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허 휴정은 염불과 참선을 조화시켜 삼문(三門)의 수행 체계를 제시하였다.
청허당집(淸虛堂集)_국일대사청허당상(國一大師淸虛堂像)(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조선시대 불교는 11개의 종파가 7개로 축소되었다가, 1424(세종 6)년에 이르러서는 선종과 교종으로 통폐합되고, 연산군 이후 중종 때는 완전히 폐기되는 불운을 겪는다. 1550(명종 5)년에 다시 선교양종(禪敎兩宗)이 부활 되었으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매우 불안하고 어려운 시기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러한 시절에 청허 휴정(淸虛休靜, 1520-1604)은 조선 중기 불교의 가풍과 종통을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휴정은 묘향산에 오래 주석하여 ‘서산대사’라 불렀는데, 이곳에서 행주(行珠), 유정(惟政), 보정(寶晶) 등 많은 후학을 지도하였고, 『선가귀감(禪家龜鑑)』, 『심법요초(心法要抄)』, 『청허당집(淸虛堂集)』 등의 여러 저술을 남겼다.
청허 휴정은 염불과 참선을 조화시키고자 노력하였다. 선사는 수행의 문으로 삼문(三門)을 제시하였는데, 먼저 참선문(參禪門)과 염불문(念佛門)을 세우고, 참선문에서 다시 경절문(徑截門)과 원돈문(圓頓門)을 설명하였다. 경절문은 활구(活句)로서 마음의 길이 끊어지고 말의 길도 끊어진 경계이고, 원돈문은 사구(死句)로서 이치의 길도 있고 마음의 길도 있는 경계이다. 그러므로 선사는 활구를 참구해야지 사구를 참구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염불문에서는 입으로만 하는 염불은 아무런 이익이 없고 마음과 입이 상응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서방정토의 멀고 가까움은 사람에게 달렸지 법에 달린 것이 아니라면서, 경절문의 상근기에게는 유심정토를 설하고, 원돈문의 하근기에게는 서방정토를 설하였다. 이처럼 휴정은 고려 선사들의 유심정토 자성미타를 부분적으로 수용하여 유심정토와 서방정토의 조화를 도모하였다. 다음은 『심법요초』에 있는 ‘참선문’과 ‘염불문’의 내용이다.
만일 생사를 벗어나고자 하거든 모름지기 조사선을 참구해야 한다. 조사선이란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라는 화두이니 이것은 1,700가지 공안 중에서 제일의 공안이다. … 무릇 배우는 사람은 부디 활구를 참구하고 사구를 참구하지 말라. 활구를 체득하면 부처님과 조사와 함께 스승이 될 수 있으나, 사구는 체득하여도 제 몸도 구하지 못한다. 활구란 경절문이니 마음의 길이 끊어지고 말의 길도 끊어져서 더듬어 찾을 수 없는 것이요. 사구란 원돈문이니 이치의 길도 있고 마음의 길도 있어서 이해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 염불이란 입에 있는 것은 송(誦)이라 하고, 마음에 있는 것은 염(念)이라 한다. 한갓 입으로 말하기만 하고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도(道)에 아무 이익이 없다. ‘나무아미타불’의 여섯 글자는 윤회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마음은 부처의 경계를 반연하여 기억해 잊지 않고, 입은 부처의 명호를 불러 분명하여 어지럽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마음과 입이 상응하는 것을 염불이라고 한다.
서산대사 유물(불교신문)
휴정은 극락세계에 아미타불이 계신다고 확신하였다. 그러므로 48대원의 힘을 입어 극락세계의 연화대에 가서 태어나면 윤회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으니 힘써 공부하라고 당부하며 염불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더불어 염불에는 네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입으로 외는 것이요, 둘째는 상(像)을 생각하는 것이요, 셋째는 상(相)을 관하는 것이요, 넷째는 실상(實相)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칭명(稱名=口誦)염불, 관상(觀像=思像)염불, 관상(觀相)염불, 실상염불을 말하는 것으로 염불수행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한 것이다.
휴정의 저서에서 선사가 직접 염불수행을 겸수했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참선이 곧 염불이요, 염불이 곧 참선이다.”라며 많은 이에게 염불과 참선을 함께 닦을 것을 부탁하고 있다. 더불어 스님들이 날마다 염불하고 참선하고 있다며 그 당시의 수행풍토를 짐작할 수 있는 말씀을 남겼으며, 사형(師兄)께 염불하여 극락에 왕생하라고 권하는 염불수행 권장의 내용 등을 더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청허당집』에 휴정이 아미타불 탱화 한 폭에 발문(跋文)을 썼다는 기록이 있는데, 거기에 ‘임종할 때 모든 죄업과 장애를 없애고 아미타불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수기(授記)를 받고 미래 세상 다할 때까지 중생을 건지겠다’라고 말한 발원의 글을 통해 휴정의 정토염불관을 살펴볼 수 있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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