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龍樹)는 『십주비바사론』에서 난행도와 이행도를 논하면서, 이행도로서 염불이 가져오는 불퇴전의 길을 설한다.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龍樹 造 ; 鳩摩羅什(後秦) 譯, 동국대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
용수(龍樹, Nagarjuna, 약 150∼250년)는 공(空)을 표방하는 중관사상을 통해 대승불교의 철학적 기초를 세운 논사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용수는 자신의 저술인 『십주비바사론』과 『대지도론』에서 정토사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십주비바사론』은 중국 후진(後秦)시대에 구마라집(鳩摩羅什, Kumārajīva)이 402년에서 412년 사이에 한역하여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지만 산스크리트 본이나 티베트 본은 남아 있지 않다. 『십주비바사론』은 『화엄경』「십지품(十地品)」의 주석서로 현재 남아 있는 부분은 초지(初地)와 제2지를 주석한 앞의 17권 뿐이다. 이 중 제5권인 「이행품(易行品)」에서 보살행을 닦는 자는 더 이상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경지에 든다고 하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용수는 대승 보살도를 육로(陸路)로 걸어가는 것과 해로(海路)로 배를 타고 가는 것에 비유해서 난행도(難行道)와 이행도(易行道)로 구별한다. 난행도는 육로를 통해 걸어가는 것처럼 오랜 세월 힘든 수행을 함으로써 불퇴전(不退轉)의 경지에 이르는 방법이지만, 이행도는 배를 타고 해로를 통해 즐겁게 항해하는 것처럼 ‘믿음'이라는 방편(信方便)의 보다 쉬운 수행을 통해 불퇴전의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십주비바사론』「이행품」에서 믿음의 중요성을 설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불법에는 무량한 문이 있다. 마치 세간의 길에 어려움이 있거나 쉬움이 있는 것과 같다.
육지의 길에서 걷는 것은 괴로움이고, 물의 길에서 배를 타는 것은 즐거움이다.
보살도도 이와 같다. 혹은 부지런히 행하여 정진하거나
혹은 믿음의 방편으로 쉽게 가서[易行] 아유월치[불퇴전(不退轉)]에 빨리 이르는 길이 있기도 하다.
이행도에서는 염불 및 참회(懺悔)행을 통해 정토에 이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불(諸佛)의 명호를 염(念)하여 그 공덕으로 현생에서 불퇴전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일컫는다. 『십주비바사론』「이행품」에서는 염불을 통해 불퇴전의 길에 도달하는 방법을 설하고 있다.
만약 보살이 이 몸으로 아유월치[불퇴전]에 도달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려면
마땅히 시방세계의 모든 붓다를 염하고, 그 명호를 칭해야 한다.
여기서 용수가 말하는 제불(諸佛)의 명호란 아미타불만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거세·현재세·미래세를 포함한 시방세계(十方世界)의 모든 붓다와 보살의 명호를 염(念)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미타불에 관해서는 상세하게 그 덕을 찬탄하고 아미타불의 본원을 거론하면서 “만약 사람들이 아미타불을 염(念)하고 명호를 칭하면서 귀의하면 바로 불퇴전의 경지인 필정(必定)에 들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므로 항상 억념(憶念)해야 한다.”고 하면서 아미타불을 염(念)하고 명호를 수시로 암송할 것을 권한다. 『십주비바사론』「이행품」에서는 아미타불의 본원을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아미타불의 본래 서원(本願)은 이와 같다.
“만약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고 명호를 칭하면서 귀의하면,
곧 필정에 들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따라서 항상 억념해야 한다.
한편 용수는 『대지도론』에서도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임종 시 아미타불께서 직접 마중 나오는 임종래영(臨終來迎)과 법장비구의 불국토 장엄에 대해서도 설하고 있다. 『대지도론』제9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또한 어떤 나라의 한 비구가 『아미타경(阿彌陀佛經)』과 『마하반야바라밀경』을 독송하였는데 죽을 때에 임하여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아미타불께서 그의 대중을 거느리고 오시는구나” 하더니, 즉시 몸을 움직여 자신의 주처로 돌아가서는 잠깐 사이에 운명했다. 죽은 뒤에 제자들이 땔감을 쌓아 태웠는데 이튿날 잿 속을 보니 타지 않은 혀가 있었다. 그는 『아미타경』을 독송한 까닭에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았고, 『반야바라밀경』을 독송한 까닭에 혀가 타지 않은 것이다.
『대지도론』의 내용을 보면 『아미타불경』을 독송하면 임종시 아미타불이 마중 나와 직접 친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곧 염불이나 독송을 통해 아미타불이 계신 서방정토에 태어난다는 것을 설하고 있다.
용수의 정토사상은 후세에 중국·한국·일본의 정토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난행도와 이행도의 구분은 중국 정토교의 담란(曇鸞, 476~542)과 선도(善導, 613~681) 등에 영향을 미쳐 자력(自力)과 타력(他力) 수행의 2가지로 구분하는 기반이 되었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관련자료
더보기 +
더보기 +
-
-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고서 상세정보
더보기 +
-
용수보살, 정토를 설하다: 이행품 강의
-
정토, 이야기로 보다
-
정토불교의 참회사상
-
정토불교의 세계
-
정토불교 성립론
-
염불삼매는 어느 선정 단계까지 가능한가: 대승불교의 염불삼매 계위에 대한 경론 전거
더보기 +




