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元曉)는 예토(穢土)와 정토(淨土)가 본래 하나〔一心〕이고, 누구나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는 염불 신앙을 전하였으며, ‘나무아미타불’ 명호를 부르는 염불수행을 대중화시켰다.
원효대사 진영
원효는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선정을 통한 노력을 권하였지만, 근기가 낮더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는 염불수행을 통해서,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원효는 『아미타경(阿彌陀經)』에서 설하는 것과 같이 서방정토(西方淨土)를 부정하지 않는다. 정토세계가 달리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직 근기가 낮아 예토(穢土)와 정토(淨土)가 본래 하나〔一心〕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방편적으로 그들을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해 방향과 지역을 한정하는 것이 수행정진에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런 뒤 근기가 무르익은 이에게는 정토와 예토가 본래 하나이며 생사와 열반이 본래 하나라고 가르친다. 원효는 모든 것이 마음의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일념(一念)으로 ‘나무아미타불’ 염불 수행하라 하였다. 원효는 무애박을 두드리고 다니며 ‘나무아미타불’을 지성으로 부르면 극락왕생 할 수 있다고 중생을 교화하였다.
원효는 복잡한 교학(敎學)보다 민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무아미타불’의 육자명호를 부르도록 하였으며, 구체적인 수행법으로 삽관법을 광덕과 엄장에게 전하였다고 한다. 이 삽관법은 정관법이라고도 하며, 이는 중생이 마음의 더러움을 없애고 깨끗한 몸으로 번뇌의 유혹을 끊도록 한다.
광덕엄장(한국고대사료 DB,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원효의 삽관법은 산란한 잡념을 없애면서 염불삼매의 경지에 들도록 하는 특수한 관법이 아닌가 추정하기도 한다. 삽관법과 관련된 원효의 염불은 『삼국유사』에서 광덕·엄장의 왕생 설화로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문무왕 때 광덕, 엄장 두 사람이 있었는데 서로 약속하기를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 먼저 서방극락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먼저 들어간 자가 상대방에게 반드시 이 소식을 알려주기로 약속하고 부지런히 염불정진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석양이 길게 늘어질 무렵 엄장의 들창 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광덕의 목소리였다. “나는 이제 서방 극락 세계로 가게 되었으니 그대로 잠시 머물렀다가 나를 좇아오게” 엄장이 문을 열고 나가보니 구름 밖으로 음악 소리가 진동하고 있었다. 다음 날 광덕의 집에 가니 과연 광덕은 죽고 그의 아내만 남아 있었다. 엄장은 광덕의 처와 함께 살기를 청했다. 그러자 광덕의 처도 좋다고 했다. 밤이 되자 엄장은 광덕의 아내와 정을 통하려고 손을 뻗쳤다. 그러자 광덕의 처는 엄장의 손을 뿌리치면서 말했다. “법사께서 서방정토를 구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저는 남편은 10년 동안 저의 몸을 범하기는커녕 밤마다 꼿꼿이 앉아 염불삼매에 빠졌습니다. 대개 천리를 가려는 자는 첫걸음부터 다른 법인데 이제 법사의 수행법을 보니 동쪽으로는 갈 수 있을지언정 서쪽으로는 결코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엄장이 이 말에 한편 부끄럽고 한편 놀라 그 길로 당장 원효대사에서 나아가 갈 길을 물었다. 이에 원효는 정관법(淨觀法) 혹은 삽관법(鍤觀法)을 전하며 정진하게 하였다. 엄장은 자기 몸을 깨끗이 하고 잘못을 뉘우쳐 스스로 꾸짖고, 한결같은 뜻으로 관법을 닦았으므로 역시 서방정토로 갈 수 있었다. 정관법은 원효대사의 본전과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에 있다. -『삼국유사』-
원효가 엄장에게 전했다고 하는 정관법(淨觀法) 혹은 삽관법(鍤觀法)이 ‘원효사본전(元曉師本傳)’ 과 『해동고승전』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지만, 현재는 그 자료가 전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인용문의 말미에서처럼 엄장이 “한결같은 뜻으로 ‘관법’을 닦았음으로 서방정토로 갈 수 있었다”라고 하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원효가 엄장에게 알려준 정관법, 혹은 삽관법은 기본적으로 왕생을 목적으로 한 염불의 ‘관법(觀法)’이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원효불기(한국고대사료DB,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이처럼 원효는 엄장에게 관법으로서의 염불법을 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편, ‘칭명(稱名)’으로서의 염불을 권한 사실도 확인된다. 원효의 행장과 설화를 전하는 『삼국유사』 「원효불기(元曉不羈)」에는 다음과 내용이 있다.
