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 지눌은 오직 마음을 닦는 바른길을 제시하며 정혜결사의 삶으로 일관하였다.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표지(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보조 지눌은 갈등과 대립으로 타락한 고려불교를 바로잡고자, 보제사(普濟寺) 담선법회(談禪法會)에 참석했던 10여 명의 동학(同學)에게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정혜결사를 제안하였다(1182). 당시 지눌은 불교가 잘못 되어가는 것은 승가와 재가자들이 가장 기본적인 마음 닦는 일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마음 닦는 일의 기본은 선정과 지혜를 닦는 일이다. 그래서 정혜결사는 수심결사(修心結社)라고도 한다. 25세에 이 결사를 다짐한 지눌은 입적(入寂)하는 순간까지 오직 마음을 닦는 바른길을 제시하며 정혜결사의 삶으로 일관하였다.
지눌이 33세에 발표한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은 정혜결사의 취지를 담은 글로서 선종의 입장에서 정토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땅으로 인하여 넘어진 사람은 땅으로 인하여 일어나야 한다.’라는 인용문으로 시작하는 이 결사문은 한마음을 깨우쳐 끝없는 묘한 작용으로 일체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는 것이 불교의 근본이며, 스스로 붓다의 마음을 닦고[自修佛心] 스스로 붓다의 도를 이루는 것[自成佛道]이 불교도(佛敎徒)의 할 일임을 밝히고 있다.
『권수정혜결사문』의 본론에는 결사 대중이 제기한 일곱 가지 질문이 있는데, 이 가운데 첫 번째와 일곱 번째가 정토와 관련한 것이다.
① 지금은 말법시대로 정도(正道)가 가려졌으니 어떻게 정혜(定慧)에 힘쓸 수 있겠는가. 부지런히 아미타불을 염하여 정토의 업을 닦는 것만 못하다.
⑦ 요즘 수행자는 비록 선정과 지혜를 오로지 닦고 있으나 다분히 도력(道力)이 충분하지 못하다. 만약 정토를 구하지 않고 여기 예토(穢土)에 머문다면 온갖 고난을 만나 물러나고 타락할까 두렵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지눌은, “시대는 변하지만, 심성(心性)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염불과 독경은 사문의 떳떳한 법이지만, 근본을 찾지 않고 상(相)에 집착하여 밖에서 찾으면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정법·말법을 가르지 말고 제 마음의 어둠과 밝음을 걱정하지 말고 다만 신심(信心)으로 분수에 따라 수행하여 바른 법의 인연을 맺으라고 답하였다. 일곱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법으로 습기를 제어하고 다스려 이치에 맞는 지혜를 더욱 밝게 하고 인연을 따라 만물을 이롭게 하는 보살도(菩薩道)를 행하면 그곳이 바로 모두 법성정토(法性淨土)라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마음에 선정과 지혜를 닦아 혼침(昏沈)과 산란(散亂)을 떠나는 것이, 곧 왕생인(往生因)이므로 오직 마음속에서 정토가 구현되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본문(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본래 정토신앙은 아미타불의 본원력에 근거한다. 법장 비구는 48대원을 세우고 정진하여 석가모니불보다 10 겁 전에 성불하여 아미타부처님이 되었으며, 서쪽으로 10만 억 국토를 지난 곳에 ‘극락’이라는 정토를 세웠다. 제18대원에 의거하면 ‘나무아미타불’ 십념(十念)을 통해 누구든 극락에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토신앙의 내용을 보면, 아미타불은 타방(他方)에 계신 부처님이고 극락도 타방의 정토이다. 그러나 지눌은 마음 밖의 부처님이나 마음 밖의 정토를 수용하지 않는다. 그에 의하면 정토는 오직 ‘한마음이 청정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지눌은 본래 청정한 마음자리가 곧 정토이기 때문에 자성미타(自性彌陀), 유심정토(唯心淨土)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정명경』에 이르기를 “부처님의 정토를 청정히 하려거든 그 마음을 청정히 해야 한다. 그 마음의 청정함을 따라 곧 불국토가 청정해진다.”라고 하였다. 『법보기단경』에는 “다만 마음 바탕에 더러움이 없으면 서방은 여기서 멀지 않겠지만 성품에 더러운 마음을 일으키면 어떤 부처가 와서 맞이하겠는가.”라고 하였다. 수(壽) 선사는 “마음을 알면 바로 유심정토에 나고, 경계에 집착하면 다만 그 반연하는 경계 속에 떨어지고 만다.”라고 하였다. 위와 같이 부처님과 조사들이 말한 바의 정토에 나기를 구하는 뜻은 모두 자기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알 수 없나니 자기 마음의 근원을 떠나 어느 세계에 들어가겠는가.
이처럼 지눌은 『권수정혜결사문』에서 청정한 한마음이 정토이고, 내 마음의 원천으로 돌아가는 수행이 염불이라고 말한다. ‘나무아미타불’과 일념(一念)이 되면 염불하는 자와 아미타불은 둘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하나 됨이 선정이고, 하나인 그 자리에서 실다운 모습이 환히 드러나면 그것이 지혜이다. 그러므로 염불 자체가 선정과 지혜를 균등히 닦는 행이고, 마음이 곧 붓다임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눌은 정토의 업을 자성미타, 유심정토로 수용하고 있으며, 염불은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수행으로 포용하고 있다. 이러한 불교 전통을 선정불이(禪淨不二), 선정일치(禪淨一致) 혹은 선정일원(禪淨一元)이라고도 말한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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