發心因緣十王經)』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있다. 조선시대 간행본을 보면, 『불설수생경』과 『불설예수시왕생칠경』이 합본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경전이라 하지만 중국에서 찬술한 것이다. 지장보살과 명부신앙, 사후의 야마천(염라왕)은 인도에서 기원하고 있으나, 명도의 심판관은 중국에서 발생한 도교의 시왕신앙(十王信仰)을 불교에서 수용하면서 비롯되었다. 『시왕경』의 원제목은 『불설염라왕수기사중역수... -
예수재 의례집 『예수천왕통의』『예수천왕통의(預修薦王通儀)』는 예수재의 기원을 중점적으로 다룬 글로, 예수재 의례집인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預修十王生七齋儀纂要)』의 서두나 말미에 합본되어 전하고 있다. 글의 서두에는 장육암(藏六庵) 육화(六和)가 쓴 것으로 밝히고 있으나, 그가 누구인지 어느 시대 사람인지, 구체적인 저자 연보와 제작연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예수천왕통의』는 내용상 2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조선시대 간행본들에 나타나는 유형이다. 유사국(游沙國) 병사왕(瓶沙王, 빈비사라왕)이 예수재를 설행하게 된 이유와 명부 종관권속 명... -
중국 예수재의 역사예수재는 중국 남송의 지반(志磐, 1220-1275)이 1269년에 찬술한 『불조통기(佛祖統紀)』의 「법문광현지(法門光顯志)」 ‘예수재’조에 등장하고 있다. 보광보살(普廣菩薩)이 부처님께 “만약 선남자가 죽기 전에 미리 등을 밝히고, 번을 달고, 스님을 청하고(즉 스님을 차례로 청하여 공양올린다), 전경(轉經)하는 것(간략하게 이 넷을 예로 열거한다)으로 생칠(生七)재를 닦으면, 많은 복을 얻을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라고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그 복은 무량하다.”고 하셨다. 또 여쭙기를 “부모와 친족이 죽음을 맞이할 때 ... -
고려부터 근현대까지 예수재의 역사우리나라에서 예수재의 시원은 고려시대 혹은 조선중기로 보고 있다. 고려시대로 보는 견해는 예수재의 근거가 되는 명부 십대왕에 대한 신앙인 시왕신앙(十王信仰)이 고려시대부터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 고종 33년(1246)에 해인사에서 간행된 『불설예수시왕생칠경』(국보 제206-10호)에 간행되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조선중기로 보는 견해는 세종대(재위 1418-1450)와 중종대(재위 1506-1544)의 시왕재(十王齋)나 소번재(燒幡齋)와 관련한 기록에 바탕을 두고 있다. 1518년 소번재에서는 시왕상을 설치하고 전번...
-
예수재 소의경전 『불설예수시왕생칠경』·『불설수생경』 판본『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은 『불설수생경(佛說壽生經)』과 더불어 예수칠재(預修七齋)의 공덕을 설하는 예수재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이다. 목판본 1권 1책. 원래 갖추어진 경명은 『불설염라왕수기사중역수생칠왕생정토경(佛說閻羅王授記四衆逆修生七往生淨土經)』이다. 흔히 『시왕생칠경』 또는 『시왕경』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간행한 『만신찬대일본속장경(卍新纂大日本續藏經)』 제1책(인도찬술 경부)에 『불설예수시왕생칠경』으로 수록되어 있고, 조선각본(朝鮮刻本)에 의거한다는 주해가 달려 있다. 이 경전의 저자에 관해서는 본문에 ‘성... -
예수재 의례집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 판본『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預修十王生七齋儀纂要)』는 생전(生前)에 미리 공덕을 닦아 사후(死後)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예수재 의식 절차를 정리한 불교 의례집이다. 목판본 1권 1책. 송당야납 대우(松堂野衲 大愚) 집술(集述)로 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에 관해서는 조선 후기 해남의 대흥사를 중심으로 활약한 승려 벽하대우(碧霞大愚, 1676-1763)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1566년 영천사(靈泉寺) 판본의 존재가 확인되므로 조선시대 동명이인의 승려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예수재 의례의 본편에 대하여 각 편의 의의를 설명하고,... -
예수재 함합소 의식예수재의 소의경전인 『불설수생경(佛說壽生經)』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명부(冥府)에 진 빚이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십이상속(十二相屬)」편에서는 열두 띠별로 각자 읽어야 할 경전의 권수와 갚아야 할 금액, 그리고 이를 납입할 창고의 조관(曹官)의 성씨를 그림과 함께 기록하고 있다. 하단의 고사단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가 바로 빚을 갚았음을 증빙하는 함합소(緘合疏) 의식이다. 함합소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 먼저 발신인은 예수재에 참여하는 재자(齋者) 본인이며, 여기에 이름·생년(간지)·주소 및 자신이 빚진 수... -
예수재예수재(預修齋)는 죽기 전에 미리 자신의 재를 치러 이번 생의 과보를 갚아 나감으로써 죽어서 극락에 왕생하기를 기원하는 의례이다. 예수재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미리〔豫〕 닦는〔修〕재(齋)’인데, 생전에 자신의 재를 올려 공덕을 닦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재의식은 살아있는 이들이 죽은 이를 위하여 그 천도(薦度)를 빌어주는 타행의례인데, 예수재는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스스로 왕생극락을 기원하며 자신의 죄업을 닦아가는 재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자행의례로 볼 수 있다. 〈그림 1〉 예수재 괘불과 중앙 설단(마곡사, ...
더보기 +
관련자료
더보기 +
더보기 +
더보기 +
-
일원곡 7
-
윤달과 신행생활: 나 그리고 우리의 복 짓기
-
시왕경
-
지장Ⅰ
-
중국 도교 예수재의 교의와 의례 구조
-
조선시대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 변상판화 연구
-
생전예수재의 교의적 연원
-
생전예수재 신앙 연구
더보기 +
더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