원효가 이미 계를 잃고서 설총(薛摠)을 낳은 뒤로는 속인의 옷으로 바꾸어 입고서 스스로를 소성거사(小姓居士)라고 하였다. 우연히 광대가 춤을 추며 큰 박을 두드리고 것을 만났는데, 그 형상이 괴이하였다. 그 형상을 본받아 도구를 만들고,…(중략)…천촌만락(千村萬落)을 다니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면서, (염불을) 읊조리면서 귀의케 하였다. 나무꾼, 독짓는 사람, 그리고 사냥꾼의 무리로 하여금 모두 불타의 명호를 알게 하여 함께 ‘나무(아미타불)’이라고 그 이름을 부르게 하였으니, 원효의 교화가 실로 컷다. -『삼국유사』-
계율을 엄격하게 지켜야한 것이 출가사문의 본분이지만, 당시의 시대상황에 의하여 요석공주와의 사이에서 설총을 낳은 후로 원효는 스스로를 ‘소성거사’라고 칭하며 대중 교화에 힘썼다. 대중교화에서 이와 같이 “나무아미타불”등 부처님 명호를 부르고 다닌 것을 칭명염불 이라고 한다.
그는 우연히 광대들이 노니는 것을 보고 이를 교화의 방편으로 활용한다. 난해한 불교의 가르침을 쉽게 풀이한 노래를 짓고, 방방곡곡의 촌락을 돌며 스스로 춤추고 노래하여 사람들을 불교에 귀의하게 하였다. 그 결과 가난하고 몽매한 사람들이라도 모두가 부처님의 명호를 알게 되고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귀족이나 관료들 일부의 전유물 여겨져 왔던 당시의 불교를 ‘칭명염불’을 매개로 하여 사회 저변에까지 크게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원효 스스로의 신행을 엿보게 하는 중요한 행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염불에 관한 원효의 교학적 입장을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무량수경종요(無量壽經宗要)』의 십념(十念)에 관한 해석이다. 원효는 『무량수경』에서 극락왕생의 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십념을 왕생인(往生因)의 조인(助因)으로 규정하는데, 정인(正因)은 발보리심(發菩提心)이다. 십념은 다시 현료의(顯了義)와 은밀의(隱密義)로 나누어 설명한다. 은밀의는 『미륵발문경(彌勒發問經)』에서 설하는 십념으로, ①일체중생에게 항상 자심(慈心)을 갖는 것, ②일체중생에게 깊이 비심(悲心)을 갖는 것, ③호법심(護法心)을 내는 것, ④인욕하며 결정심을 일으키는 것, ⑤심심(深心)이 청정한 것, ⑥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일으키는 것, ⑦일체중생에게 존중심을 내는 것, ⑧세속의 일에 재미를 내지 않는 것, ⑨각의(覺意)를 가까이 하는 것, ⑩정념(正念)으로 부처님을 관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은밀의의 십념은 초지(初地)이상의 보살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전재한다. 현료의에 대한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관무량수경』에서 “하품의 하생이란, 어떤 중생이 착하지 못한 업을 지어서 오역과 십악 같은 온갖 불선을 다 저지른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 목숨을 마칠 때에 선지식을 만나게 된다. 그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여 염불하도록 가르친다. 이 사람이 괴로움에 쫓기고 몰려서 염불을 하지 못하면, 무량수불을 칭념해야 함을 가르치며, 이와 같이 지극한 마음으로 그 소리가 멈추지 않도록 하면서, 십념을 구족하고 ‘나무아미타불’이라 부른다. 부처님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에, 아주 짧은 한순간에 80억 겁 동안 저지른 생사의 죄를 소멸하고, 목숨을 마칠 때 바로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된다.”라고 하고 내지 자세히 설한 것과 같다.
그러면 어떤 마음을 ‘지극한 마음’이라고 부르며, 어떤 것을 ‘십념의 상속’이라고 부르는가? 구마라집 삼장이 말하기를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광야에서 나쁜 도둑을 만난다. 그 도둑은 창을 휘두르고 칼을 빼어 들고 쫓아와 그를 죽이려고 한다. 그 사람은 재빨리 달아나다가, 건너야 할 큰 강을 하나 만났다. 그 강을 건너지 못하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때 그는 오로지 그 강을 건널 방편만을 생각한다. 내가 강의 저쪽 언덕에 이르려면, 이 옷을 입은 채로 건너야 할까, 옷을 벗고 건너야 할까? 옷을 입은 채로 건넌다면 아마 강을 건널 수 없을 것이고, 옷을 벗고 건넌다면 아마 옷을 벗을 겨를이 없지 않은가! 오로지 이런 생각만 있을 뿐, 더욱 다른 생각은 없는 것이다. 그 강을 꼭 건너야 한다는 생각, 바로 이것이 일념인 것이다. 이와 같은 십념에는 다른 생각이 섞일 수가 없는데, 염불 수행자 또한 이와 같다. 부처님의 이름만을 생각하든지 부처님의 상호만을 생각하든지, 한 치의 틈도 없이 오로지 부처님만을 생각하면서 십념에 이르면, 이와 같은 지극한 마음을 십념이라고 부른다.”라고 하였다. 이것이 현료의에 있어서의 십념의 내용이다. -『무량수경종요』-
원효는 착한 업을 짓지 못하는 하품(下品) 중생들의 왕생방법으로 십념을 설명한다. 원효가 촌락을 돌며 사람들에게 칭명염불 전파한 것은 대중교화의 목적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원효 스스로의 염불신앙에 대한 실천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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