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승려인 덕진은 『정토감주』를 편찬하여 선정겸수와 염불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정토감주』(허주 덕진, 동국대 불교학술원)
[덕진 소개]
허주 덕진(虛舟德眞, 1815-1888)은 조선 후기의 승려이다. 어릴 때 고아가 되어 조계산 송광사에서 기숙하다가 한 수좌의 권유로 승려가 된 후 임제종 계열의 수행을 하였다. 이후 경전과 선을 공부하면서 스승으로부터 인가를 받고 대중들을 교화하기 시작했다. 선암사(仙巖寺), 태안사 등을 거쳐 고산(高山) 운문암 등에서 후학을 지도하였다. 덕진의 행적은 금명보정이 편찬한 『동사열전』에 기록되어 있는데 덕진이 가는 곳마다 사부대중이 운집하였다고 전한다. 조선 말기에 경순(敬淳)과 더불어 당대의 가장 뛰어난 선지식으로 불렸다.
[정토감주 소개]
『정토감주(淨土紺珠)』는 덕진이 정토 관련 용어 중 157단어를 골라 법수(法數) 1부터 48까지를 차례로 해설한 주석서이다. 1879년 덕진이 법당산 혜정사(慧正寺)에 머물 때에 대중들이 임제선(臨濟禪)의 선법을 이해하고 체득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염불(念佛)을 통해 서방정토(西方淨土)로 인도하고자 편집하였으며, 1882년에 간행하였다. 덕진이 이 책을 편집한 의도에는 선(禪)과 정토(淨土)가 궁극적으로 하나로 귀결된다는 사상이 바탕에 있다. 『정토감주』는 노련거사(露蓮居士)의 서문, 덕진의 자서(自敍), 예언(例言), 인용서목(因用書目), 본문, 유엽(劉燁)의 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은 일심(一心)에서 사십팔원(四十八願) 까지의 157가지를 다루고 있다. 정토삼부경을 비롯하여 『대보적경』 등 41종의 경론에서 정토와 관련된 용어 143종류를 157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나아가 그 용어를 설명한 아래에 그 구절을 인용한 경전이나 저서의 제목을 수록하여 증거로 제시하였다.
『정토감주』의 ‘감주’는 당(唐)의 장열(張說, 667-731)의 고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장열은 평소 사소한 일까지 잘 알았지만 기억력이 없어서 괴로워하였는데, 어떤 나그네부터 ‘감색 구슬[紺珠]’ 하나를 받은 후 그것을 손바닥에 잡고 있으면 지나간 일이 명료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그러므로 덕진이 서명을 『정토감주』라고 지은 이유는 정토에 관해서 잊지 않아야 할 항목들을 간추렸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정토감주』에서 설명하는 대표적인 정토관련 용어로는 사종염불, 오념문, 육종념, 칠정념, 팔신염불, 팔념, 십신심, 십념, 십불념, 십종장엄, 십오염불, 십육관, 이십팔진념, 사십팔원 등을 들 수 있다.
덕진은 임제종 수행을 하였지만, 대중들에게는 선수행과 아울러 정토 염불수행의 중요성을 설하기도 하였다. 『정토감주』의 자서를 보면 정토수행과 염불삼매의 중요성은 물론 염불수행이 선수행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해서 자서에 실은 게송의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에 이미 다함없는 고통을 받았고
현재에도 끝없는 고통을 받고 있으며
미래에도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니
백천만겁으로도 헤아리기 어려우리라.
하나의 문(門)만이 뛰어넘을 수 있으니
염불하면 안락국에 왕생하고
여래 무량수불을 직접 뵈옵고
미묘하고 참된 바른 법을 들을 수 있으리라.
이와 같이 덕진은 염불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정토감주』의 내용으로 선과 정토 수행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과 마찬가지로 말소리가 흘러나오는 근원을 찾아 관찰하면 자신의 본래면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후대 선종에서 유행하는 염불선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이다. 또한 본문에 선과 정토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치된다고 하는 선정겸수(禪淨兼修)의 내용도 등장한다는 점에서 덕진의 염불수행관의 면모를 알 수 있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